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을만나다] 황정민, ‘공작’으로 바닥 치고 초심으로 돌아가다
[영화人을만나다] 황정민, ‘공작’으로 바닥 치고 초심으로 돌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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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황정민. (제공: CJ엔터테인먼트)
‘공작’ 황정민.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영화, 실제 남북 사이 일어난 첩보전 그려

북으로 간 스파이 흑금성 ‘박석영’ 역 맡아

“연기 인생 24년, 多작품했지만 한계에 부딪혀

나, 보게 돼… 저한테 굉장히 의미 큰 작품”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군함도’ 이후 1년 만에 황정민이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으로 돌아왔다. 지난 8일 개봉한 영화 ‘공작’은 북으로 간 스파이, 암호명 흑금성인 정보사 소령 출신의 ‘박석영(황정민 분)’이 핵의 실체를 알아내라는 지령을 받고 북의 고위층 내부로 잠입한 뒤 남과 북의 수뇌부 사이의 거래를 감지하면서 발생한 갈등을 담았다.

실제 남과 북 사이에 벌어졌던 첩보전의 실체를 그린 영화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갈 수 없는 나라로 남은 북한에 홀로 잠입했던 남한스파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야기를 이끈다.

황정민은 ‘공작’에서 육군 정보사 소령으로 복무 중 안기부의 스카우트로 북핵 실상 파악을 위해 북의 고위층으로 잠입하라는 지령을 받는 스파이 ‘흑금성’ 박석영 역을 맡았다. 그는 북의 신뢰를 얻어 정보를 캐내는 스파이로 서글서글하며 평범한 사업가로 신분을 위장한 채 적진의 한가운데로 잠입한다.

‘공작’ 황정민. (제공: CJ엔터테인먼트)
‘공작’ 황정민.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신세계’의 조직 보스, ‘국제시장’의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삶으로 겪어낸 한 아버지, ‘베테랑’의 행동파 형사, ‘곡성’의 무당, ‘아수라’의 절대 악까지 누아르와 시대극, 스릴러, 코미디, 드라마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스크린을 장악한 황정민에게는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는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다.

연기 인생 24년으로 수많은 작품을 소화한 그에게도 연기는 아직 배움의 연속인가보다. 영화 개봉 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황정민은 ‘공작’을 통해 부딪힌 한계에 대해 토로했다.

‘공작’ 황정민. (제공: CJ엔터테인먼트)
‘공작’ 황정민.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제가 수많은 작품을 열심히 했지만 방법이 관성에 쌓여 있다는 걸 알게 된 시점이었어요. 제바닥을 치면서 나를 보게 되고, 잘 쉬고 다시 시작하는 느낌으로 하게 됐죠. ‘공작’은 저한테 굉장히 의미가 큰 작품이에요.”

‘공작’은 현란한 액션, 숨 가쁜 추격전, 화려한 신무기 등 흔한 첩보영화의 문법을 과감하게 벗어던진 한국형 첩보영화다. 치열한 심리전을 바탕으로 하기에 관객들은 다른 작품과 차별된 첩보영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공작’ 황정민. (제공: CJ엔터테인먼트)
‘공작’ 황정민. (제공: CJ엔터테인먼트)

 

황정민도 이 같은 점에 끌렸다. 그는 “관객들한테 한권의 책을 선물한다는 기분으로 영화를 선택한다. 책은 상대방이 어떤 장르를 좋아하는지 모르니까 선물하기 진짜 어렵다”며 “근데 책을 사서 읽다가 너무 재밌어서 책장을 넘기기 아까운 책들이 있다. 그런 책을 고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야기가 재밌어야 한다. 배우는 그 재밌는 이야기를 아주 재밌게 전달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저는 광대라 재밌는 얘기를 들으면 못 참겠다. 모두에게 다 알려주고 싶다”며 “흑금성에 대해 처음 알게 됐을 때 너무 놀랐다. ‘1990년대 나는 뭐 하고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를 꺼내면 관객들도 저랑 같은 반응일 것”이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황정민은 스파이와 평범한 사업가 두 얼굴을 오가며 입체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눈빛 하나, 숨소리 하나에서 상대방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집요하게 의심하고 공격하는 등 신체 액션 못지않은 긴장감이 넘친다고 해서 영화에 ‘구강 액션’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공작’ 황정민. (제공: CJ엔터테인먼트)
‘공작’ 황정민. (제공: CJ엔터테인먼트)

 

황정민은 “너무 힘들어서 못 이겨냈다. 감독님이 신체 액션처럼 긴장감 넘치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며 “말은 쉽다. 막상 해보니 너무 어려웠다. 긴장감이 없어 다 따로 놀 게 되더라. 이래선 큰일 나겠다 싶어서 가진 게 없으니 주변 사람들에게 ‘도와 달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황정민의 말에 따르면 당시는 황정민뿐 아니라 함께 합을 맞춘 이성민, 조진웅, 윤종빈 감독까지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황정민은 “힘들다고 털어놓고 보니 나만 고통스러운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다 프로니까 보통 촬영하면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며 “그런 얘기를 잘 안 하는데 배우와 감독님이 함께 이야기를 하고 나니 오히려 더 똘똘 뭉쳐졌다. 대사의 합을 액션의 느낌으로 맞추니 긴장감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실 연기 베테랑이라고 불리는 배우들이 힘들었다고 하는 말은 공감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황정민은 “그렇지 않다”며 “내가 되게 모자라고, 기존 방식으로 작품을 대하면 안 되겠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렇게 바닥을 치고 다시 정확하게 처음 어떻게 연기를 했는지를 복기해보자는 마음으로 연극 ‘리차드 3세’를 시작했다”며 “많은 대사를 정확한 발음으로 해야 하고, 몸 관리도 잘해야 해서 열심히 했다. 지금은 잘 쉬고 있다. 다음 작품을 완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눈빛을 반짝이며 포부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공작이 어떤 영화로 남았으면 하는지를 묻자 황정민은 “재미난 영화로 남았으면 한다. 대박, 강추, 엄지 척!”이라고 말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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