불교 대통령이라 불리는 조계종 총무원장이 탄핵됐다. 16일 조계종 중앙종회가 설정 총무원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가결했다. 이날 결의안은 중앙종회 재적 의원 75명 중 56명 찬성, 기권 4, 반대 14, 무효1로 통과됐다. 결의안은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로 상정되며,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으면 가결된다. 중앙종회 의원은 75명으로 전원 참석했다. 이제 원로회의 결정만 남았다. 원로회의에서 총무원장 불신임안을 인준하면 조계종은 총무원장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되며, 60일 이내에 총무원장 선거를 치러야 한다. 

직전 총무원장인 자승스님에 대해서도 수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자승 전 총무원장은 견고히 자리를 지켰다. 자승스님의 지지를 받고 총무원장에 선출된 설정스님은 취임 당시부터 학력위조, 은처자 의혹이 거론됐다. 학력위조에 대해선 본인의 사과로 마무리됐지만 은처자 의혹은 초지일관 부인해왔다. 최근 사퇴 압박을 받고 지난달 27일 종도들의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며 사퇴를 예고했던 설정스님은 13일 돌연 올해 말로 사퇴를 미루며 논란을 키웠다. 

벌써부터 차기 총무원장이 누가 될지를 두고 조계종 내 여러 인물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기득권과 개혁파의 충돌도 예상된다. 불교개혁행동은 이날 임시회 결과에 환영을 표하면서도 병폐집단 중앙종회의 해산을 요구했다. 즉 설정스님을 밀어낸 중앙종회도 같이 썩었다는 것이다. 불교계에서는 총무원장 선출방식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기총 못지않게 선거 때마다 금권선거, 흑색선거가 난무하고 소위 ‘라인’에 따라 결정되는 총무원장 선출방식을 그대로 둬선 조계종의 개혁은 공염불이란 얘기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조계종이 나아갈 바를 스스로 모색한다면 사상 초유의 조계종 총무원장 탄핵은 조계종의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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