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모습. ⓒ천지일보 2018.8.8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모습. ⓒ천지일보 2018.8.8

용산 부동산 합동단속에 움찔

문 닫고 대부분 전화로만 업무

매물 없어 사실상 ‘거래 절벽’

“2억원 오른 가격에도 거래돼”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부동산 중개업자 단속 차원에서 한다고 하지만 이건 거래를 하지 말라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가 정책적으로 시장 가격을 억누르다 보니 더 비정상적으로 되고 있어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8일 오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들썩이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합동 단속을 펼치자 이 같은 불만을 터트렸다. 그는 “오히려 가격을 풀어줘서 시장 자율경쟁에 맡겨 소비자들이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서울 집값은 강남 지역이 상승세로 전환하고 개발 구상이 나온 용산과 여의도 등을 중심으로 매물이 걷히는 등 과열 조짐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지난달 30일 기준)에 따르면 여의도가 속한 영등포구는 0.28%, 용산구는 0.27%이나 상승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상승률 1·2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이에 기자는 이날 집값이 급등한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 단지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변 공인중개업소를 둘러봤다.

앞서 국토부와 서울시가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에 대한 합동 단속을 벌이면서 여의도동 주변의 중개업소 대부분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문을 닫은 중개업소 대부분은 단속을 피해 전화로만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개발 마스터플랜 공개 방침 이후 실수요자와 투자수요자들이 몰리며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다.

물건을 사려고 하는 사람은 있으나 매물이 없어 사실상 거래 절벽 상태라는 게 중개업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어쩌다 하나씩 매물이 나와도 몇 시간 만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여의도동의 중개업자는 “최근 2억원이 오른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정상적인 거래라고 볼 수 없다”며 “매물이 너무 없다 보니 매도자가 비싸게 불러도 막판에 조급해서 사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토부와 서울시의 합동단속에 대해 “단속 나와도 사실상 문을 닫을 이유가 없다. 다운계약은 물론 시세조작도 하지 않았다”며 “가격이 저렴해야 거래가 잘 되니 가격을 높일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단속반이 트집을 잡아 계약서에서 토시 하나 틀린 것도 잡아낸다”며 “단속반이 일주일 정도 용산지역을 돌 것으로 예상돼 오늘은 문을 열었는데 다음 주에는 무조건 닫아야 한다”고 푸념했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서울시와 국토부의 합동단속 등의 영향으로 한산한 은마아파트 주변의 부동산중개업소. ⓒ천지일보 2018.8.8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서울시와 국토부의 합동단속 등의 영향으로 한산한 은마아파트 주변의 부동산중개업소. ⓒ천지일보 2018.8.8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 역시 대부분 단속을 피해 문을 닫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최근 18억 3000만원에 거래돼 올해 초 최고가를 넘어서는 등 강남 아파트 시장의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곳 중 하나다.

하지만 은마아파트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도 매물이 없어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38년간 이곳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해온 한 박모씨는 “매물이 없어 손님이 와도 반갑지가 않다”며 “매도자가 안 팔려고 하는 데다 80% 가까이 거래가 돼서 매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합동단속에 대해 “다운계약서 작성할 이유도 없고 써달라고 해도 안 써준다”면서 “왜 우리가 다칠 일을 하겠는가. 걸리는 중개업소만 복불복이 되는 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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