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사회전반에서 우먼파워가 거세지고 있다. 이미 스포츠나 연예계는 물론 공직이나 각종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하는 모습이 흔히 나타난다. 대학입시에서는 남자고등학생들이 실력이 우월한 여학생들이 많은 남녀공학을 기피한다고 한다. 여성의 활약은 경제분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아직 괄목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속도나 폭이 예전과는 다르다. 이른바 위미노믹스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것이다. 위미노믹스는 여성(Women)과 경제학(Economics)의 합성어로 1999년 골드만삭스의 수석전략가인 캐시 마쯔이가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여성인력의 경제활동이 저조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의 활성화로 일본 경제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성인력의 출산과 육아의 문제해결 등 사회적 인프라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유엔미래보고서는 소비시장에서 구매주도세력이 여성으로 바뀔 것이라며 위미노믹스를 언급했다. 

위미노믹스는 여성의 역량을 활용하는 관점보다 소비적 관점에서 여성경제를 내세우고 있다. 여성=소비자라는 전제하에 여성이 소비주도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관점은 요즘젊은이들이 자신을 위해 소비하는 점을 강조하며 여전히 소비형 위미노믹스를 부각시키고 있다. 여성이 자주적·생산적 경제주체로 변화하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위미노믹스의 개념을 설명함에 있어 ‘주도적 소비자 역할의 여성’을 강조하면서 이들을 치켜세우는 시대는 지나고 있다. 최근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많은 변화가 일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가계관리역할은 양성평등과 가사역할분담으로 약해졌다. 이제는 여성이 소비에서 생산으로, 가정에서 일터로, 취업에서 창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역할이동을 하고 있다. 공직은 물론 경찰이나 군인사회에도 여성의 진출이 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산업구조의 변화도 일고 있는데 제품과 기계설비중심에서 점차 인간의 오감만족과 풍요로운 삶의 추구를 중시하는 산업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여성이 가진 부드러운 소통과 참여, 감성과 정직한 리더십이 위미노믹스의 핵심가치로 자리 잡아 갈 것이다. 

복지국가로의 이행도 여성경제활동을 촉진하고 있다. 주로 출산이나 육아와 관련된 사회복지가 강화되는 가운데 근로환경도 주당 52시간 근무나 최저임금제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불리했던 여성에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에는 일과 삶의 균형을 나타내는 워라벨(Work-life balance)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나라의 여성경제활동을 지속적으로 촉진해 현재 OECD 35개국 중 31위에 불과한 여성경제활동비율(58.4%)을 점차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취업에 더해 중요한 것은 창업이다. 우리나라의 여성기업은 139만개로 전체사업체의 38.9%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창업도 늘어나는 추세에 있어 지난해 여성창업비율은 24.4%로 나타났다. 사업체수에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것은 성과다. 여성은 기업을 경영함에 있어 표면적으로 남성보다 적극적·능동적이지는 않지만,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성과를 이끌어내는 강점이 있다. 또한 여성의 높은 교육수준과 적극적인 사회참여로 인해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서비스나 유통, 식품이나 건설, 조경분야는 물론이고, 정보통신기술분야나 바이오, 화장품, 생활과학, 교육 등의 분야에서도 활발한 기업경영과 창업을 하고 있다. 

일부 여성들은 양성평등이나 여성할당제 등의 이슈에 대해 ‘식상한 주장’이라며, 여성이 보다 당당하게 남성과 경쟁하고 나아가 여성의 강점을 발휘하는 진취적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위미노믹스’는 우리 사회에 자기주도적이고 창의적이며 생산적 경제주체로서의 여성상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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