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 법칙들로 우주(창조) 설명 가능” vs “종교 배격하는 과학, 맹신보다 더 위험”

▲ 스티븐 호킹 박사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물리학계의 세계적인 석학 스티븐 호킹 박사가 신을 부정하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호킹 박사는 미국의 물리학자 겸 베스트셀러 작가인 리어나드 믈로디노프와 함께 출간한 새 저서 <위대한 설계(Grand Design)>에서 “우주는 중력에 의해서 만들어졌고 신이 창조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해 유신론(창조론)자들과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는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과학은 신을 불필요하게 만든다”며 “창조주의 도움 없이도 물리학 법칙들이 우주를 설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덧붙여 “과학이 신을 불필요하게(unnecessary) 만들 것”이라고 강조해 논란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호킹 박사는 저서에서 “우리에는 중력과 같은 법칙이 존재하므로, 우주는 무(無)로부터 스스로 창조될 수 있다”며 “신이 개입할 필요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에 대해 창조론 지지자들은 종교와 과학을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창조론 지지단체인 리즌투빌리브(RTB) 학자들은 언론에서 “스티븐 호킹 박사의 새 이론은 근본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근본적인 결함에 대해 “물리학이나 수학 법칙의 대체를 통해 신을 비인격적인 존재로 만든 것”이라고 지적하며 “정신과 영혼이 없는 물리학의 법칙은 다른 생물과 달리 인간에게만 있는 인격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RTB 학자들은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볼 때, 물리학의 법칙들은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이며 하나님이 스스로를 우리에게 드러내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조너선 삭스(커먼웰스연합히브리교인회 대표) 랍비는 “호킹 박사는 잘못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는 종교와 과학의 가치를 동시에 훼손하는 일”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호킹 박사는 지난 88년 발행한 <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ime)>에서는 “우리가 하나의 완전한 이론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인간 이성의 궁극적 승리가 될 것”이라며 “그때를 위해서 우리는 신의 정신(mind)을 알아야만 한다”고 말한 바 있어 이번 파장은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성공회 사제이며 세계 최고 권위의 신학자인 앨리스터 맥그래스(57)는 언론을 통해 “종교를 배격하는 과학은 맹목적인 신앙만큼이나 위험하고 악하다”면서 호킹 박사의 새 이론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과거 뉴턴이 ‘만유인력과 중력’을 처음 증명하고 인정받았을 때 많은 이들이 절대불변의 진리를 찾았다고 믿었다”면서 “시간이 흘러 현대 물리학자들은 그 뉴턴의 법칙에도 맹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다시 세워 진리를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물리학계는 이를 다시 뒤집고 있다. 호킹이 내세우는 이론 또한 절대적인 진리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신의 섭리를 배제한 채 과학으로 우주 탄생을 추측할 수 있다고는 하나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하며 “과학의 일부 영역을 알았다고 주장하면서 나머지 과학과 인간, 자연의 모든 것을 과학으로 입증할 수 있다는 것은 오히려 과학 자체에 대한 맹신”이라고 지적했다.

스티븐 호킹 박사의 이번 이론이 종교계와 대치되고 있어 논쟁은 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향후 유신론자들과 무신론자들이 어떤 이론과 의견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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