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자연과 일상이 하나의 몸에서 충돌할 때 어떤 이미지들이 펼쳐지는지를 시집은 몸소 보여준다. 시집의 시들은 말과 상상의 공장 속에서 성실히 자라는 언어들이 아니라, 온 감각으로 경험해온 것들의 크고 작은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 귀하고 값진 시인의 목소리가 우리 일상을 다시 작디작은 틈으로 초대하는 것은 그 작은 균열로부터 거대한 관념을 갈라낼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시집 제목처럼 빙하가 갈라져 생긴 좁은 틈 사이로 생(生의) 지각 변동을 켜켜이 눈여겨본 시인의 ‘틈새’가 놓여 있다. 이는 체험의 사유를 만나 읽는 이의 마음 깊게 길을 개척한다.

‘산’과 ‘일상’이라는 테마가 두드러지는 시편을 통해 하나의 등고선을 따라가다 보면 시인이 확인하는 존재들의 음영진 인간사를 만날 수 있다. 그럼에도 “첫, 새순/땅을 뚫고 올라오는/하늘의 계시”도 놓치지 않는다.

최영규 지음 / 시인동네 펴냄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