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이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필라테스 수업을 받고 있다. (제공: 현대백화점)
고객들이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필라테스 수업을 받고 있다. (제공: 현대백화점)

신세계, 워라밸 강좌 15% 늘려

현대, 원데이 특강 신청자 급증

롯데, 워라밸 강좌 50% 증설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도가 시행된 지 한달을 넘기면서 곳곳에서 직장인들의 저녁시간대 풍경이 바뀌고 있다. 변화가 큰 곳 중 하나는 백화점 문화센터다. 업체 대부분이 가을학기에는 일찍 퇴근하고 저녁 시간을 즐기는 ‘워라밸’ 직장인들을 겨냥한 강좌를 증설하는 등 문화센터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세계, 필라테스 등 워라밸 강좌 15% 늘려

신세계백화점은 아카데미 가을학기 수강생을 모집하면서 워라밸 관련 강좌 비중을 10~15%가량 늘렸다. 이미 지난달 23일부터 모집을 시작한 결과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 과정 ▲베이직 드럼 ▲1:1 필라테스 ▲1:1 미백 에센스 ▲친환경 비누 만들기 등 직장인들이 좋아하는 취미 관련 강좌는 벌써 조기 마감됐다. 젊은 층 수강생 역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학기 수강생 연령대를 분석해본 결과 20~30대가 20%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 수준이었던 20~30대 비중이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고객이 신세계 아카데미를 찾아 문화강좌를 접수하고 있다. (제공: 신세계백화점)
고객이 신세계 아카데미를 찾아 문화강좌를 접수하고 있다. (제공: 신세계백화점)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젊은 세대의 백화점문화센터 이용 증가는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이 크다”며 “근과 회식을 줄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52시간 근무 제도를 시행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일찍 퇴근하는 직장인들이문화센터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센터 이용객이 늘면서 덩달아 백화점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일반 고객들이 백화점을 이용한 횟수가 월평균 1.2회인 것에 반해 아카데미 회원이 이용한 횟수는 월평균 약 8회로 6배가 넘는다. 연간 사용액이 2000만원 이상인 VIP고객의 비중 역시 일반 고객보다 8배가량 높다.

신세계 아카데미 관계자는 “주부 수강생들이 몰리는 오전 11시와 오후 1, 2시 시간대가 가장 인기가 높았던 것에 비해 이번 학기에는 저녁 시간을 활용해 수강하려는 직장인들이 몰렸다”면서 “젊은 부부나 여유 있는 싱글족이 늘어나면서 2030 수강생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관련 신세계 아카데미는 가을학기를 맞아 드로잉, 댄스, 음악, 운동, 필라테스 등 2030 젊은 세대가 관심 있는 이슈들로 수업을 준비했다. 또 수강인원 역시 20%가량 확대하는 등 아카데미 수강생 수요를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는 남성들의 맞춤 코디와 실용 패션팁을 알려주는 맨즈 스타일링도 추가했다. 전문가와 함께하는 다양한 쿠킹 클래스, SNS스타가 출연하는 강연도 인기다. 방송 프로그램 ‘하트시그널’ 출연해 화제가 됐던 한의사 김도균 원장의 ‘셀프 피부관리 팁’에서는 환절기 예민한 피부의 건강관리법을 알려준다.

신세계백화점 아카데미 가을학기 강좌는 지난달 26일부터 접수를 시작했으며 내달 7일까지 모집한다. 인터넷 홈페이지와 신세계백화점 모바일 앱을 통해 신청할 수 있고 강좌는 9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진행한다.

◆현대백화점, 2030 ‘원데이 특강’ 바람

현대백화점은 관심이 급증하는 ‘원데이 특강’을 강화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전국 15개 점포 문화센터에서 접수를 진행하고 있는 ‘2018년 가을학기 강좌’ 신청 고객을 분석한 결과 ‘원데이 특강’을 신청한 고객의 비중이 50.3%를 차지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원데이 특강’을 주로 수강하는 20~30대라는 사실이다. 육아 분야를 제외한 취미 특강을 접수한 고객 중 절반이 넘는 52%가량이 20~30대 고객이다. 이는 통상적으로 정규 강좌를 수강하는 고객 비중(20~30%)의 2배 수준이다. 또한 특강을 2개 이상 신청한 고객의 비중은 32.8%인데 이 중 76.8%가 20~30대 고객이었다.

현대백화점 측은 “여가 시간이 늘어난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취미 찾기’ 바람이 불면서 ‘원데이 특강’을 2개 이상 신청해 들어보고 정규 강좌를 신청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며 “백화점 문화센터의 특강은 유명 강사가 진행하는 양질의 강의를 저렴한 가격에 체험할 수 있어 특히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취미를 찾아 문화센터를 방문하는 직장인 수강생이 늘면서 현대백화점은 ‘원데이 특강’을 지난해 가을학기(3400개)보다 1800여개나 늘렸다. 학기 중에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원데이 특강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점별 350여개를 운영하는 수준으로 평일 오후 6시 이후에 진행하는 특강은 직장인들이 좋아하는 미술·요리·실내운동 강좌들로 구성했다. 또한 수채화·유화 등 회화 정규 강좌 위주로 진행하던 미술 분야 강좌에 ▲웹툰 ▲팝아트 ▲일러스트 등 젊은 층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추가로 마련했다. 대표적인 강좌는 팝아트 작가 ‘아트놈’이 진행하는 ‘팝아트 컬러링’, 웹툰작가 ‘몽냥’과 함께 그리는 ‘나만의 캐릭터 그리기’, 삽화작가 ‘제니’의 ‘나만의 시그니처 이모티콘’ 강의 등이 있다.

젊은 여성 직장인이 가장 선호하는 강좌인 필라테스·요가 등 실내운동 강좌도 진행한다. 문소라의 ‘저녁 필라테스’, ‘내 몸에 우아함을 더하는 발레 뷰티핏’, ‘자가치유요가’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 ‘SNS 맛집’의 요리를 각각의 대표에게 직접 배워보는 강좌, 유럽와인을 시음하는 강좌 등을 진행한다. 가을학기 강좌는 오는 31일까지 접수받으며 학기는 오는 9월에 시작해 11월까지 진행된다.

◆롯데백화점, 워라밸 파트 50%↑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젊은 고객들이 드럼 수업을 듣고 있다. (제공: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젊은 고객들이 드럼 수업을 듣고 있다. (제공: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역시 워라밸 트렌드를 고려해 가을학기(9~11월) 문화센터 강좌에는 워라밸 파트를 강화했다. 이미 봄·여름학기에도 워라밸 강좌를 지난해보다 150% 이상 늘렸던 롯데백화점은 워라밸 테마 수강생이 전년 대비 40%가량 신장했다. 올 상반기 문화센터 강좌를 듣는 20~30대 고객도 전년보다 30% 이상 신장했다. 특히 남성 수강생들이 육아, 쿠킹, 어학 강좌들을 적극적으로 들으면서 수강생이 전년보다 30% 이상 늘었으며 남성들을 위한 ‘쿠킹 클래스’ 등 퇴근 후에 진행하는 저녁 강좌들은 개설 하루 만에 수강생이 마감되기도 했다.

이에 가을학기에는 직장인들이 퇴근 후 저녁시간에 ‘취미’, ‘힐링’, ‘자기개발’ 테마로 강좌를 들을 수 있도록 봄·여름학기보다 워라밸 관련 강좌를 50% 이상 늘렸다. 이로써 가을학기 전체 강좌 중 워라밸 테마의 강좌 비중이 전년보다 5%P 증가해 20%까지 늘었다.

이번 문화센터 강좌의 ‘취미’ 파트에는 젊은 20~30대 직장인을 위한 ‘디제잉 스쿨’ 강좌를 준비했다. 최근 클럽, 파티 문화가 확대되면서 개인적으로 디제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는 것을 고려한 결정이다. 또한 저녁시간에 수강할 수 있는 ‘현대 미술 인사이트’ 등 예술·문화와 관련된 강좌를 선보이고 ‘힐링’ 파트에서는 여행과 관련된 다양한 강좌도 선보인다.

‘자기 개발’ 파트에서는 직장에서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강좌들을 중심적으로 기획했다. 직장인들을 위한 ‘스피치 클리닉’ 부터 이미지 컨설턴트들이 직접 알려주는 ‘퍼스널 이미지 브랜딩’과 ‘5가지 호감의 기술’ 등의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자기 개발’ 파트에서는 가을학기에 남성 수강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어 남성 고객들도 참여 가능한 쿠킹·집밥 강좌와 육아 및 드럼 등 악기와 관련된 수업도 선보인다.

젊은 고객뿐 아니라 40~50대 시니어 고객들의 워라밸을 위한 강좌도 준비했다. 최근 활동적인 중년 고객들을 지칭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이 늘어남에 따라 직접 모델에 도전하는 ‘시니어 모델’ 아카데미를 진행하며 ‘어른을 위한 그림책테라피’, ‘100세 시대 바른먹거리’, 시니어 필라테스·요가 등 시니어들의 힐링과 건강을 위한 강좌들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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