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색을 싫어해 팥죽과 피를 보면 도망간다는 한국 도깨비.(일러스트=박선아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처용 초상, 개암 깨무는 소리에 놀라는 도깨비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바라는 것은 뭐든지 다 나오는 도깨비 방망이도 있고,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낮에는 빗자루나 부지깽이, 깨진 사발 같은 것으로 자신의 모습을 바꾸는 도깨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는 도깨비에게도 천적이 있으니 바로 팥죽이다.

도깨비는 본래 붉은색을 싫어해서 팥죽이나 피를 보면 도망간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처용가>에 등장하는 도깨비는 처용에게 용서를 빈 후 다시는 처용의 모습이 보이는 곳에는 얼씬도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는데 이 때문에 민간에는 붉은색과 더불어 처용의 얼굴이 그려진 곳에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믿음도 생겨났다.

이와 같은 믿음 때문에 동짓날 붉은색 팥죽을 먹거나 처용의 그림을 문 밖에 그려 붙이는 풍습이 있었다.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 각 지방마다 특색 있는 도깨비 설화가 내려오고 있는데 이는 앞서도 언급한 바 있듯이 도깨비가 우리네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귀왕(鬼王)이라고도 불리는 도깨비는 가장강한 귀신으로 도깨비가 살고 있는 곳에 잡귀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네 조상들이 집을 지을 때 기와에 도깨비형상을 새겨 사람을 해하는 잡귀로부터 보호하기도 했다.

도깨비에 대한 재미있는 설정 중 하나는 기억력이 나쁘다는 것이다. 기억력이 나쁜 도깨비는 사람의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첫 번째 사람의 이름만 기억한다는 것이 그것인데 그래서인지 처음 만난 사람이 ‘김 서방’이면 다음에 만난 사람들에게 “너 김 서방이지?”하고 묻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 서방이지?”하고 물을 때 아니라고 대답하면 매우 화를 내면서 김 서방이라고 인정할 때까지 보내주지 않고 힘들게 한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도 있다. 또한 도깨비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도깨비감투’가 있는데 방망이와는 달리 이 감투는 도깨비 대왕정도는 돼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팥죽이나 피 말고도 도깨비가 무서워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바늘’이다. 도깨비는 남자보다는 여자를 더 좋아해 종종 여염집 규수를 욕보이는 장난을 치기도 하는데 어느 날 바느질하는 여인에게 장난을 치다 잘못해 눈을 찔려 외눈박이가 됐다는 설화가 있다. 그후로는 바늘을 들고 있는 여인에게는 접근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외에도 도깨비는 부싯돌에서 번쩍 튀는 불똥, 거울, 버드나무 회초리. 개암이나 호두 깨물 때 나는 ‘빠지직’하는 소리를 아주 싫어한다. 또한 수탉이 우는 소리에 놀라 달아나고 왼쪽으로 돌리거나 왼쪽으로 자빠지면 아예 까무라친다고 한다.

반대로 술과 노름을 좋아하고, 솥뚜껑을 솥 안에다 집어넣기 좋아하고, 비오는 날을 좋아하며 물레 소리, 다듬이 소리 좋아한다고 한다.

이상에서 보이는 것처럼 우리네 도깨비는 다른 귀신들과는 달리 사람 냄새 나는 조금은 친숙하고 때로는 애석해보이기까지 하는 민화 속 주인공 중 하나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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