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호 경상남도 행정부지사(55)가 13일 퇴임을 앞두고 지난 10일 본지와 퇴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12
[천지일보 경남=이선미 기자] 한경호 경상남도 행정부지사(55)가 13일 퇴임을 앞두고 지난 10일 본지와 퇴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12

[천지일보 경남=이선미 기자] “공무원이 존재하는 이유가 국민 곧 도민을 위해서죠. 유일한 무기가 ‘열심’뿐이었는데 예쁘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한경호 경상남도 행정부지사(55)가 33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는 퇴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1급 공무원 중에 기수가 가장 빨라 조금 일찍 퇴직하게 된 그는 85년 22살에 공무원 임용을 받고 육군 장교(학사)로 입대해 3년을 복무했다. 부지사 집무실에는 당시 동기들이 만들어 준 공로패가 책상 위에 놓였다. 13일 퇴임을 앞둔 한경호 행정부지사를 10일 오후 만났다. 퇴임을 코앞에 두고 있었지만 그는 이날도 의회에 급히 다녀오느라 집무실엔 뛰어 들어왔다.

- 인생의 절반을 공직에 몸담았는데.

33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직장상사, 선후배들이 저를 능력 이상으로 인정해 주셔서 ‘인복’이 많았던 것 같아요. 과거 사무관·서기관 때, 김혁규 경남도지사 때 제가 가장 총애를 받았었죠. 농업직임에도 불구하고 현 정책기획관을 4년이나 했어요. 서울에서도 나름 인정받았고, 능력이 뛰어났다기보다는 성실하게 묵묵히 일하니까 주위 분들이 저를 예쁘게 봐서인지 챙겨주시더라고요.

- 평소 업무 스타일은.

화끈하게 일하는 스타일이에요. 우선순위를 정해 밀어붙일 때는 강하게 밀어붙이고, 아니다 싶으면 후퇴하죠. ‘도민우선주의, 의회우선주의’라고 공개석상에서 얘기한 것은 제 마음속에 항상 지니고 있는 생각이죠. 순수하고 진정성을 가지고 ‘협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 공직생활에서 특별한 기억이 있다면.

특별히 생각나는 것은 없지만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한 것뿐, 특별히 남들보다 뛰어나다거나 성과는 없어요. 어느 자리에 가든 제 주어진 소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남들이 인정하든 않든 미련할 정도로. 남들처럼 아부한다거나 하는 그런 것을 못 해 항상 진급이 늦고, 그렇다고 남들만큼 머리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지식이 많은 것도 아녜요. 지방대 농대 나와서 서울에서 행정고시 출신들과 경쟁 아닌 경쟁을 해서 할 수 있는 무기는 ‘열심히 일하는 것’밖에 없었어요.

-16년 만에 돌아온 경남 도정은 어땠나.

경남도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서 89년도 복귀해서 2002년까지 있었죠. 그 기간이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정신없이 일했어요. 그때가 경남 도정이 가장 앞서갈 때였다고 생각해요. 박완수, 전수식, 당시 간부라인이 대단했고 일하는 분위기가 좋았죠. 당시 타 시도와 비교해서 앞서가는 도정이었어요. 시도종합평가에서 3년 연속 1위를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그 뒤로 1등을 하지 못해 아쉬워요.

16년 만에 경남에 다시 왔을 땐 여기서 공직생활을 마무리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어요. ‘잘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 책임감 등 만감이 교차했어요. 당시 행정부지사·도지사·서부부지사 1인 3역을 겸하는 중요한 자리인 데다가 홍준표 전 지사 퇴임 후 공직사회는 정치적 여건이 좋지 않았어요. 기분이 좋다기보다는 일을 잘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저를 더욱 짓눌렀죠. 1인 3역을 하다 보면 아마 누구나 저와 같은 심정이었을 거예요.

다양한 현안을 조정해야 하고 쟁점적인 것을 풀어나가야 하고 도민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국회나 청와대에 가서 설득하고 시민단체에 가서 협조를 구하고 복잡한 역할을 해낸 것은 도민이나 공무원들이 많이 도와줬기 때문이죠. 참 고맙죠.

- 평소 ‘일하는 도정’을 강조했는데.

일하는 도정이 아닌 정치적인 도정이 되면 미래지향적이지 않고 발전적이지 않아 현실에 안주하게 되죠. 또 일하는 공무원이 이상하게 되고 정치적 공무원이 더 인정받게 됩니다. 이 때문에 늘 일하는 도정을 강조한 겁니다.

- 경남도민 여러분께.

현장에서 만난 도민들이 진정으로 ‘고맙다’고 말할 때 정말 기뻤어요.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 특히 남자들은 주위에 인정을 받을 때 ‘목숨을 건다’라고 하는데 저도 그와 같았어요.

도지사 역할을 할 때 어떤 게 맞는 것인지 맘속에 조금 부담이 있었어요. 약간 쭈뼛쭈뼛하는 부분이 있었고 맘속에는 번뇌가 계속됐죠. 시·도지사회의에서 행정부지사 역할보다는 도지사권한대행 역할을 하면서 어디까지 역할을 해야 할지 내면에 갈등이 많았어요. 특히 큰 행사의 경우는 더욱 그랬죠. 그러나 일을 하는 과정에서 하나하나 풀어지고 성취감이 좋았지만, 도민들이 좋아해 주시니 저는 ‘도민을 위해 목숨을 건 것’이죠. 늘 감사했습니다.

- 마음이 가는 후배는.

저를 닮은 사람이죠. 언제나 열심히 일하고 아이디어가 많고 일을 하려고 하는 의욕이 있는 사람이에요. 후배들을 보면 저를 보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반면 일도 안 하고 불평만 하고 공직자로서 기본이 안 된 친구들, 판단할 때는 도민들 위주로 정책을 펴나가야 하는데 모든 것을 자기중심으로 판단하는 공무원, 갑질이나 하는 공무원을 보면 얼굴이 화끈거리죠. 무엇보다 공직자는 자신보다 국가나 도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공무원의 기본자세라고 생각하거든요.

- 후임자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후임자는 과거에 경남도 사무관 때 함께 근무했던 후배예요. 박성호 부지사는 저보다 훨씬 훌륭한 후배예요. 김경수 지사를 잘 보필할 거라고 믿어요. 김 지사가 새롭게 출발했으니 해야 할 일이 많을 거예요. 경제분야는 경제부지사 주축으로, 일반 행정적인 문제나 행정 핵심은 행정부지사가 맡았으니 잘할 거예요.

- 향후 계획.

현재 지방행정공제회 임용절차를 거치고 있는데 7월 초 1차 면접을 봤고, 2차 면접이 9월 초에 있어 준비하고 있어요.

-천지일보에 하고 싶은 말.

천지일보를 네이버에서 만나면 무척 반가워요. 천지일보는 전국판이고 내용도 나름대로 분석이 잘돼 있어요. 특히 경남도정에 특별히 관심을 가져줘서 고마워요. 김경수 지사가 앞으로 할 일이 많은데 앞으로도 경남도정을 잘 챙겨주시고 도정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세요.

13일 퇴임하는 한경호 경상남도 행정부지사는 이날 출근해 인사 후 경남도정을 떠나게 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