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형주자사 정원과 여포의 군사들에게 쫓겨 30리나 달아난 동탁은 여포에게 욕심이 생겨 부하 장수들에게 물으니 중랑장 이숙이 여포는 탐욕이 많은 인물이니 적토마와 금은보화로서 능히 마음을 돌릴 수 있다고 하자 동탁이 허락을 했다.

이숙은 종자 둘에게 재물을 들려 가지고 한밤중에 여포의 진영을 찾아갔다. 파수 병졸이 앞을 가로막았다. 이숙이 여포의 고향 친구라고 말하자 병졸은 안에 들어가 보고를 한 뒤 그를 들여보냈다. 이숙이 장막 안으로 들어서자 여포는 그를 얼른 알아보지 못했다.

“이 사람, 동향 친구도 잊어 버렸단 말인가? 나, 이숙일세.”

그때서야 여포는 손뼉을 치며 반가워했다.

“그래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신가?”

여포가 궁금하여 물었다.

“난 한조(漢朝)에서 벼슬하며 호분 중랑의 지위에 있네. 지금 우리 옛 친구 여포 장군이 사직을 붙들어 천하를 구할 뜻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기쁨을 이기지 못해 찾아온 것일세. 나한테 명마 한 필이 있는데 일행 천리를 달리는 기막히게 좋은 말일세. 물을 건너고 산을 넘기를 평지를 달리듯 하네. 이름은 적토마라 하는데 장군한테 바치기 위해 내가 지금 가지고 왔네.”

그 말을 듣고 여포는 입이 떡 벌어졌다.

“어디 보세. 여봐라! 손님이 끌고 온 적토마를 대령하라.”

명을 받은 종자가 적토마를 끌고 여포 앞에 나타났다. 과연 한눈에 보아도 기가 막힌 명마였다. 온몸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새빨간 불덩이 빛이었다. 윤기가 흐르는 전신에는 반 오라기의 잡 털도 섞여 있지 않았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길이가 한 길이요. 굽에서부터 갈기까지 높이가 여덟 자였다. 네 굽을 굴러 한 번 소리쳐 우니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듯하고 바다로 달리는 듯한 기상이었다. 여포는 기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내가 무슨 복력으로 이런 좋은 말을 가지게 되오. 형은 나한테 이 같은 좋은 용마를 주는데 나는 형에게 어떻게 갚아야 하지요?”

여포가 기쁨을 감추지 못하자 이숙은 그의 내심을 읽고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오늘 현제를 찾아 온 것은 의기를 위해서 온 것이지 갚기를 바라고 온 것은 아닐세.”

여포는 이숙에게 자리를 권하고 술상을 내어왔다. 술이 얼근하게 돌았다. 이숙이 슬며시 말을 꺼냈다.

“그동안 현제와 자주 만나지 못한 것이 유감이네. 오늘 오래간만에 현제와 함께 술을 나누니 참으로 기쁘네. 그동안 춘부장께서는 안녕하신가? 오늘 한자리에서 뫼시고 마셨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형이 취하셨구려. 우리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신 지가 벌써 오랜데 어떻게 이 자리에 형과 함께 술을 자시겠소.”

여포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 오늘 내가 말하는 것은 현제의 생부를 말씀하는 것이 아니라 현제의 의부를 말씀하는 것일세. 정 자사 말일세.”

이숙이 웃으면서 하는 말에 여포는 비로소 알아들었다.

“내가 정 자사한테 있는 것은 마지못해 그런 것이오.”

여포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속을 알아차린 이숙은 틈을 주지 않고 말했다.

“현제는 하늘을 도리질 치고 바다를 어거할 만한 재주가 있으니 천하 사람들이 누가 공경하지 않겠는가. 공명부귀를 내 주머니 속의 물건 취하듯 할 텐데 무엇이 부족해서 마지못해 남의 밑에서 생활을 한단 말인가?”

이숙의 말에 여포는 가만히 한숨을 쉬었다.

“제대로 된 주인을 못 만나서 한이오.”

“좋은 새는 나무를 가려서 앉는 법이고. 슬기로운 사람은 주인을 잘 선택해 섬기는 법일세. 일찌감치 기회를 잘 살피지 못하면 뉘우쳐도 늦어서 소용이 없으리다.”

그 말에 여포는 마음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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