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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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언제 봄소식은 오는지? 동전의 양면처럼 세상은 두 얼굴을 가졌다. 많은 사람들이 특정한 문제나 현상을 두고 이렇게 볼 수도 있고 저렇게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자신과 맞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 입장인 사람이 지척에 있을 수 있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 사람을 떠올리는 어느 순간 중간은 없이 마음을 반으로 나누어 구분하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게 된다. 구분을 하는 것은 당초 진위를 따지고 시작한 일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구분, 분류와 같은 말은 합일점이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 생각했던 만큼만 현실로 이루어지면 좋겠다. 걱정이 없어야 한다는 소리다. 구분 짓거나 쪼개더라도 무리 없이 나뉘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건강, 돈, 신변잡기 등의 잡다한 문제에도 신경 쓸 일 없이 무탈했으면 좋겠다. 

아주 큰 우주에 한 명의 사람이란 티끌보다 작은 존재이다. 눈으로는 확인할 수조차 없는 비중을 차지할 뿐이지만 우주의 에너지가 조금만 흔들려도 엉망진창이 되는 것이 인간의 왜소한 처지이다. 그렇게 보면 번번이 걱정을 한다고 해서 걱정이 해결이 되지도 않는다. 큰일을 앞두고 작은 일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처럼 큰 것들을 생각해 보면 별일도 아닌 것들만 수두룩하다. 구분 짓는다는 것도 별 것 아닌 일일 수도 있다. 조금만 기다리면 다 해결될 일들이 더 많을 것이다. 

어느 순간 잡생각은 스스로가 만든 짐이 되고 만다. 부실한 생각을 이쪽저쪽으로 분류해서 버리고 싶어 애쓰는 것이 잡생각을 만든 꼴이다. 여름도 다 가기 전에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생긴다. 구분 짓는 바람에 일치도 없고 사건만 남아 버린다. 비바람도 지나가고 눈보라도 맞고 난 후에야 봄은 오는데 그 때를 못 기다리고 이 사람 이야기 저 사람 이야기에 분이 난다.

더위에 누군가 분통을 터뜨린다면 오히려 속이 시원해진다. 잊을만하면 꼭 기다린 듯이 그런 일이 발생한다. 그 순간 무심히 봄의 새싹이 그리워진다. 그래도 봄이 온다는 것이 이 우주의 원리가 아닌가…. 내게도 항상 필요한 것은 봄의 새로움인데….  

세월은 기다림에 지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마치 기다림에도 지치지 않는 봄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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