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으로 도망간 노비 일가족 찾아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서울에 사는 권세있는 양반가에서 전라도 영광으로 도망간 노비 일가족 4명을 추적하는 문건이 발견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은 전북 남원시 금지면 택내리에 대대로 살아온 순흥안씨 안처순 종갓집 고문서를 정리하던 중 조선 세조 6년(1460)에 작성한 노비 추적 문서를 찾아냈다고 10일 밝혔다.

관에 제출한 탄원서 일종으로 밝혀진 이 문서는 서울에 사는 순흥안씨 집안 안호(安瑚, 1439~1503)가 전라도관찰출척사에게 24년 전 영광으로 도망친 자신의 농장 마름이자 노비인 몰개 일가족 4명을 찾아달라는 내용인 것으로 조사됐다.

안승준 한중연 책임연구원은 “문서에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순흥안씨 집안에서는 그 이후 노비 일가족이 영광에 산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호는 이 탄원서를 통해 몰개 일가족 4명이 영광 어디에 사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해 주고 도망 기간 동안의 역가(일종의 세금)를 계산해 받을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첨부된 다른 문서는 전라도관찰사가 영광군수에게 협조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안 연구원은 “그동안 권세있는 양반가에서 도망간 노비를 찾기 위해 직접 문서를 제작해 올린 것은 분재기(재산상속문서) 등 자료를 통해 간접적으로는 알 수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처럼 550년 전이나 되며 전적인 추노 내용 문서로는 처음 발견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추노 문서는 조선시대 힘 있는 양반 가문이 관의 힘을 빌렸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드라마 추노는 당시, 전문 추노꾼을 고용한 것으로 묘사했지만 역사적 사실은 무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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