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군 양도면의 진강산 동쪽 남사면에 위치한 고려 제21대왕인 희종의 무덤인 강화 석릉(碩陵, 사적 제 369호)’ⓒ천지일보 2018.8.9
인천 강화군 양도면의 진강산 동쪽 남사면에 위치한 고려 제21대왕인 희종의 무덤인 강화 석릉(碩陵, 사적 제 369호)’ⓒ천지일보 2018.8.9

강화 석릉 주변 고분 다수 발견

고려 고분문화 변화과정 확인

도기병·청자발 외 중국 화폐 출토

[천지일보=장수경·김미정 기자] 인천 강화군 양도면의 진강산 동쪽 남사면. 표지판을 따라 산길을 걷다 보면 ‘강화 석릉(碩陵, 사적 제 369호)’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곳은 고려 제21대 왕인 희종(熙宗, 재위 1204~1211)의 능이다. 석릉이 있는 진강산 주위에는 ‘가릉’과 ‘곤릉’ 등 고려시대 왕릉급 유적이 분포해있다. 특히 최근 석릉 주위에 고분군 발굴조사가 진행돼 고려시대 무덤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려시대 다양한 묘제 확인

8일 오후 문화재청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소장 이규훈)는 강화 석릉의 주변 고분군에 대한 첫 발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5월부터 진행된 조사는 석릉 주변에 묻힌 피장자들의 신분 조사와 인근에 있는 석릉과의 관계를 밝혀내기 위해 이뤄졌다.

이보람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가 강화 석릉 주변 고분군 학술발굴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9
이보람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가 강화 석릉 주변 고분군 학술발굴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9

역사적으로 보면, 강화는 한강 이남의 유일한 고려의 도읍지다. 고려 고종 19년(1232년) 몽골의 침략에 맞서 강화도로 천도한 후 1270년까지 39년간 이곳은 고려의 수도 역할을 해왔다. 이를 ‘강도시대’라고 부른다.

이보람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이번 발굴조사 작업을 통해 고려시대 다양한 묘제를 확인했다”며 “강도시대 전후 고려 고분문화의 변화과정에 관한 기초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강화 천도 이전 축조된 고분군 ‘10호’ ⓒ천지일보 2018.8.9
강화 천도 이전 축조된 고분군 ‘10호’ ⓒ천지일보 2018.8.9

◆강화 천도 이전 축조된 ‘10호’

석릉 주변 고분군은 총 118기가 있다. 고분군은 석릉이 위치하는 능선을 포함해 석릉 동쪽의 세 능선과 서남쪽의 능선 등 5개 능선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연구소가 선별해 발굴조사를 실시한 곳은 석릉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는 2구역, 3구역에 분포해 있는 고분군 중 중심 고분 총 ‘6기’다.

황인호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책임조사원은 “석릉 주위로 같은 형식의 무덤이 있을 것으로 생각이 들지만, 능선별이나 시기적으로 다양하게 묘지의 변천이 있을 수 있다”라며 “구역별로 대표되는 6기를 선별해서 비교 연구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강화 석릉 주변 고분군 10호 출토유물 (제공: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천지일보 2018.8.9
강화 석릉 주변 고분군 10호 출토유물 (제공: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천지일보 2018.8.9

석릉을 바라볼 때 왼쪽으로 4기, 오른쪽으로 2기가 발굴돼 있다. 그중 왼쪽 맨 위쪽에는 고분군 10호와 11호가 10m의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었다.

10호는 할석조(割石造, 모양이나 크기가 고르지 않게 깬 돌) 석곽묘로 평면 형태는 장방형(직사각형)이다. 규모는 길이 260㎝, 너비 100㎝, 깊이 60㎝이다.

이 학예연구사는 “10호 내부는 도굴로 인해 교란됐으나 내부에서 청자발, 소형 유병 등이 확인됐다. 약 11세기의 유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발견된 유물을 통해 이 무덤은 강화 천도 이전에 조성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3구역에 있는 고분군 56호. ‘⊓’형태의 담이 쌓여 있고, 남서쪽에서 석인상 2구가 확인됐다. ⓒ천지일보 2018.8.9
3구역에 있는 고분군 56호. ‘⊓’형태의 담이 쌓여 있고, 남서쪽에서 석인상 2구가 확인됐다. ⓒ천지일보 2018.8.9

◆무덤서 중국 화폐 발견

11호는 판석(板石, 널돌)과 할석을 쌓아 조성한 할석조 석곽묘로 장방형이다. 아래쪽은 참배단이 있고, 11호 내에서는 개원통보(당나라 화폐) 1점, 철촉 1점이 발견됐다. 참배단에서 다수의 자기편이 출토됐다. 

또 특징을 보이는 곳이 3구역에 있는 고분군 56호다. 석릉에서 동쪽으로 30m 정도 떨어져 있다. ‘⊓’형태의 담이 쌓여 있고, 남서쪽에서 석인상 2구가 확인됐다. 석인상을 통해 무덤의 주인이 계급이 높았음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석실 내부 출토유물은 도굴로 인해 발견되지 않았다. 문비석 하단에서 지도원보(至道元寶), 희령원보(熙寧元寶) 등 중국 송나라(북송) 동전 5점과 미상 청동편이 발견됐다. 다만 고분 인근에 청자편들과 미상 철기편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고분 축조 당시에는 다양한 유물이 매납됐을 것으로 보인다.

강화 석릉 주변 고분군 56호 출토유물 (출처: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천지일보 2018.8.9
강화 석릉 주변 고분군 56호 출토유물 (출처: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천지일보 2018.8.9

 황 책임조사원은 “석릉은 왕릉이어서 정비가 잘 돼 있지만, 주변 고분군은 도굴되거나 관리가 잘 안됐다”라며 “우리가 발굴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강도시기 무덤의 성격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발굴을 통해서 정확한 구조를 알고 여러 형태의 무덤을 보여줌으로써 관리하는 방안을 생각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고분군에서 수습한 유물은 연구소로 옮겨서 보존처리하고 선별회의를 거쳐서 일부는 국가 귀속된다. 남은 유물을 연구소 수장고에 보관·관리하면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후 전시를 통해 국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연구소는 총 5곳 중 올해 조사를 실시한 2, 3구역 외에 남은 3곳에 대한 조사를 연차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강화 석릉 주변 고분군 56호 석인상. 보통 석인상은 직급이 높은 사람의 무덤 앞에 세워 놓는다. 이를 통해 무덤 주인의 신분이 높음을 추정해 볼 수 있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천지일보 2018.8.9
강화 석릉 주변 고분군 56호 석인상. 보통 석인상은 직급이 높은 사람의 무덤 앞에 세워 놓는다. 이를 통해 무덤 주인의 신분이 높음을 추정해 볼 수 있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천지일보 201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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