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진퇴양난’ 설정 총무원장 ‘사퇴일 바꾸기’ 묘수일까 악수일까
[뉴스포커스] ‘진퇴양난’ 설정 총무원장 ‘사퇴일 바꾸기’ 묘수일까 악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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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 ⓒ천지일보DB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 ⓒ천지일보DB

12월 31일로 사퇴일자 돌연 변경
자승 전 총무원장 겨냥한 ‘칼날’
“기득권 세력, 은밀‧조직적 견제
남은 기간 각종 의혹 해소할 것”

[천지일보=강수경‧이지솔 기자] 16일 이전 퇴진을 약속했던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말을 바꿨다. 오는 12월 31일 사퇴하겠다며 기한을 넉달 보름가량 연장했다. 그는 이 기간 자신과 관련해 불거진 각종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진퇴양난에 빠진 설정스님이 뚫고 나가야 할 길은 안갯속이다.

설정스님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에 대한 의혹을 해결함과 함께 종단 개혁을 이룰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하겠다며 사퇴일을 미뤘다. 이 기자회견 배경을 놓고 여러 관측이 오간다.

먼저 설정스님이 16일 사퇴하겠다고 결정을 했음에도 날짜를 번복한 이유에 대한 내막과 관련한 의문이다. 이날 설정스님은 사퇴와 관련해 “종단 안정을 위해 스스로 사퇴하고자 했다”면서도 “기득권 세력에 의해 은밀하고도 조직적으로 견제되고 조정되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사퇴만이 종단을 위한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설정스님이 언급한 ‘기득권 세력’은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 측을 가리키는 것으로 읽힌다. 설정스님이 총무원장직에 오를 수 있도록 토양을 형성해줬던 자승스님 측 인사들이 최근엔 오히려 설정스님의 사퇴를 촉구하는 데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자승 전 총무원장의 라인으로 알려진 불교광장 소속 종회의원 43명은 지난 9일 설정 총무원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중앙종회 사무처에 제출했다. 설정 총무원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신임안을 제출했다는 것은 사실상 설정스님에 대한 지지표를 거두겠다는 의사로 읽힌다. 소위 ‘자승 라인’ 인사들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총무원장까지 맡게 된 설정스님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설정스님은 “남은 기간 각종 의혹에 대해 명백히 밝혀 한 점 부끄러움을 남기지 않겠다”면서도 “사부대중의 개혁에 대한 열망과 뜻을 담아 종헌·종법을 재정비해 조계종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여기에서 언급된 ‘조계종 개혁’은 앞서 언급된 ‘기득권 세력’과도 맞물린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설정스님이 단언한 대로 일을 처리해 나가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미 종단 내 신뢰를 잃었다.

조계종 사찰 주지들의 협의체인 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14일 오전 입장을 발표하고 “(설정스님은) 종도와 국민을 더 이상 기망해서는 안 된다”며 설정스님의 달라진 퇴진 입장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교구본사주지협은 “종정스님 교시는 물론 종도와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는 입장 번복은 ‘8월 16일 임시중앙종회 이전 용퇴’ 약속을 스스로 깨뜨렸다”며 “어떤 명분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또한 “현재 종단 혼란의 본질은 총무원장 스님에게 제기된 친자 의혹을 해명하지 못한 상황에서 비롯됐다”며 “그럼에도 종단 혼란의 이유를 다른 곳에 찾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설정스님은 수족이 돼 일할 인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설정스님은 자신을 도울 집행부를 구성하기 위해 먼저 자승스님 측 인사로 알려진 총무부장 지현스님과 기획실장 일감스님에게 사표 제출을 지시했다. 그리고 지난 9일에는 전 종회의장 성문스님을 총무부장에 앉혔다. 전 호법부장 진우스님에게는 기획실장 자리를 맡겼다. 총무부장은 총무원장이 사퇴할 경우 새 총무원장 선출 때까지 권한대행을 맡는 직책으로 위치가 상당하다.

그러나 성문스님은 하루 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임명 하루 만에 사의를 표명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불교계에서는 이 과정에 자승스님의 입김이 닿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돌고 있다.

성문스님의 총무부장 선임 불발로 설정스님은 현고스님을 영입하려고 했으나 이마저도 불발됐다는 전언이다. 인사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으며 설정스님은 고심에 빠졌다.

게다가 총무원 밖에서도 사퇴 압박이 더욱 거세져 사실상 진퇴양난에 빠진 상태다.

외부적으로는 불교시민단체와 매체들을 중심으로 설정스님에 대한 의혹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설정스님에 대한 의혹은 지난해 9월 제35대 총무원장선거 입후보하면서부터 제기됐지만, 해명되지 않는 사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올해는 MBC PD수첩 등 사회언론까지 관심을 보이게 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명확한 해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도리어 의혹만 증폭시켰다.

한편 설정스님은 지난달 27일 “조속한 시일 내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위한 길을 진중히 모색해 진퇴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종단 주요 구성원이 현재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려는 뜻을 모아준다면 그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어 지난 1일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장단을 접견한 자리에서는 “오는 16일 개최하는 임시중앙종회 이전에 용퇴하겠다”고 사퇴를 공식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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