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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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대 학생 퍼포먼스 후폭풍

“동성애는 죄” 예장통합 발칵

장신대, 정학‧근신 등 징계 처분

징계 반대 청원 서명운동 일어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성소수자의 인권을 강조하며 ‘무지개 퍼포먼스’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장로회신학대학교(임성빈 총장) 대학원생 5인이 6개월 정학과 근신 등 징계를 받으며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그간 장신대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 내에서는 이 무지개 퍼포먼스를 기폭제로 동성애 반대 목소리가 더욱 확산됐고, 학교 측은 동성애 반대 입장문까지 내야 했다. 이처럼 거센 반대 물결에 장신대는 결국 해당 학생들을 징계했다. 그러나 이번엔 징계가 부당하다는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학생들에 대한 징계 철회 청원 서명운동에는 5일 오전 9시 기준 1300여명이 참여하는 등 호응을 받고 있다. 특히 이들은 장신대 졸업기수와 단체명, 이름 등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서명에 동참했다.

논란이 된 퍼포먼스는 지난 5월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에 벌어졌다. 신대원생 5명과 대학생 3명이 동참해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혐오를 버리고 모두 함께 살자’는 뜻을 표현할 목적으로 각기 다른 색상의 티셔츠를 입고 함께 앉아 채플을 드렸다.

서명운동 측은 이 퍼포먼스에 대해 “학교와 교회에서 여과 없이 쏟아져 나오는 혐오의 언어로 인해 상처 받은 성소수자들에게 건네는 사과와 위로, 화해와 평화의 표현이었다”며 “더불어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성소수자 이슈에 대한 건전한 토론과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학생들의 신앙 양심의 표현이 의도와는 상관없이 악의적인 목적으로 유포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 퍼포먼스 이후 교단이 발칵 뒤집혔다. 장신대가 동성애를 옹호하는 게 아니냐는 목회자들의 민감한 반응 때문이었다. 지난달 31일에는 급기야 예장통합 최기학 총회장은 장신대 이사장, 총장 등 핵심 간부를 긴급소집했다. 이날 임성빈 총장은 총회 직영신학대학으로서의 장로회신학대학은 동성애가 죄라는 성경적 지침을 기본으로 총회와 입장을 같이 하며, 총회가 정하는 지침에 따라 교수와 직원, 학생들을 교육하고 지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약 1년간에 걸쳐 연구해 만든 ‘동성애 문제에 대한 교육지침’을 활용해 신학생활과 대학생활 시간을 통해 지도할 것이라는 향후 대책도 발표했다.

장신대학교 일부 학생들이 지난 17일 채플시간에 동성애 상징인 ‘무지개 깃발’을 몸에 두르고, 깃발색의 옷을 맞춰 입고 예배를 드려 논란이 일고 있다. 장신대 측은 이번 논란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하며 학생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출처: 장로교신학대 서모씨 페이스북 캡쳐)
장신대학교 일부 학생들이 지난 17일 채플시간에 동성애 상징인 ‘무지개 깃발’을 몸에 두르고, 깃발색의 옷을 맞춰 입고 예배를 드려 논란이 일고 있다. 장신대 측은 이번 논란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하며 학생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출처: 장로교신학대 서모씨 페이스북 캡쳐)

이같은 학교 측의 입장에 따라 학생들은 성명서 및 교수들과의 면담을 통해 자신들의 행동이 총회나 학교의 입장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을 계속해서 증명해야 했다.

학생들은 예장합동 총회가 ‘동성애자를 혐오 배척의 대상이 아닌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천부적 존엄성을 지닌 존재임을 고백한다(2017.6.12.)’는 총회의 입장을 알고 있었고, 그에 따라 ‘국제 성소수자 혐오반대의 날’에 맞춰 성소수자 혐오를 멈추자는 목소리를 낸 것이라고 말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학교 측은 지난달 26일 ▲학교의 학사행정 또는 교육상의 지도를 따르지 않는 행위를 한 학생(제1장 제2조 3항) ▲수업을 방해하거나 수업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한 학생(제1장 제2조 4항) ▲불법행사를 개최하거나 허가 없이 게시물을 부착하는 행위를 한 학생(제1장 제2조 6항) ▲학교 또는 학교 구성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학생(제1장 제2조 8항) 등의 사유를 들어 징계를 내렸다. 학생 5명에게 각각 정학 6개월(1명), 근신과 사회봉사(3명), 엄중 경고(1명) 등 처분을 내렸다.

징계를 받은 신대원생들은 1일 성명을 통해 해당 퍼포먼스 진행 계기를 다시 한 번 설명했다. 성명에 따르면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본래 ‘암하아레츠(도시빈민선교회)’ 동아리 주최로 기획했던 ‘함께 살자’ 피케팅은 지도교수의 지도에 따라 취소됐다. 무지개색으로 옷을 맞춰 입고 예배를 드린 것은 양심에 따른 개인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행동이었다는 설명이다. 또 무지개색으로 옷을 맞춰 입고 깃발을 두르고 조용히 예배를 드렸을 뿐, 예배를 방해할 만한 돌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서명운동 측은 “이 사건의 본질이 잘못 파악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느낀다”며 “학교가 이들의 징계 사유라고 적시한 학교 명예훼손, 지도교수 지도 위반, 수업 방해 등은 학생들의 사소한 표현 때문이 아니라 학생들을 빌미로 학교를 공격한 외부의 어떤 세력으로 인해 부풀려진 결과”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오히려 학생들이 명예훼손의 피해자이며 학교는 어떤 정치적 힘도 없는 학생들의 억울한 입장을 이해하고, 보호해 줬어야 하는 게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학교 측은 동성애 옹호 논란에 학생 징계까지 내리며 사태를 수습하려 했지만 오히려 사태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학생들의 징계에 대한 반발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가운데 학교 측이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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