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생의 교단일기]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입시제도를 국민들은 원한다
[최선생의 교단일기]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입시제도를 국민들은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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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용 칼럼니스트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는 올해 중3 학생들이 치를 2022학년도 대학입시 제도를 수학능력시험 위주 정시 전형을 현행보다 늘리도록 권고하고 구체적인 비율은 명시하지 않았다. 또 수시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고 국어·수학·탐구 과목은 상대평가를, 영어·한국사는 절대평가를 계속 유지토록 했다.

교육부는 교육 정책을 입안해 추진하고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며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의 교육정책 전반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다. 하지만 무능한 교육부와 교육부 장관 탓에 가장 중요한 대학입시정책을 시민 참여단에 맡기는 기괴한 일이 벌어졌고 결론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 교육정책 결정을 공론화 과정에 떠넘기며 교육부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했다.

대입개편공론화 위원회의 발표, 국가교육회의 권고로 2022학년도 입시개편안은 원점인 교육부로 다시 돌아갔다. 수개월간의 공론화 과정이 무의미하고 예산만 낭비한 꼴이 된 셈이다. 공론화 위원회 시민참여단이 가장 높은 점수를 준 1안은 ‘현행 20% 수준인 수능 위주 정시모집 비율을 45%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수능은 현행 상대평가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안이다. 2위를 한 2안은 ‘정시와 수시모집 비율은 대학 자율에 맡기고 수능은 전 과목 절대평가로 바꿔야 한다’는 안이다. 가장 상반된 두 안이 근소한 차이로 1, 2위를 했다. 시민참여단의 투표로 결정하기로 하고 시작했으니 1위의 정책을 최종 안으로 선택해야 맞다. “1, 2위 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말장난 수준의 발표를 하려면 차라리 1, 2안을 갖고 결선투표라도 해서 끝까지 결론을 도출해 냈어야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애초에 설문 항목을 수능 정시위주와 수시·학종 위주 전형 중 선호도, 수능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선호도, 내신의 절대평가와 상대 평가의 선호도, 학종 전형 유지와 폐지 등으로 단순하게 구성해 선택하도록 했어야 한다. 1, 3, 4안이 수능 확대 및 상대평가를 지지하는 안인데 합치면 76%이고 절대평가인 2안은 24%에 불과해 수능 확대 및 상대평가가 압도적으로 높다. 마치 1안의 비율이 높게 나오지 않게 하려고 3, 4안을 만들어 표를 분산시키려 한 의도마저 느껴진다.

여론 조사에서 대부분의 학부모와 학생들은 수능위주 정시 전형을 70%, 수시 30% 정도의 비율을 요구하며 더 나아가 수시폐지를 요구한다. 단순암기가 아닌 종합적인 사고력을 측정하는 수능시험은 결코 줄 세우기가 아니며 누구에게나 공정한 게임이다. 부모의 경제력, 정보력, 금수저들의 사교육 컨설팅에 의해 당락이 바뀌는 학종, 수시는 공정성에 문제가 많ㄴ다. 결과에 승복하기 어려운 수시전형을 대폭축소하고 수능중심 정시위주로 단순화 시켜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다.

이미 수능위주 정시를 확대하고 학종·수시 축소를 찬성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많이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부류의 시민이 선발됐는지도 모르는 시민참여단이 대입정책을 결정하는 것부터가 난센스고 무리수다. 자녀의 입시와 직접 연관이 없는 사람을 시민참여단으로 구성하면 올바른 여론을 수렴하기 어렵다. 차라리 학부모 전체를 대상으로 e-알리미 등을 통해 전수조사를 하면 학부모와 학생이 원하는 정책을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공론화위에서 국가교육회의로 다시 교육부로 결정이 넘어갔으니 교육부는 학부모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해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대입제도가 복잡할수록 정보에 어두운 흙수저 학생은 불리하다. 사교육 컨설팅 시장은 비싸져 금수저에게 유리한 전형이 되고 각종 부정과 비리가 판칠 개연성이 높다. 내신과 학종 같은 수시비중이 늘어날수록 교사의 갑질 또한 심해지고 힘없는 학부모와 학생은 을이 되어 현대판 음서제의 피해자가 된다. 수능은 전국단위 객관적 평가이므로 상대평가를 유지하고, 내신은 학교 친구 간에 피 말리는 경쟁을 하지 않도록 절대평가로 변경해야 한다.

아이들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문제다. 정치적인 논리로 교육정책을 만들어선 안 된다. “지나치게 많고, 일찍 시작하는 수시전형으로 고3, 2학기 수업이 파행이 된 지 오래입니다. 수시와 정시의 균형적인 비율이 공교육 정상화의 길입니다”란 고등학교 교사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대입제도는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입시제도를 국민은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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