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예진 기자] 한 시민이 13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노점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천지일보 2018.8.14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한 시민이 13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노점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천지일보 2018.8.14

서울시, 거리가게 가이드라인 내년 시행… 6천여개 적용

인도 위 노점, 최대 7.5㎡ 면적 내 ‘판매대’ 설치 가능해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최근 서울시가 ‘거리가게(노점상) 가이드라인’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노점상인들 사이에서도 시행을 두고 찬반이 갈리고 있다.

현재 서울시에는 길에서 장사를 하는 노점상이 7000여개 있다. 이 중 1000여개는 자치구로부터 허가를 받았지만 나머지 6000여개는 허가받지 않은 단속 대상 노점상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지난달 1일 불법 노점상들이 합법적으로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거리가게 가이드라인을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인도에 있는 노점은 최대 7.5㎡(3m×2.5m) 면적에서 ‘판매대’를 이용해야한다. 기존 노점상들에 한정해 매년마다 재허가를 받아야 하고, 허가받은 사람이 직접 운영해야 한다. 또 일정 재산을 초과한 신청자는 허가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13일 기자가 만난 대다수의 노점 상인들은 가이드라인을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정부의 ‘규제’가 너무 많아 생존권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게 노점상들의 설명이다.

이날 서울 동대문구에서 만난 면직물 판매상인 김순정(가명, 49, 여)씨는 “서울시가 가이드라인을 실시하면 5년 내에 서울시내 노점상들은 모두 사라질 것”이라며 “허가하는 방식으로 포장해놓고 결국 노점상들을 다 내쫓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특히 가이드라인 중 거리가게 운영자가 1세대를 초과해 운영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노점상의 50% 이상은 70~80대 노인들”이라면서 “판매자가 죽거나 판매하지 못하게 됐을 때는 결국 다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에서 규정하고 있는 판매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영등포구에서 카세트를 판매하는 한응섭(가명, 60대, 남)씨는 서울시 가이드라인에 대해 “노점상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아니다”라며 “특히 판매대를 제작하는 비용이 많이 든다”고 호소했다.

그는 “판매대를 제작하는 데만 800만원에서 1000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알고 있다”며 “노점상을 운영하는 사람들 중에서 그 정도 목돈을 가진 상인이 어디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대문구에서 5년 이상 떡을 판매하고 있는 김순정(가명, 70대, 여)씨는 “당장 모아 놓은 돈도 없는데 판매대에 어떻게 그 많은 돈을 투자할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가이드라인의 노점상 규모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채소를 판매하고 있는 강순정(가명, 50대, 여)씨는 “가이드라인대로 노점상 규모를 줄이면 채소를 놔둘 자리가 없다”며 “채소류 같은 경우는 펼쳐놓고 보여주면서 팔아야 하는데 몇 개만 달랑 올려놓으면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한 노점상인이 13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근처 인도에서 고구마를 판매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14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한 노점상인이 13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근처 인도에서 고구마를 판매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14

반면 일부 노점상들 중에서는 “마음 편하게 장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이드라인을 환영한다는 입장도 있었다.

영등포에서 5년째 옷을 판매하고 있는 최은경(가명, 50대, 여)씨는 “어쨌거나 노점상을 합법화 해주는 건 찬성”이라며 “규제가 조금 복잡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가슴 졸이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기준 면적도 현재 노점 크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괜찮을 것 같다”면서 “너무 넓은 자리를 차지하면 소비자들이 다니기 불편해서 찾아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성권(가명, 70대, 남)씨는 “가이드라인대로 실행이 되면 거리가 깨끗해져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밖으로 더 많이 나올 것 같다”며 “수익이 조금이라도 늘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판매대 제작은 지역의 특성에 맞게 조율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구청에서도 자문단을 꾸려 모든 여건과 상황을 고려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서울시 가이드라인을 통해 노점상인, 점포상인, 길에 지나는 시민 모두가 상생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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