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드루킹 협박받던 김경수 요청에 개입 의혹

결과 따라 수사기간 연장에 영향 미칠수도

김 지사 신병처리 여부에도 영향 가능성

특검, 관련 핵심인물 소환 대부분 끝마쳐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오는 25일 1차 수사기간 종료까지 열흘의 시간만 남긴 채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허익범 특별검사팀(특검팀)이 15일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소환했다. 이로써 특검팀은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해 거론되던 핵심인물들을 대부분 불러 조사하게 됐다.

이날 오전 백 비서관은 ‘드루킹’ 김동원(49, 구속)씨의 인사청탁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특검사무실로 출석했다.

그는 취재진을 만나 “성실히 잘 조사 받겠다. 안에 들어가서 말씀드리겠다”고 말하고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백 비서관은 올해 2월 말 당시 국회의원이던 김경수 경남도지사로부터 도움을 요청 받았다. 드루킹이 당시 김 지사의 보좌관 한모씨에게 500만원을 건넨 사실을 언급하면서 오사카 총영사 자리에 자신의 최측근인 도모(61) 변호사를 임명해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드루킹은 3월 21일 오전 9시 경찰에 체포됐다. 그로부터 1시간 뒤 백 비서관이 인사 청탁 대상자인 도 변호사에게 “만나자”는 전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 비서관은 같은 달 28일 도 변호사를 청와대 연풍문 2층으로 불러 1시간가량 면담했다.

도 변호사는 일반적인 면접 자리인 줄 알고 나갔으며 “일본과 관련한 일반적 얘기를 나눴던 것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백 비서관이 김 지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사기관을 움직인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그가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는 만큼 지위를 남용해 관련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따져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백 비서관이 도 변호사를 직접 만나기 전부터 드루킹의 댓글 조작 행위를 알고 있었는지, 드루킹 일당을 통제하기 위한 방법으로 도 변호사에게 부적절한 제안 등을 하지는 않았는지 등도 조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만약 백 비서관이 댓글 조작을 미리 알고 있던 사실이 밝혀지면 그에게 도움을 청한 김 지사 역시 드루킹 일당의 행위를 알고 있었을 확률이 높다. 김 지사는 댓글 조작에 관해선 일체 아는 바가 없다고 전면 부인했지만 이날 조사 결과에 따라 그간의 주장이 힘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행위를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0일 새벽 서울 서초구 허익범 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행위를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0일 새벽 서울 서초구 허익범 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10

이는 특검팀이 고심 중인 김 지사의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 처리 여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 지사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는다면 특검팀의 고민도 그만큼 덜어지리라는 분석이다. 특검팀 수사기간의 연장이 김 지사의 신병 처리에 달렸다는 관측도 나오는 만큼 이날의 조사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팀이 여권 실세로 지목되는 인사들을 계속 겨냥한다면 실제 수사기간을 연장하겠다는 요청이 들어올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거절하기엔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검법상 수사 기간은 30일에 한해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특검팀이 기간 연장을 요청하면 문 대통령이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기간 연장이 불발되더라도 특검팀은 마지막까지 충실히 수사하겠다는 각오다. 이번 수사와 관련된 핵심인물들을 거의 조사한 만큼 남은 기간 확보한 진술과 물증을 분석에 집중해 추가 기소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그동안 특검팀은 드루킹과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핵심 회원들을 수차례 소환조사 하며 진술 증거를 확보했다. 김 지사를 비롯한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 도 변호사 등도 불러 조사했다.

경공모의 사무실인 경기도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 인근 컨테이너 창고 1동,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 압수수색 등을 통해 여러 물증도 찾아냈다. 특검팀은 이를 바탕으로 드루킹 일당이 벌인 댓글 조작 행위를 추가로 찾아내 기소했다. 또 ‘초뽀’ 김모(43)씨와 ‘트렐로’ 강모(49)씨 등도 구속해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비극도 있었다. 정의당 고(故) 노회찬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특검팀은 도 변호사와 공모해 5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노 의원에게 건넨 정황을 포착했다. 이를 토대로 노 의원에 대한 수사를 전개했다. 그러나 노 의원이 극단적 선택으로 유명을 달리하면서 정치권과 여론에서는 ‘표적 수사’ 비판이 거세게 불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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