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을만나다] 이성민 “‘공작’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볼만한 가치 충분”
[영화人을만나다] 이성민 “‘공작’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볼만한 가치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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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작’ 이성민 스틸.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공작’ 이성민 스틸.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어떤 캐릭터건 인물 자체로 변신하는 배우 이성민이 8월 극장가 중심에 섰다. 이성민 주연의 영화 ‘공작’ ‘목격자’가 일주일 간격으로 잇따라 개봉한다.

영화 ‘공작’은 북으로 간 스파이, 암호명 ‘흑금성’ 정보사 소령 출신의 ‘박석영(황정민 분)’이 핵의 실체를 알아내라는 지령을 받고 북의 고위층 내부로 잠입한 뒤 남과 북의 수뇌부 사이의 거래를 감지하면서 발생한 갈등을 담았다.

이성민은 북한의 최고위층 인물로 북경 주재 대외경제위 처장인 ‘리명운’ 역을 맡아 열연한다. 영화에선 그동안 주변에 있을 법한 소시민적인 인물을 주로 연기했던 모습과 180도 다른 이성민을 만날 수 있다. 그는 강렬한 눈빛부터 냉철한 말투, 내면을 알 수 없는 표정까지 북한의 엘리트로서 신념을 가진 리명운으로 완벽 분했다.

영화 개봉 전인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성민은 “연기하는 내내 힘들고 괴로운 시간이었다”며 “이 장면에서 리명운을 어떻게 연기해야 한다는 건 아는데 그게 잘 안 되니까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배우로서 테크니컬한 부분도 있고 나한테 오랫동안 들였던 나쁜 버릇도 있었을 것”이라며 “이 영화의 연기는 절제된 사이에 감정과 심리, 정서를 조금씩 보여줘야 한다. 그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영화 ‘공작’ 이성민 스틸.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공작’ 이성민 스틸. (제공: CJ엔터테인먼트)

 

다음은 이성민과 일문일답.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제작단계부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2015년 겨울에 시나리오를 받았다. 살벌할 때였다. 저희가 하는 일은 영화를 만드는 일이 이기 때문에 걱정은 없었다. 다만 순조롭게 제작이 될까 걱정됐다. 제작사 입장에선 굉장히 불안하고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다 다행히 이렇게 돼서 영화를 개봉하니까 좋게 봐주시는 것이다. 만약 지금도 그런 시기에 이 영화를 개봉했다면 어땠을까.

-‘흑금성’은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했는데 ‘리명운’은 누굴 참고했나.

여러 가지 인물을 섞어 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간 북한 고위 간부라고 하면 오로지 국가의 이념만을 위해 맹렬히 달려가는 캐릭터를 봐왔다. 그중 자신의 신념대로 움직이는 사람이 리명운이다. 리명운이 보여주는 행보와 변화가 생소해서 자문해주시는 분한테 ‘북한에 이런 사람들이 있냐’고 물으니 ‘있다’고 하시더라.

영화 ‘공작’ 이성민 스틸.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공작’ 이성민 스틸. (제공: CJ엔터테인먼트)

 

-리명운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접근했나.

대본을 보면서 인물을 분석했다. 대사 중에 흑금성이 ‘최학성(조진웅 분)’한테 리명운을 “당의 고위부고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대사에 명확하게 나와 있기에 흑금성의 만남에서 긴장감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리명운 캐릭터의 첫 번째 미션이었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 느낀 리명운은 대본 보기 전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예민하면서 신중하고, 겁도 많고, 영리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고 복기하면서 느꼈다.

-진짜 북한 고위층 같은 외형이 인상적이다. 어떻게 콘셉트를 잡았나.

외형은 감독님과 분장님과 많은 상의를 거쳐 결정했다. 웬만하면 북한의 사실적인 모습을 구현하려고 노력했다. 안경은 감독님이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안경이 가진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던 모양이다. 저는 색깔이 있는 안경을 썼는데 색을 선택하는데 오래 걸렸다. 그냥 볼 때랑 카메라로 볼 때 달라서 여러 번 테스트했다.

영화 ‘공작’ 이성민 스틸.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공작’ 이성민 스틸. (제공: CJ엔터테인먼트)

 

-리명운의 북한사투리는 서울말과 섞여 있다. 의도적으로 한 것인가.

의도된 부분이다. 사투리 처음 지도 받을 때 지도해주신 분의 사투리가 굉장히 어려웠다. 해보려고 하다 보니 사투리에 집착하게 되고 대사의 전달이 안 되더라. 감독님도 다른 북한 캐릭터 영화를 보며 늘 불안해했던 게 사투리 문제였더라. 전달에 좀 더 신경을 쓰자는 생각에 사투리를 약간 접고 했다.

-인터뷰하는 촬영이 내내 힘들고 괴로웠다고 했는데 이유는.

초반에는 너무 자괴감에 빠져 있었다. 후반에는 감독님도 자신의 시나리오가 연기하기 힘들다는 것을 아시더라(웃음).

유독 힘든 지점은 그전에 했던 관성대로 안 가고 딱 고정시켜서 하니까 연기가 안 됐다. 어떤 장면에선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숨을 쉬지 않고 만나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그 속에서 대사의 템포를 유지하면서 차분한 대화로 만들어가야 하니 힘들었다.

‘내가 이 알량한 재주로 먹고 살았단 말야’하는 생각이 들어 너무 창피했다. 매일 괴롭고 힘들었다. 나중에 인터뷰할 때 꼭 고해하려고 했다. 그렇다고 대단한 건 아니다(웃음). 결과는 잘 나온 것 같아서 감사하다. -어떤 장면이 제일 힘들었나.

흑금성 처음 만날 때 고려관 식당에서 영화 초반에 찍은 신이 제일 힘들었다. 정말 지옥 같았다. 그때 이틀 동안 촬영했는데 끝나고 계속 못한 게 생각나서 피디에게 다시 촬영하자고 전화했다. 다시 하면 일이 복잡해지고 커지는데 너무 부끄러워서 전화를 들었다 놨다 했다. 그런데 이미 감독님은 이틀 동안의 촬영을 준비단계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이튿날 했는데 잘 찍었다.

영화 ‘공작’ 이성민 스틸.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공작’ 이성민 스틸.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실제 북한인 것처럼 세트장이 실감나서 에피소드가 있다던데.

공간을 실감나게 잘 만들어 놓으니까 정말 북한을 갔다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경상도에서 촬영한 어떤 날은 가가호호 돌면서 “영화 촬영 중입니다”라고 말하고 다녔다. 신고할까봐 가가호호 다녔다.

김일성도 분장을 너무 잘해서 실제로 만난 것 같았다. 기주봉 선배님이셨는데 선배님이라 가까이 가서 장난도 못치고 무서웠다.

-이 영화를 꼭 봤으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남과 북 두 정상이 판문점에서 이 영화를 같이 보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관객들에게 ‘공작’을 봐야하는 이유를 말한다면.

감히 말씀드리자면 배우들이 연기를 정말 잘한다. 나도 잘한다. 그거 하나만 해도 진짜 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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