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광복절, 두개의 기념식… 둘로 갈린 대한민국
하나의 광복절, 두개의 기념식… 둘로 갈린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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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건국 70주년 행사 따로 개최
文, 경축사에 ‘건국’ 언급 안해
여야, 서로 “분열 조장” 공방전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하나의 광복절, 두 개의 기념식. 광복 73주년이자 정부수립 70주년인 15일 하루의 풍경이다. 건국 시점을 놓고 대립하는 두 세력의 광복절 ‘따로 기념식’은 여전히 청산되지 않은 이념 분단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의 광복을 경축하고 기념하는 이날 대한민국은 둘로 갈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정부 공식행사는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렸다. 정부 주요인사와 여야 지도부도 이 자리에 집결했다. 같은 시간 국회의원회관에선 보수단체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행사가 진행됐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73주년 광복절인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참석자들이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73주년 광복절인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참석자들이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15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건국’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오늘은 광복 73주년이자 대한민국 정부수립 70주년을 맞는 매우 뜻깊고 기쁜 날”이라고만 언급했다. 광복절마다 반복된 건국절 논쟁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선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주장해 논쟁에 불을 지핀 바 있다. 

진보진영의 ‘1919년 건국’ 주장에 반발해온 보수진영은 이날도 ‘건국 70주년’을 강조하며 논쟁을 이어갔다.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위원회’가 주관한 기념식엔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과 박관용 전 국회의장,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보수 인사가 참석해 건국 70주년을 축하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대한민국 건국은 1919년 3.1운동에서 싹이 터 1948년 8월 15일 밤 12시 미군정으로부터 통치권을 인수하면서 완료됐다고 주장했다.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식에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등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부터 태영호 공사,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심재철 의원. 2018.8.15 (출처: 연합뉴스)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식에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등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부터 태영호 공사,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심재철 의원. 2018.8.15 (출처: 연합뉴스)

건국절 논쟁은 정치권에서도 그대로 재연됐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보수진영의 ‘1948년 건국론’을 해묵은 이념논쟁이라고 비판했고, 자유한국당은 1948년 건국을 부인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맞섰다. 

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분열의 정치, 정쟁만 일삼는 비생산적 정치가 여전히 기승부리고 있고, 한국당은 ‘48년 건국론’을 들먹이며 해묵은 이념논쟁을 시도하고 있다”며 “광복절을 갈등의 장으로 만들어 보수 세력의 결집을 꾀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에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사실(史實)마저 부정하는 문재인정부의 역사 인식과 의도가 무엇인가”라며 “또다시 국론 분열을 부추기며 국제적 승인을 받은 한반도 유일한 합법정부인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정부 스스로가 부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국절 논란의 핵심은 대한민국의 건국 시점을 언제로 보느냐다. 정치권에선 중국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 4월로 보는 시각과 광복 이후 이승만 정부에 의해 대한민국 수립이 선포된 1948년 8월로 보는 시각으로 엇갈리고 있다.

[천지일보 정선=이현복 기자] 15일 정선 하이원 리조트 마운틴 광장에서 민주평화통일 정선군협의회가 주최한 ‘제73년 광복절 기념 통일기원 한마음 대장정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천지일보 2018.8.15
[천지일보 정선=이현복 기자] 15일 정선 하이원 리조트 마운틴 광장에서 민주평화통일 정선군협의회가 주최한 ‘제73년 광복절 기념 통일기원 한마음 대장정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천지일보 2018.8.15

진보진영은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 제1조 등을 들어 1919년 대한민국 건국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진영은 1919년 상해 임정의 법통을 계승해 1948년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들은 영토·주권·국민 등 국가의 3요소를 갖추지 못한 임시정부는 국가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진보진영은 독립운동의 역사를 부정하고, 친일파에게 면죄부를 주는 행위라며 비판하고 있다.

건국절 논란은 좌우 이념 대립의 구도와도 겹친다. 남한 단독정부 수립인 1948년 건국은 남북 분단을 전제로 한다. 북한 정권은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롯한 보수우파 세력이 건국의 주역이다. 반면 좌우 인사들이 참여한 임시정부를 건국의 시초로 본다면 남북을 아우르게 된다.

건국절 논란은 보수진영에서 시작됐다. 지난 2006년 뉴라이트 계열로 분류되는 일부 학자가 8월 15일을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로 기념하자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는 당시 뉴라이트재단·자유주의연대 등 보수단체의 지지에 의해 공론화되기 시작했고, 이명박 정부가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면서 정치 쟁점으로 본격 부상했다. 이후 건국절은 보수와 진보 진영 사이에 뜨거운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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