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어사 대웅전.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정인선 기자] <신승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금정산 산마루에는 금빛을 띤 우물이 있는데 그곳엔 항상 물이 가득 차 있고,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그 속에 금빛 나는 물고기가 오색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놀았다고 하여 ‘금샘’이라고 했다.

부산시 금정구와 경남 양산시 동면 경계에 있는 이 금정산의 북동쪽 계곡부에 해인사, 통도사와 더불어 영남의 3대 사찰인 범어사가 자리를 틀고 있다.

범어사는 역사적으로 많은 고승대덕을 길러내고 도인을 배출한 수행사찰로 오랜 전통과 많은 문화재가 있는 곳이다. 범어사 경내 대표적인 문화재로는 조계문, 삼국유사, 대웅전, 삼층석탑 등이 있다.

범어사역에서 내려 다시 범어사로 들어가는 버스에 몸을 싣고 쭉쭉 뻗은 나무들 사이의 도로를 지나서야 범어사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금정산 밑에 자리한 범어사로 들어가는 길은 산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잘 정비돼 있었고, 나무들이 만들어 낸 시원한 그늘로 산보를 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범어사 주위엔 큰 나무들이 많아 바람에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 계곡물 흐르는 소리,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로 한껏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범어사로 들어가는 첫 번째 문인 보물 제1461호 조계문. 산사에 들어서면 맨 먼저 만나게 되는 문으로 기둥이 일자로 나열돼 있다고 해서 일주문이라고도 한다. 범어사의 일주문은 여느 사찰의 일주문과 달리 거대한 4개의 석주로 웅대한 지붕을 받아치게 하는 독특한 구조로 일주문 중의 최고의 걸작이라 평가받고 있다.

일주문에는 절에 따라 사찰의 격을 나타내는 현판이 걸려있다. 범어사의 경우에는 ‘禪刹大本山(선찰대본산)’ ‘金井山梵魚寺(금정산범어사)’라는 두 개의 현판을 내걸고, 가운데 작은 현판에는 ‘曹溪門(조계문)’을 적어 선(禪)수행 도량임을 나타내고 있다.

일주문을 지나 범어사로 가는 두 번째 문인 천왕문과 마지막 문인 불이문을 지나야 비로소 인간세계에서 부처가 사는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고 한다. 천왕문에서 불이문으로 가는 길목 좌우에는 소나무와 대나무가 심어져 있어 더욱 운치를 느낄 수 있다.

범어사가람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보물 제434호 대웅전은 사찰의 중심이기도 하다. 범어사에 올라서면 대웅전 처마 끝에 매달린 맑은 풍경(風磬) 소리에 마음도 맑아진다. 풍경에 달린 물고기 모양은 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 물고기처럼 한순간도 게으름 피우지 말고 수행, 공부에 전념하라는 상징이라고 한다.

범어사 대웅전은 석가모니불상만 모시는 일반 대웅전과는 달리 미륵보살과 가라보살을 각각 석가모니의 왼쪽과 오른쪽에 함께 모시고 있다.

불상을 올려놓는 자리인 불단과 불상을 장식하는 지붕 모형의 닫집에는 용, 선녀, 학 등으로 정교하고 화려하게 꾸며져 있어 그 위엄을 더한다.

또한 범어사 대웅전은 다른 사찰에서 볼 수 없는 정교한 건축기술이 동원된 조선시대 불교문화의 대표적 건축물로 꼽히며, 손으로 깎아 만든 주춧돌과 기둥, 정교하게 장식된 처마의 짜임에서 한국의 전통 목조 건축의 구조미를 엿볼 수 있다.

대웅전 앞의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 왼쪽에 보물 제250호인 삼층석탑을 만날 수 있다. 올해 찾은 삼층석탑의 모습은 예전과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이는 지난해 8월 범어사가 8‧15 광복 64주년을 앞두고 일제에 의해 왜곡되어 온 민족문화를 바로 세우기 위한 일환으로 ‘왜색잔재 청산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범어사 중단부분의 삼층석탑을 원형대로 복원하기 위해 난간석을 해체하고, 일제강점기에 세워졌던 조선총독부 푯말 돌기둥을 뽑아냈다. 그동안 왜곡돼 온 왜색잔재를 청산하고 우리 고건축 전통 탑을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삼층석탑을 돌아 보물 제419-3호인 삼국유사를 살펴보기 위해 성보박물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성보박물관 소장 유물은 조선후기 불화를 비롯해 50여 점의 진영, 1000여 종의 전적과 14종의 목판, 23종의 현판 등 각종 유물을 보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삼국유사가 보존돼 있는 곳은 범어사 성보박물관 외에 개인소장(국보306호), 서울대 규장각(국보306-2호), 성암 고서박물관(보물419-2호), 고려대 도서관(보물419-4호) 등으로 총 5군데다. 이 중 범어사에 있는 삼국유사가 기존의 삼국유사보다 앞서 간행돼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삼국유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범어사 성보박물관 앞 6000m² 공간에는 시민문화광장을 조성 중에 있다. 시민문화광장은 성보박물관 앞터에 잔디 마당을 조성하고, 왼편 석축담장에 ‘ㄷ’자 모양의 돌출 무대가 있는 모습으로 꾸며져 산사음악회, 금정산생명문화축제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어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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