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6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하여 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하여 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일일이 꼼꼼 따지는 국정운영 스타일 도마
“부처 업무 청와대가 하려니 타이밍 놓쳐”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만기친람식 국정운영 스타일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만기친람(萬機親覽)’은 ‘온갖 정사를 임금이 친히 보살핀다’는 뜻으로 정부부처에서 다뤄야 할 국정 현안의 세부 내용까지 대통령과 비서진이 직접 챙기는 것을 말한다. 이는 ‘양날의 검’과 같다. 각종 정책과 개혁 작업을 대통령의 구상대로 중앙집권식 시스템 아래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반면 국가의 중요 정책이 충분한 검토 없이 성급하게 추진될 수 있고, 청와대의 하명식 국정운영에 행정부의 책임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다. 또 모든 현안을 청와대에서 챙기려 함에 따라 역설적으로 국정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정권 초기엔 청와대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장하성 정책실장을 중심으로 한 보좌 체제에서 각종 정책이 주도됐다. 문재인 대통령 초기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탈원전 정책,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중단, 대통령 개헌안 발표 등이 청와대에서 쏟아져 나왔다. 

최근에도 이 같은 기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취임 1년 2개월 만에 단행한 비서실 개편에선 자영업비서관을 한자리 늘려 3실장, 12개 수석, 49개 비서관 체제로 확대했다. 그렇지 않아도 비대하다는 지적이 있는 비서실의 몸집을 더 불린 것이다. 

중요 정책에 세세하게 관여하는 것도 그대로다.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의 경우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가 주도했다. 개편 방향으로 ‘정시확대’를 권고하면서 일선학교 현장에선 혼란을 겪고 있다. 일각에선 국가교육위가 교육문제를 공론조사 방식으로 여론에 맡긴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연금의 경우 보험료를 올리고 최초 연금수령 나이를 65세에서 68세로 늦추는 방안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이 반대 청원으로 아우성인 가운데 야당에선 청와대가 국민을 상대로 간보기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또한 현직 청와대 행정관이 경기도 산하기관 직원과 통화하며 고압적 태도로 불공정 계약을 지적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대통령 보좌가 주 업무인 행정관이 지방자치단체 산하기관을 상대로 압박한 것은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난 처사라는 지적이다. 

청와대 통제식 국정 스타일이 국민에게 더이상 매력을 주지 못하고 있음은 최근 지지율로도 나타나고 있다. 취임 초기 80%를 넘나들었던 국정수행 지지도는 50%대까지 떨어졌다. 본지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4~5일 이틀간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에 대한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59.1%(매우 잘함 35.5%, 다소 잘함 23.7%)로 나타났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2.7%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국정운영이라는 것은 사실 타이밍이 중요한데, 문 대통령이 일일이 꼼꼼하게 보려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의 각 부처에서 해야 할 많은 일들을 청와대에서 하려고 하니 만기친람 이야기나, 타이밍을 놓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만기친람식 리더십 문제는 전 정부에서도 지적됐던 사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국정 실무 현안에 직접 관여하며 만기친람식 리더십을 보였다. 각종 정부 정책이 청와대에 의해 움직였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불통 논란은 더욱 커졌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처럼 청와대가 ‘정책 운전대’를 장악하면서 행정부처는 보이지 않고 있다. 대선 때마다 단골로 등장했던 ‘책임총리제’는 유명무실해지는 상황이다. 청와대의 하명을 받아 정부부처가 집행하는 형식이 되면서 정책의 책임 소재도 모호해지는 형국이다. 

야당도 이런 점을 지적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비상대책회의에서 “국민연금 문제도 말썽인데, 도대체 책임을 지는 분들이 안 보여 딱하다”며 “그 이유는 근본적으로 청와대가 모든 것에 간섭하는 데 있다. 간섭을 받다 보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식이 사라져 버린다”고 일침을 가했다. 바른미래당 김철근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만기친람을 고집하는 이상 아무리 미사여구를 동원한다 할지라도 책임총리·장관, 지방분권은 모두 속빈 강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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