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연 조은만남 결혼상담소 소장
어려운 이웃, 내 몸과 내 가족처럼 관심 갖고 감싸주는 세상이 됐으면

[천지일보=이길상 기자] “신념이 없으면 절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올해로 15년째 교도소와 인연을 맺고 재소자들을 교화하는 일을 해 온 ‘조은만남 결혼상담소’ 김필연 소장의 말이다.

▲ 김필연 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 아버지의 영향 받아 봉사활동

김 소장이 어린 시절 친구들을 만나면 친구들로부터 ‘너는 봉사하고 살 줄 알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한다. 그는 학창시절 아이들이 너무 좋아 집에 먹을 것이 있으면 아이들에게 다 퍼다 주웠다고 한다. 김 소장은 어릴 때부터 남을 배려하고 베푸는 생활이 몸에 배었던 것이다. 그는 20여 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로부터 ‘너는 돈 많이 벌지 말고 봉사를 많이 하라’는 얘기를 늘 들었다며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말한다.

김 소장의 아버지는 독립유공자인 부친 김창희 선생의 피를 물려받아서인지 정의감이 넘쳤다고 한다.
김창희 선생은 일제치하 경북 봉화에서 신간회 봉화지회에서 상무간사와 대표회원으로 활동하다 1932년 여름 영주·봉화 적색농민조합 사건으로 체포돼 징역 2년 6개월을 살았다.

김 소장의 아버지는 정도가 아니면 가지 않았고 거짓과 타협을 하지 않으며 부지런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노는 것을 보지 못하는 성격으로 동네 길도 많이 쓸고, 일요일에도 면사무소에 나가 일을 했을 정도라고 한다. ‘할 일 없으면 마당이라도 쓸고 책이라도 보라’고 아버지는 늘 가르쳤다고 한다.

김 소장은 “내가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젊은 시절 스카우트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잼버리 국제대회에도 많이 참석했다.

1992년도부터는 여성의 전화 봉사를 시작했다. 그는 처음 10년 동안은 직접 전화로 상담을 했으나 지금은 운영위원으로서 정책에 관련된 일을 도와주고 있다.

여성의 전화에 봉사를 하면서 가정폭력·성폭력 관련법을 제정하는 데 일조한 것 등에 대해 김 소장은 보람됐던 일로 기억하고 있다. 김 소장은 요즈음 다문화가정 자원봉사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불교여성개발원 다문화센터를 통해 다문화가정 자원봉사자 양성하는 프로그램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 20여 년 전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ㆍ태평양 잼버리대회에 참석한 김필연 소장 (사진제공: 김필연 소장)

◆ 교도소와의 인연

김천 소년교도소에 정신교육 강의를 하러 간 것이 계기가 돼 지금까지 법무부 교정위원으로 자원봉사하고 있다는 김 소장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재소자 교화하는 일에 참여해 봉사를 했지만 꾸준히 못한다. 교도소 봉사는 신념이 없으면 못한다”며 “나는 혼자 철칙을 정해 놓고 봉사한다. 해외출장이나 병원입원을 빼놓고는 지금까지 교도소 봉사를 빠진 적이 없다”고 했다.

김 소장이 가족이 없는 재소자들을 위해 김천소년교도소에서 마련한 잔치에 초청을 받아 갔었을 때의 이야기다. 김 소장은 애들이 다 착하게 보였다고 한다. 그 순간 그는 “누가 뒤통수를 탁 치는 느낌을 받았다”며 “애들의 책임이 아니고 사회의 책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식사 도중에 한 아이가 상추쌈을 싸서 김 소장의 입에 넣어주었다고 한다. 김 소장이 행사를 끝마치고 나오는데 그 아이가 ‘편지를 해도 좋겠습니까’라고 말했다면서 그 아이와 인연이 돼 10년 이상을 교화했었다고 한다.

그가 출소 후 김 소장의 집으로 찾아와 일주일을 머물다 원주에 있는 라면공장으로 취직했다면서 지금까지도 김 소장을 어머니로, 김 소장의 남편을 아버지로 부른다고 한다. 그 아이가 지금은 32살이 됐으며 지금까지도 김 소장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김 소장은 자신의 남편이 가장 든든한 후원자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김 소장은 나를 기다리며 언제나 반갑게 맞이해 주는 재소자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그 자체가 보람된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교도소에 가는 발걸음은 늘 가볍고 즐겁다고 한다.

김 소장은 “내 기분이 좋으면 그 좋은 것이 그대로 재소자에게 전달된다”며 “교도소에 갈 때는 내 몸에서 산소방울 같은 맑은 물이 샘솟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김 소장은 “나도 재소자들과 같은 환경이었다면 나도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겠구나 생각해 봤다”면서 “때로는 재소자들에게 많이 배운다. 교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배우고 온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서울구치소에 사형수 2명과 대전교도소의 사형수 1명, 무기수 2명을 교화하러 한 달에 한번 꾸준히 다니고 있다.

김 소장은 교도소를 시민들에게도 개방하기를 희망한다며 “교도소는 일반 시민의 생각과는 달리 재소자들에게 교육을 많이 시키고 있으며 재소자들도 많이 배운다”며 “그러한 것들을 시민들이 알아야 그들을 이해할 수 있으며 인식도 달라질 수 있다. 그래야 시민들의 달라진 생각으로 출소 후 재소자들이 직업을 구하기가 쉬워 사회에 적응하기가 쉬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필연 소장이 불교여성개발원 바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범죄는 예방이 최우선

범죄는 예방이 최우선이라며 주위에 범죄를 저지를 소지가 있는 사람이 있다면 잘 다독거려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 소장은 기업가가 교도소를 만들어 재소자들이 출소 후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도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해 좋은 방법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부 종교단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교도소 운영에는 재소자들에게 특정종교 교육을 강제로 하는 종교편향이 우려돼 반대하는 입장이다.

김 소장은 특히 인성교육을 강조한다. 사람이 범죄까지 갈 때는 대부분은 인성이 잘못돼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교도소에서도 인성교육을 더 많이 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범죄자 대부분은 주위의 무관심·냉대·사랑을 받지 못해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많다는 김 소장은 “장기수들이 출소하면 돈도 갈 곳도 없다”며 “교도소에서는 재소자들에게 일반기업체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만들어 줘 그들이 출소 후 사회적응을 잘할 수 있도록 돈을 저축한 후에 출소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내 몸같이, 내 가족처럼 관심을 가져주고 감싸주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김 소장은 최근에 ‘조은만남 결혼상담소’를 열었다. 그는 결혼상담소를 봉사의 연장선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는 “최근 양심이 실종된 결혼상담소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사회에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돈만을 목적으로 하다 보니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 업체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좋은 만남을 통해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범죄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초석이 될 수 있다고 생각돼 결혼상담소를 열었다”며 “돈 버는 재주는 없지만 돈을 벌게 된다면 봉사하는 일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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