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지건길 이사장이 문화재 환수 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천지일보 2018.8.8
지난 3일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지건길 이사장이 문화재 환수 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천지일보 2018.8.8

지건길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

국외 소재 문화재 통계적 수치 17만점, ‘빙산의 일각’
일본과 미국에 2/3 반출… 지리·역사적 이유 가장 커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고국으로 문화재가 돌아오면 잃어버린 자식을 찾은 듯 마음이 미어집니다.”

3일 서울 중구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서 만난 지건길(75) 이사장은 국외소재 문화재 환수가 이뤄졌을 때의 심정에 대해 이같이 표현했다. 인자한 미소를 띠며 문화재 환수에 대해 설명하는 지 이사장은 차분하면서도 담담한 듯 보였다. 또 재단 이사장으로서 막중한 자리에 앉아 있는 듯 했다. 그럴 것이 지 이사장은 고고학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 왔기에 우리 문화재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지 이사장은 서울대 고고인류학과를 졸업하고 고고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또 프랑스 렌(Rennes)대학원에서 고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20년간 국립 부여·광주·경주박물관장을 했고,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장, 국립중앙박물관장 등도 역임했다. 뿐만 아니라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문화재위원회 매장문화재분과위원장을 했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위원장, 영월국제박물관포럼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렇듯 문화재의 모든 분야를 섭렵하다보니 ‘문화재 환수’는 그에게는 결코 가벼운 말이 아니었다. 

 

조선 시대 보병이 입던 갑옷이 독일 수도원이 기증해 10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지건길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이 테오필 가우스 선교박물관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제공: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천지일보 2018.8.8
조선 시대 보병이 입던 갑옷이 독일 수도원이 기증해 10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지건길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이 테오필 가우스 선교박물관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제공: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천지일보 2018.8.8

◆국외 소재 문화재 ‘17만점’

현재까지 집계된 국외소재 문화재는 17만여 점에 달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지 이사장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노출이 안 된 문화재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개인 소장일 경우도 있고, 가지고 있으나 한국 문화재인 줄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노출을 꺼려하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상황을 종합했을 때 실제 외국에 나가 있는 수가 훨씬 많은 것이다.

보통 국외소재 문화재하면 국민은 불미스러운 일로 반출됐다고 오해하는 부분도 있다고 한다. 지 이사장은 “우리의 뜻이 아니고 상대방의 뜻에 의해 나갔으니 불법이라고 생각하나 선물이나 외교적 교류의 의해 나간 것도 많다”며 “모두 불법 반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집계된 17만여점 중 2/3의 문화재는 일본과 미국에 있다. 역사적인 이유가 가장 컸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장 근접하고 임진왜란, 일제강점기와 같은 특별한 시대적 상황으로 많이 반출됐다. 미국은 선교사에 의해 나가기도 했지만 6.25전쟁 이후 미군이 고국으로 돌아가면서 가지고 간 문화재도 많은 것이다. 프랑스에도 반출됐다. 병인양요 때 프랑스 함대가 들어오면서 문화재가 약탈당한 것이다. 독일이나 다른 나라에는 선교 활동 등으로 반출됐다. 

◆해외소재 문화재 ‘출처’ 확인이 중요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문화재 환수를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무엇일까. 지 이사장은 “외국에 나가 있는 문화재에 대한 연구·조사를 통해 정확한 ‘출처’를 밝혀내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 이사장은 “어떤 연휴로 반출됐는지 알아야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돌려받고, 그렇지 않은 것은 현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며 “개인이나 기관에 그대로 숨겨져 있는 게 아니라 겉으로 노출돼 우리의 전통 문화를 현지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수 가능한 문화재는 세 가지 방법을 이용한다. 매입, 기증, 협정이다. 먼저 매입은 경매를 통해 문화재를 구입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비싼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하지만 값비싼 금액에 예산의 어려움도 있기에 기업에 협찬을 받아 매입이 이뤄지기도 한다.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출처: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31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출처: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31

두 번째는 기증으로 소장자가 문화재가 한국으로 돌아가 활용이 잘 되길 바라는 기증의사를 표한 경우다. 세 번째는 정부 간 협정이다. 지난 1960년대에 한일협정이 이뤄질 당시, 문화재 협정도 진행됐는데 이때 한국이 요구한 일부 문화재만 국내로 돌아왔다. 

지 이사장은 “어느 하나 쉬운 것은 없었다. 단시간에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사안이 복잡하다”라며 “시간이 걸려도 차근차근 단계를 거쳐야 문화재 환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본국으로 돌아온 문화재는 재단이 설립된 2012년 이후 총 10여점이며, 다행히 지난해부터는 환수되는 문화재 수가 늘어나고 있다. 몇 달 전 불에 탄 줄 알았던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이 발견돼 15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죽책은 조선시대 왕세자와 왕세자빈을 책봉하고 존호를 올릴 때 그에 관한 글을 대쪽에 새겨 엮은 문서다. 이 죽책은 강화도 외규장각에 소장돼 있다가 1866년 병인양요 때 불타 없어진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다 죽책이 프랑스 경매에 나왔고, 기업의 기부금을 통해 매입이 이뤄질 수 있었다. 

◆국외문화재 보존 복원 지원 기관 선정 

최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국외에 있는 문화재에 대한 보존·복원 지원을 하는 기관으로 선정됐다. 지 이사장은 “문화재도 수명이 있다. 회화 등은 습도나 온도에 취약해 훼손되므로 복원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재단은 실태조사 후 공고를 통해 복원을 신청 받는다. 복원과정에 필요한 비용은 직접 부담을 하고 복원 과정은 영상자료로 남긴다. 복원을 거친 후에는 현지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시 돌려보낸다. 지 이사장은 “다시 돌려보내야 하는 과정에서 아쉬움도 크지만 외국에서 우리 문화재를 알리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 천마총 발굴 현장(1973년 여름) 모습. 왼쪽에서 두번째가 지건길 이사장 (제공: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천지일보 2018.8.8
경주 천마총 발굴 현장(1973년 여름) 모습. 왼쪽에서 두번째가 지건길 이사장 (제공: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천지일보 2018.8.8

◆“정부, 국민 함께 문화재 지켜나가야”

지 이사장의 임기는 1년 정도 남았다. 이에 조사 연구를 통해 문화재의 출처를 정확히 밝히고 재단이 나아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놓고 싶다고 강조했다. 특히 ‘환수’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어떤 의미에서는 상대 국가가 부담스러워할 수 있기에 재단 이름을 ‘국외문화재연구재단’으로 고쳐 계속해서 조사·연구 작업을 해나가고 싶다고 뜻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지 이사장은 “국외소재 문화재를 환수하고 지켜 나가는데 국가적인 차원에서 재정 지원 등이 필요하고, 기업이나 개인의 참여가 계속 이뤄져야 한다”며 “우리 문화재에 대해 국민 뿐 아니라 외국인도 인식할 수 있도록 재단이 더욱 성장해 나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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