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세습 논란을 사고 있는 명성교회가 한국교회를 뒤흔들고 있다. 7일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이 명성교회 세습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려 연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표는 명성교회 세습 일지. ⓒ천지일보
부자세습 논란을 사고 있는 명성교회가 한국교회를 뒤흔들고 있다. 7일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이 명성교회 세습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려 연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표는 명성교회 세습 일지. ⓒ천지일보

재판국 8:7 ‘명성교회 세습 인정’… 반대표 6명은 사직
명성교회 “판결 존중한다” vs 세반연 “부·권력에 무너져”
“타교회도 세습하려 할 것”… 총회 강타한 거센 후폭풍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부자세습을 강행한 초대형교회인 명성교회 사태가 한국교회를 뒤흔들며 그 여파와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명성교회 반대파는 연일 비판과 철회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명성교회 설립자 김삼환 원로목사에게 공개적으로 교단 탈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명성교회는 따가운 시선과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명성교회 세습 사태가 더 충격적인 것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사법기관인 총회재판국이 교단 헌법에 명문화된 목회자대물림금지법 곧 세습방지법을 뒤엎고 ‘서울동남노회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의 청빙 결의가 적법하다’고 판결을 했기 때문이다. 8일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는 “세습방지법(헌법 제28조 6항)은 유명무실한 법이 됐다. 참담하다”고 탄식했다.

예장통합총회는 지난 2013년 9월 제98회 정기총회에서 세습방지법을 통과시켰다. 2014년 제99회 총회에선 헌법에 명문화했다. 당시 교단 최대 교회이자 장로교단 중 가장 컸던 명성교회의 설립자 김삼환 목사가 퇴임을 앞둔 시점이라, 총회 차원의 세습방지법 통과는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일부에선 변칙 세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김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는 2013년 정기총회 ‘목회자대물림금지법(세습방지법)’ 통과 이후 11월에 열린 장신대 종교개혁기념세미나에서 “세습 안 한다”고 발언해 세습 우려를 일축했다. 김하나 목사는 2104년 명성교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경기도 하남시에 ‘새노래명성교회’를 세우고 나갔다.

김삼환 원로목사 또한 2015년 11월 청빙위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세습할 마음이 없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수차례 같은 말을 했다.

하지만 우려가 현실이 되기까지는 채 2년이 걸리지 않았다. 명성교회 당회가 2017년 3월 11일 김하나 목사 청빙과 새노래명성교회 합병을 전격 결의한 것이다. 이는 명성교회와 새노래명성교회 합병한 후 담임목사직에 김하나 목사를 세우겠다는 것으로, 세습 논란이 거세게 일기 시작했다. 같은 달 19일에는 공동의회에서 새노래명성교회와의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논란이 커지자 총회헌법위원회가 명성교회 당회에 제동을 걸었다. 총회헌법위는 헌법 28조 6항(세습방지법) ‘은퇴한 목사의 자녀는 청빙할 수 없다’는 취재의 해석을 한 것이다.

헌법 28조 6항에는 ‘은퇴하는 담임목사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담임목사로 청빙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총회헌법위의 조치에도 명성교회는 교단 헌법의 허점을 노려, 세습 강행을 멈추지 않았다. 명성교회 측은 김하나 목사의 청빙을 결의한 ‘교인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세습방지법 관련 조항에 ‘은퇴하는’이라는 문구를 들어 “김삼환 목사가 2015년 ‘은퇴한’ 이후 2017년 3월 김하나 목사를 청빙했기 때문에 세습방지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5년 12월 원로로 추대된 김삼환 목사는 ‘은퇴하는’ 목사가 아니라 ‘은퇴한’ 목사이고, 교회 당회가 교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절차를 밟아 김하나 목사를 후임 담임목사로 청빙했다는 논리를 폈다. 9월 총회헌법위원회가 기존의 입장을 뒤집고 ‘교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므로 개정해야 한다’는 해석을 내리자, 명성교회 측과 반대파의 공방이 더욱 거세졌다.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은 명성교회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지난 7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서울동남노회 결의 무효 확인소송’과 관련 8대 7로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청빙결의를 반대한 7명 중 6명은 8일 총회장 앞으로 재판국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사직서에서 “헌법수호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무겁고 죄송한 마음으로 총회와 교계에 책임을 통감해 사직한다”고 사임 사유를 밝혔다. 오세정(연동교회) 장로도 추가로 사직서를 낼 예정이다.

청빙결의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비판과 반대 성명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목정평) 등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반연은 “총회재판국은 명성교회의 부와 권력에 무너졌다. 재판국의 결정은 한국교회가 ‘정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민낯”이라며 “이 판결은 한국교회의 개혁을 꿈꾸는 젊은 목회자와 신학생들의 세습반대 절규를 외면한 유전무죄의 판결”이라고 일갈했다.

목정평도 “‘은퇴하는 목회자 자녀는 해당 교회의 담임 목사가 될 수 없다’는 총회 헌법은 사문화됐다”고 탄식했다.

소망교회 김지철 목사는 김삼환 목사에게 8일 공개편지를 띄워 “교단을 떠나달라”는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세습은 아들이나 성도를 위한 것이 아니다. 김삼환 목사가 단지 자기 보신을 위해 그렇게 집착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이제라도 목사님이 결단을 내려주시길 촉구한다. 이제 조용히 통합총회를 떠나 달라. 그래야 한국교회와 총회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 김동호 목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총회재판국을 강하게 질타하며, 끝까지 저항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 목사는 “9월 총회에서 명성교회와 동남노회 그리고 총회재판국의 불법을 바로 잡아야만 한다”며 “기독교가 강도를 만나 죽어가고 있다. 못 본 척 그냥 지나가면 안된다. 끝까지 저항하자”고 했다.

예장통합은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전북 익산 이리신광교회에서 제103회 총회를 개최한다. 총회에서 총회대의원 3분의 2 동의를 얻으면 총회재판국 판결을 재심할 수 있다. 세습 반대파는 여기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명성교회가 교단 내에서의 정치적 영향력이 적지 않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명성교회 측은 “교회로서는 판결을 존중한다”라는 말뿐, 더 이상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총회재판국 판결의 더 큰 문제는 대형교회 세습이라는 나쁜 선례를 남긴 점이다.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와 장로회 신학대 학생 등은 “납득이 어렵다. 다른 교회들도 이 선례를 통해 세습하려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교회는 2000년대 들어 개신교 부흥을 이끈 1세대 목회자들이 은퇴하고 목회 일선에서 물러나는 추세다. 수년 전부터 중·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세습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결국 개신교 주요 교단들은 교회 안팎의 따가운 시선과 지탄을 피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세습금지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 명성교회 세습 사태로 사실상 사문화돼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불신과 우려를 키운 예장통합총회가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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