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사퇴를 연말로 미룬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제211회 중앙종회 임시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천지일보 2018.8.16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사퇴를 연말로 미룬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제211회 중앙종회 임시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천지일보 2018.8.16

중앙종회 총무원장 불신임안 가결
원로회의 인준 거쳐야 효력 발생
개혁 측 “중앙종회도 해산돼야”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16일 열린 중앙종회 임시회에서 총무원장 불신임안이 가결되면서 즉각 퇴진을 거부했던 설정스님이 파면 위기에 몰렸다. 규모로 한국 불교계를 대표하는 대한불교조계종의 역사상 현직 총무원장이 자리 박탈과 관련해 중앙종회의 승인을 받기는 처음으로, 종단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특히 조계종 총무원장은 종단 내 업무를 총괄하고 대외활동을 하는 등 불교계의 상징적 이미지를 가졌기 때문에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중앙종회 불신임안 가결로 설정스님이 당장 총무원장직을 박탈당하는 것은 아니다. 오는 22일 원로회의 인준을 거쳐야 효력이 발생한다.

원로회의는 총 24명의 원로의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과반인 12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조계종 분위기로는 원로회의에서 중앙종회에서 통과된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안을 인준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원행·법타스님 등 원로의원 10명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총무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 등 종단 집행부 3원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성명에 참여하지 않은 원로의원 2명만 더 동의하면 수치상으로는 불신임안이 인준되는 셈이다.

게다가 불교계 시민운동권에서도 안팎으로 설정스님 사퇴에 대한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들은 설정스님에 대한 불신임안 가결을 환영하면서도 뒷배경을 탐탁지 않아 했다.

조계종 개혁을 위한 재가불자 연대체인 불교개혁운동(김영국·김희영·박정호·상임대표)은 이날 설정스님의 불신임안 가결을 환영하며 동시에 중앙종회의 해산도 촉구했다.

불교개혁행동은 중앙종회 의원들에게 “비리백화점인 점을 번연히 알고 설정스님을 총무원장으로 뽑았다”며 책임을 물었다. 이어 “아무런 반성 없이 권력 유지를 위한 정치적 셈법으로 설정스님을 내렸다”고 이번 불신임안 가결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다. 소위 자승 전 총무원장의 라인으로 알려진 중앙종회 불교광장 소속의 다른 집행부 원장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또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에 대한 비판의 칼날을 세우기도 했다. 불교개혁행동은 “도박 친교 집단인 16국사로 대표되는 전 총무원장 자승 적폐세력이 중앙종회를 중심으로 똬리를 틀고 종권을 요리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종단의 도덕성 회복은 불가능하고 공멸의 위기로 점점 치달릴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와 관련 이들은 청정한 종단이 운영되기 위해선 ▲중앙종회 해산 ▲비상혁신기구 구성 ▲총무원장 직선제 ▲재정 투명화 ▲평등한 사부대중 종단 참여 ▲승려복지 등의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불교개혁행동은 원로의원 스님들에게 22일 개최되는 원로회의에서 종단 비상사태 선언과 중앙종회의 해산을 의결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이들은 원로회의 전까지 버스 4대를 동원해 원로의원들을 찾아가는 ‘희망 대장정’에 나설 계획이다.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관계자는 이날 투표 결과에 대해 “설정스님 비리 의혹 등으로 총무원장 당선 직후부터 현재까지 사퇴를 촉구해 환영한다”면서도 만족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22일 열릴 원로회의에서 총무원장 불신임안뿐 아니라 중앙종회 해산 인준도 의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구본사주지협의회와 중앙종회 등의 승려대회 반대 의사에 대해선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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