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窓] 미국 군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전통
[동북아 窓] 미국 군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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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 (사)동아시아평화문제연구소 소장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자료를 보면 미국은 한국전쟁에 10여개의 사단과 30여만명의 병력을 포함해 연 178만 9000명을 참전시켰다. 전쟁 기간 중 미군 인명손실은 전사 3만 6940명, 부상 9만 2134명, 실종 3737명, 포로 4439명으로 총 13만 7250명에 달했다. 괄목할만한 또 하나의 사실은 이 전쟁에서 미군 장성 아들 142명이 참전해 35명이 전사하거나 부상을 입었다. 미군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알 수 있다.

고대 로마시대에 전쟁이 나면 귀족들은 앞장서서 전쟁터에 나가 목숨을 바쳤고, 또한 재산을 자발적으로 헌납했다. 이와 같은 귀족들의 희생정신과 재산의 기부는 평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쳐 전 국민이 단결해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를 지켜냈던 것이다. 귀족들이 자신들에게 부여된 지위에는 그 신분에 따르는 도의적 의무를 동반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정신이, 후세 프랑스에서 노블레스(명예)만큼 오블리주(의무)가 따라야 한다는 정신으로 이어졌다. 

오늘날 미군은 전통적으로 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깊이 새겨 실천하고 있다. 한국전쟁에서 그들이 보여준 귀감이 될 만한 사례를 몇 가지 들어보자. 휴전회담이 진행 중일 때 당시 유엔군사령관 클라크 대장의 아들 클라크 대위는 금화지구 전투에서 중대장으로 근무 중 부상을 당해 그 후유증으로 사망했고, 미8군사령관 밴 플리트 대장의 외아들 밴 플리트 2세 공군 중위는 함경남도 순천지역 폭격을 위해 출격했다가 실종됐다. 미 해병 제1항공사단장인 해리스 소장의 아들 해리스 소령도 장진호 철수작전을 지휘하다 전사했다. 더 인상적인 것은 실종된 아들을 수색하겠다고 건의한 참모들을 향해 밴 플리트 대장은 다른 작전이 더 중요하다고 수색을 중단시켰으며, 그는 부활절을 기해 한국전에서 실종된 모든 장병의 부모들에게 “모든 부모님들이 저와 같은 심정일 것입니다. 전우를 위해 자신의 삶을 내놓는 사람보다 더 위대한 사랑은 없습니다”라는 위로 전문을 보냈다는 사실이다.  

북한이 지난달 27일 정전협정체결 65돌을 맞아 미군 유해 55구를 미국에 돌려줬다. 이전에 북한 땅에서 발견돼 넘겨준 유해 444구를 포함하면 지금까지 499구의 유해가 미국에 인계된 셈이다. 미국은 8월 1일 하와이 히컴 공군기지에서 펜스 부통령, 데이비드슨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유해 송환식을 가졌다. 이 식장에서는 국가원수 방문 때와 똑같은 21발의 예포가 발사됐는데, 이는 국가의 최고 예우에 해당된다. 이날 펜스 부통령은 “혹자는 한국전쟁을 잊힌 전쟁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우리의 영웅들이 절대 잊히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고, 우리의 아들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아들이기도 한 그는 “미국은 어떤 영웅도 다른 나라 땅에 남겨두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우리의 노력은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군인의 사명은 기꺼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국가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사수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그들에게 진정한 사랑을 보내 줄 때 그들의 충성심과 사기는 하늘 높게 치솟을 것이다. 한국전쟁에서 미군 장성들이 보여준 숭고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과 이번 유해송환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보여준 군대와 군인들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배려는, 우리나라 군인들에게는 물론 우리 국민 모두와 지도자들에게도 커다란 감명으로 다가왔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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