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대구=송해인 기자] 가족에 의해 납치돼 44일 동안 감금된 기간에 강제개종 피해를 당했던 강유미씨가 지난 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의 미온적인 수사 탓에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7
[천지일보 대구=송해인 기자] 가족에 의해 납치돼 44일 동안 감금된 기간에 강제개종 피해를 당했던 강유미씨가 지난 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의 미온적인 수사 탓에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7

30대 신천지 여신도, 강제개종 피해 주장

“목사2, 사모2, 전도사 부부, 권사 등 연루”

 

대구, 대전, 광양 등 5곳서 강제개종 피해

광양C교회 옆 건물 화장실 방충망 뜯고 탈출

[천지일보 대구=명승일 기자] “제가 범법자도 아닌데, 신천지교회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목사 부모, 전도사 오빠 부부, 권사 이모, 또 다른 목사까지 가세해 납치·감금과 협박을 당하고 ‘개종’을 강요당했어요. 무려 5곳에 끌려갔고, 44일 만에 전남 광양의 모 교회 옆에 있던 개종 장소에서 화장실 창문 방충망을 뜯고 겨우 탈출했습니다.”

그야말로 한 편의 ‘범죄 드라마’ 같았다. 목사 부모, 전도사 오빠 내외, 권사 이모까지 자신의 가족과 친지에게 지난 6월 24일 납치돼 이달 6일 탈출하기까지 무려 44일간 감금됐던 강유미(가명, 여, 37)씨는 대구, 경북 영천, 대전, 전남 광양 등 5곳으로 끌려 다녔다. 강씨의 납치와 강제개종에는 가족 외 타 교회 목사와 사모도 가담했다. 납치된 승합차에 있던 대구 A교회 목사는 자신이 ‘유도’를 배웠다며 강씨를 협박했고, 대전의 모 교회 사모는 강제개종 과정을 진행했다.

강씨는 신천지교회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감금돼 개종을 강요당했다. 그렇게 신체의 자유를 철저하게 박탈당한 강씨는 ‘종교의 자유’가 헌법에 분명하게 명시돼 있지만, 현실은 정반대라고 꼬집었다. 이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인권 선진국이 아닌 인권 후진국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사회적으로 여성의 인권이 중요시되는 시점에서 30대 여성이 한밤중에 비명을 지르며 인권이 짓밟힌 채 납치됐고,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경찰이 미온적인 수사를 해왔다고 주장하는 강씨의 주장과도 맞닿아 있다. 강씨는 “내가 납치돼 감금돼 있을 동안 경찰은 무엇을 했냐”고 반문했다. 자신이 감금당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동안 그 어디에서도 경찰 수사력이 미치지 못했다는 것. 무엇보다 경찰이 가정문제 또는 종교문제로 치부해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지난 6일 마지막으로 감금돼 있던 전남 광양 C교회 옆 주택에서 화장실 창문을 통해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한 강씨는 7일 기자를 만나 구체적인 납치·감금 피해 사실을 호소했다.

강씨에 따르면, 신천지교회에 다닌 건 6년 전부터다. 신천지교회에 다닌 지 약 10개월이 됐을 무렵 가족이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최근까지 목사인 아빠와 전도사인 오빠 등 가족과 큰 갈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한 달 전쯤부터 함께 쇼핑하던 엄마가 “가방 사줄테니깐 부산에 놀러가자”고 말했다. 그런데 가방을 사주면 사줬지 놀러가자는 조건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아 의아하게 생각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오빠가 강제개종에 끌고 가려고 몇 차례 계획을 세우고, 엄마에게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게다가 엄마의 일요일 귀가시간이 늦어지기도 하면서 ‘엄마가 개종목사와 강제개종 방안을 상의했을 수도 있겠다’는 짐작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강씨는 지난 6월 24일 밤 11시쯤 대구 집 앞에서 납치당했다. 휴대폰으로 지인과 전화통화를 하던 강씨는 평소보다 컴컴한 집 앞에서 갑자기 ‘유미야’라고 부르는 엄마의 격앙된 목소리를 들었다. 그러더니 사람들 5~6명이 강씨에게 달려들어 승합차에 강제로 태우려고 했다. 이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강씨의 가족과 대구 A교회 B목사였다. 사람들이 들이닥치니, 강씨는 휴대폰을 놓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 휴대폰을 꽉 쥐며 “아악” 비명소리를 질렀다.

이 대목에서 나중에 안 사실은 또 있다. 바로 ‘동네 주민이 비명소리를 들었다고 하더라’는 말을 경찰로부터 들었다고 강씨는 전했다. 그럴 것이 휴대폰 통화 종료 버튼이 안 눌러지도록 하면서 강씨는 소리를 계속 질렀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휴대폰을 빼앗겼다. 사람들이 승합차로 밀어 넣는 바람에 스커트가 허리 위로 말리면서 인간적 수치스러움까지 느껴야 했다.

곧이어 승합차 안에는 부모님과 오빠, 새 언니, 둘째 이모 등 총 6명이 탔다. 강씨 엄마는 “가족여행이나 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강씨는 당시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의 몰골이나 상황이 너무 처참했기 때문이다. 코에선 코피가 나고 있었고, 차에 타지 않으려고 실랑이를 하는 과정에서 어깨와 등에 온통 타박상을 입었다.

(출처: 게티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

◆유도 전공 A목사도 가세 ‘협박’

강씨 옆에는 가족 외에도 체격이 건장한 한 남성이 있었다. 강씨가 “당신은 누구냐. 목사라면 부끄러운 줄 알아라”며 “사람을 납치하고 감금하는 일에 가담해서 교회를 운영하는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이후 그 남성은 유도를 전공했고 엄마의 친구였으며, 대구 A교회 B목사로 확인됐다.

강씨는 또 “아빠는 ‘물도 주지 말라’고 했다”면서 “B목사가 ‘내가 유도를 전공했기 때문에 여자 한 명 어떻게 하는 건 문제도 아니다’라고 폭언을 퍼부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가족이란 이름으로 이렇게 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렇게 승합차는 대전 방향으로 도로를 내달렸다. 그러다 2시간 30분쯤 지나서 대전의 한 오피스텔에 도착했고, 7층으로 올라갔다.

그때부터 가족은 강씨를 납치한 구체적인 목적을 드러냈다. 강씨는 가족이 “‘여기서 쉬면서 (개종)상담 한 번 받아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빠는 ‘네가 도망가 봤자 어떻게 하겠느냐. 도망갈 생각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며 협박성 발언을 일삼았다고 했다.

강씨는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구나’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며 “정신을 차려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회상했다. 또 가족의 강제개종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거부했다.

강씨는 가족이 강제개종을 치밀하게 준비한 증거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가족은 옷가지와 이불, 쌀, 생수 등을 이미 준비했던 것이다. 가족은 특히 오피스텔에 도착하자마자 붉은색 자물쇠로 출입문을 잠궜다. 화장실 문 역시 잠그지 못하도록 나사를 모두 빼놓은 상태였다.

강씨는 오피스텔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을 정도로 신체의 자유가 박탈당했다. 그가 “장로교에서 가르치는 게 맞다면 과연 이런 행위가 맞는 것이냐”고 물었지만, 오히려 가족은 “네가 믿는 신천지교회가 맞다면 한 번 확인해 보자. 너는 왜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렇게 가족과 실랑이를 벌이면서 꿈속에서도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악몽 같은 하루가 지나갔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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