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0일 흑해 연안에 있는 자신의 고향 귀네이수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터키는 올초 대비 66%나 급락한 터키 리라화와 관련해 곧 새로운 경제 모델을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터키 리라화 급락에 대한 우려로 10일 유로화 역시 13개월 래 최저로 떨어졌다. (출처: 뉴시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0일 흑해 연안에 있는 자신의 고향 귀네이수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터키는 올초 대비 66%나 급락한 터키 리라화와 관련해 곧 새로운 경제 모델을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터키 리라화 급락에 대한 우려로 10일 유로화 역시 13개월 래 최저로 떨어졌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터키가 취약한 경제 상황에 미국과의 갈등까지 겹치면서 금융위기를 향해 치닫고 있다. 터키뿐 아니라 유럽과 신흥국 등 다른 지역까지 위험이 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터키의 위기가 다른 지역까지 퍼질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0일 트럼프가 터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2배로 높인다고 한 후 터키 리라화는 한때 달러 대비 17%까지 떨어지는 등 연쇄 반응이 나왔다.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은 위험성 자산을 버리고 미국 국채와 독일 국채 같은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세계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유럽은 터키와의 무역 규모가 약 1800억 달러(약 200조원)에 달하고 터키에 대한 대출도 많아 터키 리스크가 크다. 이에 유럽 증시의 주가도 모두 하락했고, 유로화는 달러화 대비 1.2% 하락해 1년 만에 가장 낮았다.

터키 내부 경제도 벼랑으로 치닫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통화가치가 급락해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중앙은행의 금융통화위원을 직접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고, 자신의 사위를 재무장관으로 세우면서 경제정책을 휘두르고 있다.

이 가운데 터키 기업들은 마구잡이식으로 외화 자금을 빌려 막대한 빚을 쌓았고 물가는 폭등했다. 터키의 경상수지 적자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터키의 해외 부채는 3월 말 기준 4666억 7천만 달러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3%에 이르렀고 이 가운데 4분의 1은 올해 안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 부채다.

금융 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터키의 막대한 부채를 고려하면 리라화 폭락으로 터키가 곧장 절벽으로 내몰릴 수 있다면서 구제금융을 신청해야만 할 처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리라의 가치는 10일까지 69%나 폭락하면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해외투자자금이 터키에서 빠져나가던 참에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까지 더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간첩으로 지목받고 터키에 2년 넘게 붙잡혀 있는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을 즉각 석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이 터키를 위협하고 있다며 ‘경제전쟁’에 맞서 싸울 것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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