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일회용 플라스틱 컵 남용 단속이 시작된 지 일주일째를 맞은 9일 서울 중구의 한 대형 카페 내에 ‘머그잔 사용을 원하시지 않는 경우 모든 음료(HOT/ICED)는 종이컵에 제공됩니다.’라고 적힌 문구가 게시돼있다. ⓒ천지일보 2018.8.9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일회용 플라스틱 컵 남용 단속이 시작된 지 일주일째를 맞은 9일 서울 중구의 한 대형 카페 내에 ‘머그잔 사용을 원하시지 않는 경우 모든 음료(HOT/ICED)는 종이컵에 제공됩니다.’라고 적힌 문구가 게시돼있다. ⓒ천지일보 2018.8.9

“정부 정책 일관성 없어” 지적 나와
종이컵, 일회용품 규제 대상 포함 안돼
전문가 “종이컵도 남용하면 규제해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아니 종이컵은 일회용 컵 아닌가요? 플라스틱 컵만 단속하는 게 어딨어요!”

9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변용석(가명, 20대, 남)씨는 매장 안 카운터 앞에 붙어있는 ‘머그잔 사용을 원하시지 않는 경우 모든 음료(HOT/ICED)는 종이컵에 제공됩니다.’ 라는 문구를 보고 피식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의 일회용 플라스틱 컵 남용 단속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텀블러를 이용하거나 매장 내 머그잔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확실히 전보다 늘어난 모습이지만, 일부 시민사이에서는 정부의 플라스틱 컵 사용 규제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2일부터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 내에서 음료를 마실 때 일회용 컵 사용을 단속하고 있다. 사업주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과 테이크아웃 여부 확인, 안내 문구 부착 등을 따져 단속해 5만~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매장에서는 ‘플라스틱 컵’ 대신 ‘종이컵’을 제공해 논란이 일고 있다. 종이컵의 경우 현재 정부의 규제·단속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를 이용해 업주들이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날 기자가 방문한 서울 종로구 내 한 대형 커피전문점 매장에도 ‘머그잔 사용을 원하시지 않는 경우 모든 음료(HOT/ICED)는 종이컵에 제공됩니다.’라는 문구가 버젓이 붙어있었다. 심지어 기자가 음료를 주문하자 종업원은 “머그잔을 이용하시기 불편하시면 종이컵에 담아드리겠다”고 권유하기도 했다.

매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정부의 정책이 일관성이 없다고 목소리를 냈다. 종이컵 역시 환경에 안 좋은 것은 마찬가진데 왜 일회용 컵만 규제를 하냐는 것이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일회용 플라스틱컵 단속 일주일인 9일 오후 서울 시내에 한 커피전문점 매장 내 손님들이 일회용 종이컵에 음료를 마시고 있다. ⓒ천지일보 2018.8.9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일회용 플라스틱컵 단속 일주일인 9일 오후 서울 시내에 한 커피전문점 매장 내 손님들이 일회용 종이컵에 음료를 마시고 있다. ⓒ천지일보 2018.8.9

이 카페를 방문한 김가을(가명, 20대, 여)씨는 “결국 나중엔 머그잔을 이용하기 불편한 손님들은 다 일회용 종이컵을 찾게 될 것 아니냐”며 “그렇게 되면 일회용 컵만 규제하는 정부 제도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용객 김소정(21, 여)씨도 “한 카페에서는 머그잔에 담아달라고 하니 머그잔이 없다며 일회용 종이컵을 포개서 음료를 줬다”며 “같은 일회용 컵인데 종이컵이라 괜찮은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카페 관계자들은 매장 내 머그잔 사용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인근의 한 소규모 카페 점주는 “바쁠 때 손님이 몰리면 머그잔을 일일이 다 설거지하기 힘들다”며 “설거지 때문에 아르바이트생을 쓰기도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고, 정말 바쁠 땐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일회용 컵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현행 자원재활용법에 따르면 종이컵은 규제 대상 일회용품에 포함되지 않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환경 보호를 위해서는 종이컵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는 “일회용품으로 규정이 됐는지, 안됐는지를 따져선 안 된다“며 “종이컵의 남용도 환경적으로 유해하다면 규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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