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조계종 개혁을 위한 재가불자 연대체 ‘불교개혁행동’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광장에서 전국재가불자총결집대회를 열고 있다. 대회는 ‘자승 구속, 종회 해산, 3원장 퇴진’을 슬로건으로 진행됐다. ⓒ천지일보 2018.8.11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조계종 개혁을 위한 재가불자 연대체 ‘불교개혁행동’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광장에서 전국재가불자총결집대회를 열고 있다. 대회는 ‘자승 구속, 종회 해산, 3원장 퇴진’을 슬로건으로 진행됐다. ⓒ천지일보 2018.8.11

또 다른 국면 맞은 조계종
종단 안팎 거센 비판 가중
“명예롭게 즉각 퇴진하라”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퇴진을 약속한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돌연 총무원 집행부 주요 부·실장을 교체하자 재가불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조계종 개혁을 위한 재가불자 연대체 ‘불교개혁행동’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전국재가불자총결집대회를 열고 ‘자승 구속, 종회 해산, 3원장 퇴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조계종은 이미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며 “퇴진할 수 있게 재가불자들이 도움을 주자”고 사부대중의 동참을 요청했다.

불교개혁행동은 오는 23일 승려대회를 비롯해 16일 중앙종회, 22일 원로회의를 앞두고 전국 각지의 사찰을 돌며 개혁 동참을 호소하는 캠페인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설정스님의 인사 단행은 16일 이전 사퇴를 앞둔 갑작스러운 결정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퇴진 압박이 더욱 거세지자 설정스님이 ‘당장 퇴진할 의사가 없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봤다. 또 한편에서는 자기 뜻에 따라 차기 구도를 미리 짜놓으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설정스님은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 측 인사로 알려진 총무부장 지현스님과 기획실장 일감스님에게 사표 제출을 지시하고, 지난 9일 전 종회의장 성문스님을 총무부장에 전 호법부장 진우스님을 기획실장 자리에 앉혔다. 총무부장은 총무원장이 사퇴할 경우 새 총무원장 선출 때까지 권한대행을 맡는 자리다.

그러나 총무부장으로 임명된 성문스님은 하루 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임명 하루 만에 사의를 표명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성문스님의 사퇴 배경은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불교계 언론들은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설정스님 퇴진을 압박하는 것과 불교광장 법화회 등 종회의원들이 총무원장 불신임안을 추진하는 일, 그리고 설정스님의 의혹들을 부인하는 기자회견 요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총무부장 인사는 설정스님이 차기 구도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과감하게 선택한 카드였지만, 성문스님의 사퇴로 종단 사태는 또 다른 국면을 맞았다.

앞서 지난 8일 종단 최고 어른인 종정 진제스님은 종헌·종법 질서 속에서 차기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제스님은 이날 원로회의 의장 세민스님이 대독한 교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진제스님은 “설정스님은 항간에 제기된 의혹에 대해 사실 여부를 떠나 종단의 화합과 안정을 위해 용퇴를 거듭 표명했다”고 전했다.

조계종 종헌·종법에 따르면 설정스님이 사퇴한 날로부터 60일 이내 후임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 이와 관련 자승스님은 벌써부터 제36대 총무원장 선거판을 주도하기 위한 포석에 들어갔다고 전해진다.

최근 자승스님은 중앙종회 최대계파인 불교광장을 통해 설정스님 불신임안을 중앙종회에 제출하고, 이를 가결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광장은 오는 16일 개원하는 211회 중앙종회(임시회)에 ‘설정 총무원장 불신임안’을 제출하기로 하고, 소속 4개 계파 종회의원들이 서명하기로 했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조계종 개혁을 위한 재가불자 연대체 ‘불교개혁행동’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광장에서 전국재가불자총결집대회를 열고 있다. 대회는 ‘자승 구속, 종회 해산, 3원장 퇴진’을 슬로건으로 진행됐다. ⓒ천지일보 2018.8.11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조계종 개혁을 위한 재가불자 연대체 ‘불교개혁행동’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광장에서 전국재가불자총결집대회를 열고 있다. 대회는 ‘자승 구속, 종회 해산, 3원장 퇴진’을 슬로건으로 진행됐다. ⓒ천지일보 2018.8.11

한편 설정스님이 퇴진할 의사를 보이지 않자, 종단 안팎에서는 설정스님을 향해 더욱 거센 비판을 가하고 있다.

조계종 입법기구인 중앙종회(국회 격)는 설정스님에게 “종단의 혼란에 대해 책임지고 종단 안정과 화합을 위해 퇴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것처럼 명예롭게 퇴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설정스님 총무원장 당선 직후부터 현재까지 줄곧 사퇴를 촉구한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는 9일 긴급 성명을 내고 설정스님의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시민연대는 “설정원장이 중립적 인사가 아닌 종단 정치의 일선에서 풍운을 몰고 다녔던 대표적 정치승인 성문스님을 총무부장으로 임명했다”며 “이는 자신의 사퇴 이후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내외의 사퇴압력에 저항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조계종 개혁을 위해 총무원장 사퇴를 촉구하며 41일간 단식했던 설조스님도 10일 ‘우리의 외침’이라는 성명을 통해 “교단 안팎의 물의를 일으킨 유사승들은 어서 이 교단을 떠나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루라도 빨리 설정스님을 총무원장직에서 내리려는 자승스님과 이를 저항하는 설정스님 사이의 힘겨루기가 펼쳐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전국선원수좌회 등 개혁세력들이 초법적인 승려대회를 열어 적폐청산과 함께 직선제로 차기 지도부 구성을 꾀하고 있다. 차기 지도부 선출을 둘러싼 종단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설정스님 사퇴 이후에도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화된 종단 사태에 현 집행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조계종 개혁을 위한 재가불자 연대체 ‘불교개혁행동’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광장에서 전국재가불자총결집대회를 열고 있다. 대회는 ‘자승 구속, 종회 해산, 3원장 퇴진’을 슬로건으로 진행됐다. ⓒ천지일보 2018.8.11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조계종 개혁을 위한 재가불자 연대체 ‘불교개혁행동’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광장에서 전국재가불자총결집대회를 열고 있다. 대회는 ‘자승 구속, 종회 해산, 3원장 퇴진’을 슬로건으로 진행됐다. ⓒ천지일보 2018.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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