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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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사형제 폐지 반대 토론 교재 배포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논란이 되는 사형제도에 대해 줄곳 반대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천주교가 반대 논리를 교인들에게도 가르칠 수 있도록 교재를 만들었다.

눈에 띄는 것은 신자들이 왜 반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고 찬성하는 입장과도 토론을 펼칠 수 있도록 교재를 고안했는 점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배기현 주교)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사폐소위)는 ‘사형제도 폐지 토론을 위한 교사용 자료집’을 발행해 지난 7일 전 교구에 온라인으로 배포했다. 실물 자료집은 제4회 한국청년대회(KYD) 기간인 오는 14일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 이웃체험 부스에서 배포될 계획이다.

자료집은 ‘우리는 왜 살인이 나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살인하는 사람을 살인하는가?’라는 제목으로 천주교인권위원회와 인권교육센터 ‘들’의 도움을 받아 제작됐다. 각각 50분 2개 차시 분량의 토론 수업자료를 실었다. 신자나 학생들이 학교에서 논술, 토론 부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1차시에 학생들은 ‘사형을 집행하면 흉악 범죄율이 낮아진다’ ‘피해자는 똑같이 갚아주기를 원한다’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것은 세금 낭비다’ 등 사형제도에 대한 통념과 실제를 놓고 토론하게 된다. 또한 범죄 피해자가 한순간에 가해자가 된 실제 사건을 통해, 범죄의 원인과 책임이 개인에게만 집중되는 현실에서 사회의 역할을 생각해 볼 수 있다.

2차시에는 사형 집행관, 사법 살인 피해자 유족의 증언을 기록한 시청각 자료를 열람하고 사형제도 폐지 선언을 가정해 대통령, 법조인, 사형을 집행한 적이 있는 집행관과 살인피해자 유족, 기자 들의 입장에서 사형제도 폐지의 근거를 묻고 답할 수 있다.

사폐소위는 자료집 발행 취지에 대해 “사형제도는 학교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많이 언급되며 토론되는 주제이지만 정확한 정보와 윤리적 관점을 제시하는 교육자료가 드물기에, 청소년들에게 사형제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윤리적, 생명보호 관점에서 교육이 이뤄지도록 했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7년 12월 우리나라의 사형집행 중단 20주년 기념행사를 맞아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를 통해 교황 강복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지난 2일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전 세계 가톨릭 교회에 서한을 보내, 사형제도와 관련한 ‘가톨릭 교회 교리서’ 2267항을 공식 수정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문항은 “피고를 사형해야 할 절대적 필요성이 있는 사건은 ‘실제로 전혀 없지는 않더라도 매우 드물다’”고 명시돼 있었으나, 수정 문항은 “교회는 복음에 비추어 ‘사형은 인간 불가침성과 존엄에 대한 공격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가르치며, 굳은 의지로써 전 세계의 사형폐지를 위해 활동한다”고 단언한다.

한편 우리나라는 21년 째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으로 분류된다. 지난 2007년 국제앰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 기준에 따라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되었다. 마지막 사형 집행은 1997년 12월 30일 지존파 등 23명에 대한 집행이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이는 998명이다.

우리나라는 법률적으로는 ‘사형제 존치국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처럼 법률상 사형제도가 있는 나라는 57개국, 폐지한 국가는 141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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