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을만나다] 26년 차 베테랑 배우 이정재 ‘염라언니’된 이유
[영화人을만나다] 26년 차 베테랑 배우 이정재 ‘염라언니’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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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관함께-인과 연’에서 ‘염라대왕’ 역 맡은 배우 이정재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신관함께-인과 연’에서 ‘염라대왕’ 역 맡은 배우 이정재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도둑들’ ‘신세계’ ‘관상’ ‘암살’ ‘인천상륙작전’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필모그라피에 새로운 획을 긋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온 배우 이정재. 그는 국보급 배우답게 역할의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고 존재를 드러내는데 대표적인 예가 ‘신과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이다. 그는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염라대왕’이라는 존재를 진지한 표정과 근엄한 목소리에 카리스마를 가진 모습으로 스크린에 생생히 구현해냈다. 2편인 ‘신과함께-인과 연’에서는 확장된 이야기 속에서 염라대왕의 캐릭터와 감정선을 그리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1400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인기를 끈 1편으로 이정재는 ‘염라스틴’ ‘염라언니’ 등의 수식어가 생길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근 2편의 개봉 전 주연배우 못지않게 열정적으로 홍보에 임한 이정재를 만나 영화에 대한 대화를 나눠봤다.

특별출연계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등극하고 있다는 기자의 말에 이정재는 “아니다. 나는 완벽한 조연이다. 이름 순서상으로 치면 7~8번째”라며 “김용화 감독님이 저에 대한 배려로 마음을 써줘서 좀 더 좋게 보이게 한 것 같다. 또 염라 역할이 스포일러를 담고 있어서 큰 그림을 그렸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관함께-인과 연’에서 ‘염라대왕’ 역 맡은 배우 이정재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신관함께-인과 연’에서 ‘염라대왕’ 역 맡은 배우 이정재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다음은 이정재와의 일문일답.

-이제 ‘염라대왕’ 하면 이정재가 떠오르게 됐다. 소감은.

감사한 일이다.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건 캐릭터다. 좋은 캐릭터로 기억해주신다면 이제는 오히려 김용화 감독님에게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닌가.

-염라대왕은 추상적인 대상이라 표현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예라는 게 정확히 없는 캐릭터다. 초반에는 방향 잡기가 쉽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지에 대한 상상력이 너무 방대하니까 그 상상력을 집중시켜서 모으는 작업의 시간이 꽤 걸렸다. 제 촬영 분량이 초반에 잠깐 촬영하고 차태현씨한테 멱살 잡히는 신 처음 찍고, 1년 지나서 막바지 촬영할 때 다시 합류돼서 촬영했는데 오히려 그게 저한테는 도움이 됐다. 염라를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긴 머리를 휘날리거나, 비녀를 꽂은 머리 모양이 인상적이다. 분장시간은 얼마나 걸리는가.

분장하는 시간이 1시간 30~40분 걸리는데 염라대왕처럼 보인다면 그 정도 노력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염라대왕이라고 하면 아주 새롭게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누구나 어렴풋이 ‘이렇지 않을까’ 하는 이미지는 갖고 있을 것이다. 지금 영화에 나오는 염라의 모습이 여러 분장의 테스트를 통해 나온 결과물이다. 제 사진에 12가지의 스타일을 만들어 놓고 그중 4가지를 2일에 걸쳐 분장해봤고, 제일 좋은 모습이 선택된 것이다.

‘신관함께-인과 연’에서 ‘염라대왕’ 역 맡은 배우 이정재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신관함께-인과 연’에서 ‘염라대왕’ 역 맡은 배우 이정재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염라스틴’ ‘염라언니’ 등 다양한 수식어 마음에 드는가.

긴 머리가 의외로 무겁더라. 목덜미가 덥고, 생활하는데 불편하기도 하고 여러 애로사항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촬영장에서 불편하다고 분장팀에 말했더니 여성분들이 사용하는 빨간색 큰 집게로 꼽아줬다. 그걸 하정우씨가 보고 염라언니라고 별명을 지어줬는데 반응이 좋더라. 염라라는 캐릭터 자체를 재밌게 생각하시는구나 싶었다. 제 캐릭터를 많은 분에게 알리게 됐으니 오히려 정우씨한테 고맙다.

-염라대왕 특유의 음색이 인상적인데 의도한 것인가.

어떤 캐릭터를 맡느냐에 따라 살을 찌우거나 운동하는 것 같이 음색도 조금씩 조절한다. 사투리를 구사한다던가. 이번 영화에서 제일 신경을 썼던 건 소리다. 서울에서 안성까지 세트장을 오가는데 1시간 30분이 걸린다. 차로 이동하는 시간에 발성연습을 많이 했다.

“슬퍼서 우는 것이냐”라는 대사가 중요했다. 가장 많이 연습하고 시도했던 대사다. 그 대사가 염라의 캐릭터를 만드는데 첫 번째 단추였다. 염라도 1000년을 기다려 온 인물이기 때문에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했다.

-현장이 매우 힘들었다고 하던데.

분위기는 좋았지만 체력적으로 되게 힘들었다. 영화 촬영은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라서 연기자 등 모든 스태프 모두 체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세트장에서 1년 이상 촬영하니까 모두 호흡기가 안 좋아져서 기관지염, 감기가 1년 내내 걸렸었다.

모래사막 장면에서 모래가 날리면 모래를 실제로 뿌리고, 불을 때면 연기가 난다. 그런 것들이 세트장을 계속 돌아다니다 보니 모든 사람이 건강이 안 좋았다.

‘신관함께-인과 연’에서 ‘염라대왕’ 역 맡은 배우 이정재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신관함께-인과 연’에서 ‘염라대왕’ 역 맡은 배우 이정재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생활 26년 차인데 배역의 크기를 따지지 않고 출연한 이유는.

이제는 그래야 하는 숫자가 된 것 같다. 영화인으로서 저를 필요로 하시는 일들이 있다면 후배나 동료를 위해 작은 거라도 함께 해야 하는 나이가 되지 않았나 싶다.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좀 더 재미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면 다른 즐거움이자 재미인 것 같다.

-‘신과함께’ 3편이 만들어지면 염라대왕도 나올까.

염라가 그렇게 많이 나오겠나. 일단 2편이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야 3, 4편을 상상할 수 있는 것.

-배우 이정재는 어떤 식으로 기억되길 원하나.

솔직히 제가 그렇게 포부가 있진 않다. 욕심이 있다면 제가 하고 있는 영화 만드는 일은 열심히 하고 싶다. 비록 지금의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잘했다’보다 ‘저 사람 그래도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았고 노력하는 배우였구나’고 평가해줬으면 좋겠다. 그 정도가 정말 최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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