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혜지 기자] 14일 서울 종로구 한 대형서점 독서 테이블에 자리를 비운 시민의 책과 가방만이 놓여져 있다.  ⓒ천지일보 2018.8.14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14일 서울 종로구 한 대형서점 독서 테이블에 자리를 비운 시민의 책과 가방만이 놓여져 있다. ⓒ천지일보 2018.8.14

책 올려놓고 자리 비우는 손님들 태반

장시간 노트북 사용하는 시민도 곳곳에

“기본 에티켓 어긋나… 서점에서 규제해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테이블 위에 짐이 30분째 올려져 있는데 사람은 오지 않네요.”

14일 서울 종로구 한 대형서점에서 만난 이혜림(23, 여, 서울시 종로구)씨는 긴 원목 테이블을 보며 이같이 말했다. 100석이 넘는 서점 내 테이블에는 서너 군데를 빼고 사람이 가득 차 있었다. 이씨는 “빈자리는 있지만 사실상 주인이 있는 자리들”이라며 테이블 위를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테이블 위에는 가방이 올려져 있거나 책이 놓여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폭염을 피해 서점을 찾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바깥 온도보다 약 8도에서 10도 정도 낮은 시원하고 쾌적한 실내에서 무엇보다 자유롭게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서울의 한 대형서점은 평일 낮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렇게 사람이 몰리다 보니 서점 이용객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점에서 만난 시민들은 일부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이용객들로 인해 불편을 겪은 경험을 털어놨다.

종로구 인근에서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진용현(45, 남, 성남시 분당구)씨는 최근 기다리던 신간 도서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책을 고른 뒤 테이블을 발견하고 사람이 없는 빈자리에 앉으려 했지만 옆 사람은 그에게 “자리를 맡은 사람이 있어서 다른 자리를 이용하라”고 귀띔했다. 옆 사람의 말을 듣고 책상을 보니 다섯 권의 책과 함께 가방이 올려져 있었다.

진씨는 “같이 이용하는 독서 공간인데 물건을 올려놓는 등의 방법으로 자리를 맡는 것은 시민의식에 어긋나는 것 같다”면서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줘야 하지 않냐”고 지적했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14일 서울 종로구 한 대형서점 내 독서 테이블에서 한 시민이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14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14일 서울 종로구 한 대형서점 내 독서 테이블에서 한 시민이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14

테이블에는 책을 읽는 시민들뿐 아니라 장시간 앉아 노트북을 사용하는 시민도 있었다. 지나던 시민들은 이들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주부 성정화(45, 중랑구 신내동)씨는 “서점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책을 읽을 수 있게 하려고 마련된 장소에서 왜 노트북을 사용하는지 모르겠다”며 “노트북은 독서실에서 사용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서 책을 읽고 있던 직장인 김남권(25, 남)씨는 “배려가 없고 이기적인 모습인 것 같다”며 “공공장소에서 시민의식이 아직도 많이 부족하구나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전문서적 판매대 통로 등 곳곳에 독서를 위해 설치돼있는 소파도 예외는 아니다. 대학생 김창환(24, 남, 서울시 마포구)씨는 “책을 갖고 무심코 뒤에 있던 소파에 앉았는데 ‘내 자리에 왜 앉는 것이냐’라며 언성을 높이는 분이 있었다”며 “너무 당황스러워서 그냥 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점은 모든 사람이 사용하는 공간인데 기본 예절 정도는 지켜줬으면 한다”며 “서점 측에서도 이런 부분을 규제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특히 방학을 맞아 서점을 찾는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서적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김승화(39, 여)씨는 “방학이라 아이들이 서점을 많이 찾는데 책에 낙서하거나 훼손하는 아이들도 봤다”며 “부모들이 나서서 제지해야 하는데 막상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점 직원도 갖가지 민원들로 고충을 겪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점 직원은 “짐을 쌓아놓고 외출을 반복하면서 3~4시간씩 테이블을 사용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민원도 많이 들어오는데 따로 규제할 방안이 없어 우리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14일 서울 종로구 한 대형서점 독서 테이블에 ‘테이블 이용 시 유의사항’ 문구가 게시돼 있다. ⓒ천지일보 2018.8.14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14일 서울 종로구 한 대형서점 독서 테이블에 ‘테이블 이용 시 유의사항’ 문구가 게시돼 있다. ⓒ천지일보 2018.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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