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유승준은 지난 2015년 재외동포 비자를 신청했다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었다. 1심 재판부는 유승준이 국내 활동을 하면 병역기피 풍조가 만연해질 수 있다며 청구를 기각했고 2심에서도 비자 발급 거부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유승준은 가수로 활동하던 2002년 1월 미국 시민권을 얻고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이후 병역 기피 논란이 일었으며 법무부와 병무청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며 유승준의 입국을 지금도 제한하고 있다.

1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난해 2월 2심에서도 패소한 유승준이 여전히 사회의 병역기피 풍조를 조장하고 국군장병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을까.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지금 10대 후반 청소년들은 유승준이 누구인지도 알지 못한다. 16년이 흐른 이 시점에 오래 전 판결된 내용을 연계시켜 지금도 병역기피에 대한 사회적 조장과 사기저하를 가져다 붙이는 건 억지스러워 보인다. 그것도 모자라 유승준이 40세에 군 면제 연령을 넘긴 후 입국을 시도한 이유를 미국과 중국에서 활동 중인 유승준이 국외에서 얻은 수익에 과세가 없기 때문이고 세금 감면 혜택을 노리는 꼼수 아니냐고 지적하는 방송들 역시 수긍하기 어렵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던 재미교포 출신 유승준은 국방의 의무에 대한 대한민국의 사회적 관심과 심각성에 대해 크게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혹은 본인은 군대에 가려했지만, 부와 인기의 한시적 스톱에 대해 주변에서 별일 없을 거라며 미국시민권을 취득하라고 부추겼을지도 모른다. 당시 27세였던 유승준은 어느덧 43세가 됐다. 정말 유승준이 한국에 그토록 오고 싶어 하는 이유가 돈을 벌기 위해 혹은 인기를 다시 얻기 위해서일까.

한국의 독보적 레전드 댄스가수로 90년대 후반을 풍미했던 무대의 향수와 그에게 그런 무대를 허락했던 대한민국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 물론 유승준은 당시 돌이킬 수 없는 잘못된 판단을 했다. 그는 방송에서 해병대를 간다고 강조했으며 병역의 의무를 완수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그러나 2002년 1월 돌연 미국시민권을 취득한 후 한국국적을 포기하고 다시 입국해 가수생활을 지속하려 했다.

당시에도 연예인이 군대를 회피하거나 현역이 아닌 공익근무로 방향을 바꾸는 경우는 많았지만, 유승준의 한국국적 포기는 곧 군대 회피로 여겨졌고 그는 거짓말쟁이로 낙인찍혔다. 그러나 16년이 지난 입국금지는 불공정해보이며 한순간의 실수로 많은 것을 잃어버린 그를 활용해 국가 징병제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괘씸죄’로만 일관하는 법원의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 법무부와 법원은 유승준이 여전히 청소년들에게 병역기피의 풍조와 악영향을 미치는 인물로 보는가. 국군장병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명백한 범죄를 저질렀는가.

젊은 시절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16년간 병역기피자라는 꼬리표는 유승준뿐만 아니라 그의 아내, 아이들에게도 엄청난 상처일 것이다. 그는 아직도 주장하고 있다. 분명 잘못된 판단을 했지만, 오해와 거짓으로 만들어진 편견은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도 말하고 있다.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승준이 언제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는 한국땅을 밟을 것이다. 우리는 그를 용서한다, 안한다를 말하는 것보다, 왜 그때 그런 결정을 했는지 귀담아 들어볼 필요가 있다. 한 가수에 대한 무조건적인 마녀사냥은 이제 중단해야 한다. 과거에도 지금도 많은 사회층 저명인사들의 자녀들은 병역을 회피했거나 빠져나갈 궁리를 할지 모른다. 젊은 시절 한순간의 실수, 병역문제라도 16년은 변화돼야만 하는 너무나 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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