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운영에 신중을 기해야
[IT 칼럼]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운영에 신중을 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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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최근 보건복지부는 우여곡절 끝에 기금의 장기수익 제고와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투명성·독립성 제고를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도입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내용에는 제한적 경영 참여 허용, 위탁운용사에 의결권 행사 위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중심 의결권 행사, 주주권 행사 결정 등이 포함돼 있다.

당초 정부안은 ‘경영 참여’를 빼고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추진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일단 경영 참여를 허용한 뒤 문제점을 보완하자는 시민단체 입장이 수용됐다. 이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국민연금은 기업의 임원 선임과 해임, 직무 정지, 정관 변경, 회사 자본금 변경 등 경영 참여가 가능하게 됐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투자자가 기업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이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주주권을 행사하는 기관투자자 역할 규범이다. 2010년 영국이 처음 도입했으며 현재는 네덜란드, 캐나다, 스위스, 이탈리아 등 10여개 국가가 도입해 운용 중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말레이시아, 홍콩, 대만 등이 운용하고 있다.

코드 도입 효과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재계는 국민연금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주주가치 훼손, 사회적 여론 형성 등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고 주장한다. 원칙적으로 경영참여 배제라고 하나 거꾸로 언제든 합법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한다. 또한 재계는 투기적 성향의 행동주의 헤지펀드와 M&A(인수합병) 사모펀드의 영향력 강화도 우려한다. 기금운용위원회 구성에도 불만이다. 총 위원 20명 가운데 기금위원장을 맡는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 정부 관련 인사가 6명, 근로자 측과 시민단체 추천 대표 등을 포함하면 절반이 넘는다. 정부나 정치권 나아가 여론의 입김이 과도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계와 달리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내 주식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 관련 기업의 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 나아가 고배당을 유도해 한국 증시가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는 분석도 한다. 실례로 일본 아베정권은 국내경기 활성화의 일환으로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기관투자가의 활발한 주주활동으로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늘리고 배당을 확대해 도쿄증시가 상승하고 20년 장기 박스권에서 탈피했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규모는 634조원으로 전 세계 3위권에 속한다.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7%를 점유하고 있으며 주요 대기업 지분만도 10%가량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이 5% 이상의 주식을 가진 국내 기업만도 모두 276곳에 달한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국민이 맡긴 돈을 최선을 다해 관리하고 운용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국민연금이 기관투자자가 주주권을 행사하는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것은 타당하고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주주권 행사 과정에서 개별 기업 경영활동에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시장을 교란시키는 일이 없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더라도 모호한 경영 참여 기준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는 있다. 원칙적으로 경영 참여를 배제하되 주주가치가 심각하게 훼손하는 특별한 경우에만 위원회 의결을 거쳐 제한적으로 경영 참여가 가능하도록 운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또한 국민연금 운용의 독립성 확보가 시급하다. 기금운용위원회 구성상 정부 입김이 셀 수 있는 만큼 정부 영향력에서 벗어나 연금 가입자의 이익을 위해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전문성 높은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도 성공하고 기금 수익률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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