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교사가 미치기 전에 하는 게 방학, 학부모가 미치기 전에 하는 게 개학’이란 말이 있다. 상당수 학부모가 자녀의 방학을 반기기보다는 방학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야기다. 학부모의 방학 스트레스의 요인으로 자녀 돌봄 시간 증가가 가장 크고, 자녀의 나태한 생활습관과 TV·스마트폰 사용 시간 증가로 인한 갈등, 자녀의 학습관리, 방학 중 사교육비 증가가 꼽힌다. 방학에 자녀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이 수발만 들다가 하루가 끝난다”고 부모들은 푸념한다. 교사와 학생을 위해 적당한 방학은 필수이기에 학부모 스스로 ‘방학 자녀 돌봄 노하우’를 익혀 자녀의 방학 중 생활태도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방학에 자신을 잘 컨트롤하는 생활태도를 가진 학생은 학교생활도 성실하게 잘 해나가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필자는 연년생 아들, 딸과 비교적 갈등 없이 방학을 잘 보냈던 편에 속한다. 20여년 전, 자녀들이 초등학생이 되며 방학을 맞이하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잠을 일찍 자려하지 않았다. 학교에 등교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자 밤늦게까지 TV를 시청했다. 지금의 아이들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다. 취침시간이 늦어지니 다음 날 일어나기 힘들어 늦잠을 잔다. 늦게 일어나면 저녁에 잠이 오지 않아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보다가 또 늦잠을 자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녀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 현실성 있는 방학 생활계획표를 같이 짰다. 평소와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은 무리라 생각하고 아침 8시를 기상시간으로 정했다. 8시에 일어나는 것도 처음엔 힘들었지만 습관이 되니 가능했다. 8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니 저녁에는 피곤해서 일찍 자려고 노력을 했다.

사교육을 시키지 않은 탓에 아침을 먹은 후 근처의 시립도서관에 가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생활을 하도록 유도했다. 공부를 하던지, 책을 읽던지 정해진 시간 동안은 도서관에서 지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도서관에서 하루에 4시간만 생활하고 오면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보내도록 했더니 아이들도 그 시간만큼은 알차게 보내려 노력했다. 저학년 때는 도서관에서 노는 시간이 많다가 고학년이 되며 학습 시간이 더 많아졌다. 부모가 쉬는 날에는 자녀와 동행해서 같이 책을 보며 점심도 먹고 시간을 보내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 도서관이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도서관에서 공부 습관을 기르면 자연스레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하게 되어 사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된다. 사이버 학습실에서 동영상 강의를 시청하면 집에서 같이 동영상 강의를 보다 샛길로 빠지지 않고 집중할 수 있다. 필요한 책을 마음껏 대여해서 읽고, 독서실에서는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공부하는 모습과 대비해 자신을 돌아보며 공부습관을 들일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예전에는 탐구생활이란 책이 여름·겨울 방학 때 발행됐다. 탐구생활에는 지역별로 학생들에게 필요한 명승고적이나 체험학습을 해야 할 곳들이 안내가 됐는데 그 내용을 메모를 해 자녀들과 같이 찾아 다녔다. 여행을 갈 때도 그 지역의 유적지, 박물관 등을 들리도록 동선을 짰다. 덕분에 사회, 역사, 과학 등을 현장 체험학습을 통해 살아 있는 교육이 가능했다.

방학 중 자녀의 생활습관도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 요인 중에 하나다. 자녀의 생활습관은 방학과 관계없이 평소 잘 가르치지 않으면 자녀가 성장해서 독립할 때까지 큰 갈등요인이 된다. 방학에는 부모가 없을 때 자녀들이 라면이나 밥을 차려 먹고 배달 음식을 먹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먹은 음식의 뒤처리나 설거지를 스스로 하고 빨래를 널거나 개는 정도의 살림을 돕도록 가르쳐야 한다. 아무리 부모라도 자기가 먹지 않은 그릇을 설거지를 하면서 즐거울 사람은 없다. ‘좀 더 크면 시키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부모가 챙겨주다 보면 대학생이 돼도 안 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키우지 못한다. 배려심과 독립심을 길러주는 것이 진정한 부모의 역할이다.

장성한 자녀를 두고 보니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키우기보다는 사회의 일원으로 기본을 아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부모는 자녀의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자녀가 행복한 일을 찾도록 돕는 조언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공부와 인생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고 마라톤이란 생각을 갖고 자녀들을 대한다면 부모도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좀 더 편하게 방학을 보낼 수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