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석환 관세청 차장이 10일 오후 정부대전청사에서 북한산 석탄 위장 반입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노석환 관세청 차장이 10일 오후 정부대전청사에서 북한산 석탄 위장 반입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해 7차례 66억원 상당 석탄·석철 불법 반입

관세청, 수입업자 3명·관련법인 3곳 검찰 송치

“사건초기 한미 공조·협의… 제재 가능성 낮아”

한국당 “정부 묵인·방조 의혹… 국정조사 해야”

[천지일보=박정렬 기자] 유엔 안보리 결의상 금수품목인 북한산 석탄, 선철 등이 국내로 밀반입된 사실이 정부에 의해 공식 확인됐다. 다만 한국이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돼 미국이나 유엔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관세청은 10일 정부대전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북한산 석탄 등 위장 반입사건’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3개 수입법인은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7차례 걸쳐 총 66억원 상당의 북한산 석탄·선철을 국내로 불법 반입했다. 이들은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 소재 항구에서 다른 배로 환적한 뒤 원산지를 러시아로 속여 국내로 들여왔다.

관세청은 총 9건의 북한산 석탄 반입 의혹 사건에 대해 조사를 벌여왔고 이 중 7건이 국내로 반입된 사실을 확인, 관련 수입업자 3명과 관련 법인 3개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루이스센터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루이스센터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문제는 대북제재 수위를 높이려는 미국이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이다. 미 행정부는 북한과 거래한 제3국 기업을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대상에 올림으로써 해당 기업을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망에서 퇴출하는 제재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2차 제재를 당하면 글로벌 무역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앞서 핵무장에 나섰던 이란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이 발동돼 이란이 어려움을 겪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테러·비확산·무역 소위원장인 테드 포(공화당) 의원은 최근 미국의소리(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석탄 밀반입에 연루된 기업이 한국 기업이라도 세컨더리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고 답해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이 사건을 인지하고 조사에 들어간 초기부터 한미간 공조와 협의를 진행해왔고 해당 업자를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석탄을 최종적으로 사다 쓴 발전업체 등 우리 기업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의 독자제재는 통상적으로 제재위반 회피가 반복·체계적으로 이뤄지고 관할국이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있을 때 적용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관세청이 북한산 석탄 국내 반입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10일 정부대전청사에서 발표한다. (출처: 연합뉴스)
북한산 석탄이 국내로 위장 반입된 사실이 10일 확인됐다. (출처: 연합뉴스)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가능성은 낮지만 재발방지 대책 마련은 우리 정부의 숙제로 남는다.

이와 관련해 관세청은 “외교부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우범 선박에 대한 선별을 강화하는 한편, 필요 시 관계기관 합동 검색, 출항 시까지 집중 감시 등을 할 것”이라며 “우범 선박 공급자·수입자가 반입하는 물품에 대해서는 수입 검사를 강화하고 혐의점이 발견될 경우 즉시 수사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북한산 석탄 국내 반입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통해 의혹을 해소하고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10일 “관련 정보를 지난해 10월 관계자가 접하고 손을 썼으면 66억원 상당의 석탄 반입은 있을 수 없었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북미 정상회담 때문에 그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방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제사회 신뢰 차원에서 중차대한 문제로, 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했는지, 정부가 알고 있었는지를 밝히는 것은 중대한 외교 현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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