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 돈으로 외유성 해외출장을 한 게 문제돼 논란이 뜨겁다. 지난달 26일 국민권익위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는 38명의 의원 명단을 국회에 통보했다. 국회는 변명하기에 급급하고 수사기관도 침묵하고 있어 진실을 밝히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권익위는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는 의원들 명단을 국회에 넘기고 스스로 판단하라고 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건 스스로 할 일을 하지 않고 범법혐의가 의심되는 사람들이 속해 있는 기관에 통보한 것인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김영란법 시행령 33조 1항에 보면 소속기관 또는 감독기관에 통보할 수 있게 돼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건 수사기관 또는 감사원에 통보하는 경우가 아닌 때만 그렇게 하게 돼 있다. ‘범죄의 혐의가 있거나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수사기관에 통보해야 한다. 

국회의 모습은 더욱 더 이해가 안 된다. 우선 국회의장부터 38명에 포함돼 있으니 모양새가 사납긴 할 것이다. 이계성 국회 대변인은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지원의 해외 출장에 대해 사전에 권익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문제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JTBC가 취재한 결과 거짓말로 드러났다. 

국회는 스스로 켕기긴 했나 보다. 앞으로는 피감기관과 함께하는 해외출장을 ‘원칙적으로 금지’ 하고 ‘국회의원 국외활동 심사자문위’를 만들어 사전에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비판을 무디게 만들기 위해 만든 졸속적인 방안이다. 심의위 구성을 보면 심의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7명 가운데 의원이 5명이고 외부 인사가 2명이다. 외부인사도 국회의장이 임명하게 돼 있다. 

김영란법 위반여부에 대한 판단을 코이카의 감독기관인 외교부가 하게 생겼다. 놀라운 사실 아닌가. 범죄 혐의자가 스스로 김영란법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는 건데 도대체 어느 나라 법률인가. 외교부가 피감독기관인 코이카를 범법자로 만드는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더욱이 외교부와 코이카는 국회의 피감기관이다. 

국회는 명단공개 요청을 거절했다.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명단공개는 물론 ‘국외활동’ 코스, 쓰인 돈의 규모 등에 대해 소상히 밝힐 책임이 국회에 있다. 국민들은 김영란법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국회의원이 김영란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음에도 진실 규명을 외면하고 명단공개조차 회피한다면 이해할 국민이 몇 명이나 있을까. 

김영란법을 위반한 혐의가 의심되는데 권익위는 명단공개도 못하고 자신의 책임을 벗어나기 위해 김영란법 위반이 의심되는 의원들이 소속돼 있는 국회에 책임을 떠넘기고 국회는 명단공개는 물론 혐의 자체를 부인하고 있고 위법 여부에 대한 판단은 피감기관의 손으로 넘어가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 정의의 시스템이 붕괴되는 현실을 목격하고 있다. 

지금 상황을 풀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있다. 경찰과 검찰이 나서는 것이다. 범법행위가 있으면 수사해서 처벌하는 것이 사법당국이 할 일이다. 국민은 법을 위반하면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져서 처벌 받는다. 법을 위반 혐의가 있음에도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수사를 받지 않고 넘어간다면 옳지 않다. 

권익위 소속 공무원은 권익위는 김영란법 위반이 의심되는 사람만 추려서 명단을 국회의장에게 보냈다고 한다.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 범죄 혐의가 있는 의원들이 속한 국회에 맡길 일이 아니다. 의원들의 해외출장에 돈을 대는 처지에 있을 뿐만 아니라 법 위반이 의심되는 피감기관에 맡기는 것은 더 더욱 말이 안되는 일이다. 

김영란법 위반이 의심되는 사안에 대해 엄정한 수사 없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넘어간다면 김영란법은 사문화되고 말 것이다. 힘센 권력자라고 해서 예외로 치부하고 법 적용을 회피한다면 권익위도 사법당국도 직무유기의 범죄를 범하는 것이다. 사법당국은 국회의원 38명을 철저히 수사해야 법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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