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김대식 함석헌평화연구소 부소장이 서울 용산구 천지일보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함석헌 선생의 평화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김대식 함석헌평화연구소 부소장이 서울 용산구 천지일보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함석헌 선생의 평화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8

함석헌평화연구소 김대식 부소장
 

“함석헌 평화론 ‘같이 살기’

‘공동체의 상식’ 기본 조건”
 

권력‧자본화한 종교계 일침

“‘갈등‧혐오’ 용인 수준 넘어”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평화교실

여섯 번째 책 ‘함석헌의 평화론’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왜 평화를 말하면 말할수록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평화와는 자꾸 멀어지는 것일까? 평화에 대한 담론과 훌륭한 사상들은 많은데 정작 현실에서 선한 평화는 찾아보기 쉽지 않고 순수한 평화와는 다른 변질된 평화가 우리의 시야를 가리고 있다. 따지고 보면 현실 세계에서 평화란 강자의 평화요, 승자의 평화일 수 있다. 여전히 권력, 학벌, 영토, 부, 문명, 문화, 심지어 군대 등 모든 방면에서 우월한 지위의 사람이나 조직, 국가가 말하는 이데올로기가 평화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나라 종단 중 평화운동을 하지 않는 곳이 없다할 정도로 종교계 평화운동은 범람하고 있다. 하지만 평화운동을 한다는 단체가 앞장서서 차별과 증오, 혐오를 조장하는 등 모순된 행태로 사회인들의 혀를 차게 만든다. 평화를 찾기 위해 고뇌한 흔적이 역력한 책이 최근 출간됐다. 함석헌 선생의 평화론을 재조명한 ‘함석헌의 평화론’이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평화교실이 연재하는 여섯 번째 책이다. 이 책은 함석헌의 평화론을 ‘같이살기’ 운동으로 재해석했다. 저자 함석헌평화연구소 김대식 부소장을 만났다. 그는 한국종교연합(URI-Korea) 지도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 부소장을 만나 왜 ‘평화’를 연구하게 됐는지 물었다. 서울대학교 이찬수 교수에게 제안을 받았다고 설명한 김 부소장은 ‘평화’에 대해 알고 글을 쓴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평화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 이 글을 썼다고 했다.

“‘함석헌의 평화론’을 쓰면서 ‘과연 내가 평화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반성에서부터 출발했죠. 늘 그렇듯이 학문을 하고 타자에게 어떤 이론과 이상을 발언하면서 자기 수양이 안 된 경우 그의 말은 유명무실해지는 경우가 허다하잖아요. 그래서 평화론을 쓰면서 자기성찰, 나 자신의 평화실천 정도를 점검하는 시간이 많아졌죠.”

김 부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함석헌은 예수나 간디의 비폭력주의, 불살생의 평화론을 내세우면서 실천적 저항자로 노력해왔다. 그런 그가 자신의 저항적 평화론을 끊임없이 운동과 생성의 차원으로 승화시키려 했다. 이것의 지향점이 바로 ‘같이살기’ 운동이다.

그는 ‘같이살기’ 위해서는 개인이나 공동체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상식이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종의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선천적인 공동체적 감각이다. 인류의 공통적인 것, 보편적인 것을 통해서 같이살기를 표방한 함석헌이 ‘전체(wholesome)’를 위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부각시킨다는 설명이다.

김 부소장은 “협화(協和, harmony)라는 것을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삶의 방식으로 삼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인간의 근본 바탈로 삼지 않으면 어렵다”며 “이런 이유로 언어, 역사, 종교, 국가, 자연, 통일에 이르기까지 함석헌의 평화담론을 위한 개념들과 그에 대한 시각들은 하나 같이 고착화시키지 않으려는 태도를 취한다”고 말했다.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해석의 문을 언제나 열어두고 있다는 뜻이다.

김 부소장은 “언어에 대한 지체성(의미나 뜻 지연), 역사에 대한 현상학적 태도, 종교에 대한 절대적 규정을 벗어나려는 시도, 국가주의를 극복하려는 세계시민적 주체성의 확보, 범생명적 인식과 우주적 평화, 중립적 국가론의 가능성 등은 모두 ‘같이살기’에 토대를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김대식 함석헌평화연구소 부소장이 서울 용산구 천지일보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함석헌 선생의 평화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김대식 함석헌평화연구소 부소장이 서울 용산구 천지일보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함석헌 선생의 평화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8

김 부소장은 같이살기의 시도들이 아나키(anarchie)와도 맞닿아 있다고 봤다. 결국 함석헌의 ‘협화’가 아나키즘과 매우 유사한 측면이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이는 폭력적인 경쟁을 타파하고 상보적이고 상부적인 삶(mutual aid)을 토대로 모두가 서로 도우면서 살자는 데에 공통적인 뜻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살기 위해서 먼저 감행해야 할 조건이 있었다. 어느 것에도 구속되지 않고 개인의 자유로움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자유’를 위해서 체제, 제도, 국가, 민족 등에 대해서도 저항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김 부소장은 “서로 평화롭게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가 설정되는 순간 그 관계가 깨진다는 것을 사뭇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 알았기 때문에, 자유를 위한 탈출은 여전히 그 목적지인 평화로운 거처로 가는 도상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 부소장은 평화하지 못하는 오늘날 종교계를 향해서도 ‘평화’에 대한 진정한 의미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종교의 본질을 논하는 것은 소모적이기에 차치하더라도, 이 시대의 민중들의 고통감각에 반하는 종교의 권력화와 자본화, 종교적 갈등과 혐오, 그리고 폭력과 테러 등은 이미 용인할 수위를 넘어섰다. 거기에서 순수한 본질로서의 종교적 평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아니겠는가.”

김 부소장은 맹목적인 ‘평화운동’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 마음으로 애쓰고 몸으로 움직이는 것은 옳은 일이죠. 이른바 평화운동입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평화가 저만치 물러간다는 생각은 기우일까요. 모름지기 평화는 쟁취하거나 소유하는 것은 아닙니다. 평화는 욕심내지 않고 평화라고 하는 개념과 운동으로부터 멀어져야 정착이 되는 것은 아닐까요. 역설적인 말이겠지만 소유하려고 하고 집착할수록 평화는 사물성으로 전락한다. ‘내가 믿는’ ‘우리가 바라는’ 평화가 진리가 돼야 한다는 일념 때문에 폭력이나 살인, 테러나 전쟁을 정당화하는 것을 자주 목도하게 됩니다다. 그것이 힘이 있는 자들의 평화론이진 않을지요.”
 

◆김대식 함석헌평화연구소 부소장은?

기독교미래교육연구소 부소장과 한국종교연합(URI-Korea) 지도위원을 맡고 있으며 종교학과 철학으로 각각 박사학위를 받고 숭실대와 대구가톨릭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 세계’ ‘함석헌과 이성의 해방’ ‘칸트철학과 타자인식의 해석학’ ‘그리스도교 감성학’ ‘아시아평화공동체(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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