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출처: 뉴시스) 

7일부터 달러화 거래 제한
90일 후 ‘석유거래 금지’ 방침
트럼프, 다른 국가 이행도 압박
EU·中·러시아 “제재 안따를 것”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결국 대(對) 이란 경제 제재의 칼을 빼들었다.

미국 동부시간 기준 7일 0시(한국시간 7일 13시)를 기해 미국의 이란 제재가 2년 7개월 만에 부활했다. 이는 지난 5월 8일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JCPOA, 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를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이란 정권의 자금줄을 옥죄면서 글로벌 달러체제에서 ‘퇴출’하는 게 일차 목적이라면, 단계적으로 이란 정권의 생명줄인 원유수출 봉쇄까지 고사할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이란과의 경제활동을 줄이지 않는 개인이나 단체는 심각한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밝히며 다른 국가의 제재 이행까지 압박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란에 대한 제재는 두 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7일부터 발효된 1단계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이 적용돼 미국 업체뿐만 아니라 이란과 거래한 제3국의 기업·개인도 제재를 받는 방식이다. 글로벌 기축통화인 달러화 거래를 차단시켜 이란 정권의 돈줄을 옥죄는 동시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고립시키겠다는 취지다.

백악관은 ▲ 이란 정부의 달러화 구매 ▲ 이란 리알화 관련 거래 ▲ 이란 국채 발행 관련 활동 ▲ 이란의 금·귀금속 거래 ▲ 흑연·알루미늄·철·석탄·소프트웨어·자동차 거래 등을 제재 대상으로 명시했다.

오는 11월 5일부터는 이란의 에너지 거래 봉쇄에 나선다.

백악관은 ▲ 이란의 석유제품 거래 ▲ 이란의 항만 운영·에너지·선박·조선 거래 ▲ 이란중앙은행과의 거래 등이 제재받게 된다고 밝혔다.

산유국인 이란의 생명줄과 같은 석유 거래까지 차단될 위기에 처하자 이란은 국민이 단결해 맞서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고 호소하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밤 국영방송을 통해 “미국의 제재 복원에도 이란 경제가 악화하지 않을 뿐 아니라 유럽,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란의 국익을 보장할 것”이라며 정부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국제적으로 얼마나 호응을 얻게 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심각한 결과’를 거론하며 경고하기는 했으나 당장 유럽연합(EU)과 프랑스·독일·영국 3국은 미국의 이란 제재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이란과 합법적인 거래를 하는 EU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업데이트 된 ‘제재 무력화법’을 7일부터 발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 기업들은 미국의 제재를 준수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의 법이다.

러시아와 중국도 이란의 아군으로, 이란 핵합의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제재가 국제 사회의 충분한 지지를 얻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리알화의 가치가 50% 이상 하락하는 등 이란 경제가 극심한 침체를 겪는 가운데 미국의 제재가 이뤄지는 점, EU의 ‘제재 무력화법’에 대한 실질적 효과가 보장되고 있지 않다는 점 등은 ‘심각한 결과’에 대한 뒷받침이 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정권과의 아예 대화의 문을 닫지 않은 점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란 정권의 악의적 행동들에 대처하는 더욱 포괄적인 합의에 대해선 여전히 열려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로하니 대통령이 다음 달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만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이란 정권으로선 미국에 정면 투항하는 모양새로, 당장의 대화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방송에서 “대화하자고 한 사람과 일방적으로 국제적 합의를 저버린 사람이 같은 인물”이라며 “이란 국민과 어린이를 겨냥해 제재하면서 동시에 대화한다는 것은 상충하고 무의미하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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