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주 예멘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지난 6월 30일에 이어 14일에도 광화문에 모여 반대집회를 진행했다.지 난달 30일 집회 모습. ⓒ천지일보 2018.7.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주 예멘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지난 6월 30일에 이어 14일에도 광화문에 모여 반대집회를 진행했다.지 난달 30일 집회 모습. ⓒ천지일보 2018.7.18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최근 정부가 약 71만명이 서명한 제주 난민 문제 관련 국민청원에 대해 난민법을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답변을 내놓은 가운데 시민들은 찬반으로 양분된 양상을 보였다. 정부의 답변에 “실망했다”는 의견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답변을 통해 정부의 입장을 “공감하게 됐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법무부 장관 “난민법 폐지, 현실적으로 어려워… 심사는 강화할 것”

앞서 지난 6월 13일부터 시작된 ‘제주도 불법 난민과 관련한 난민 신청허가 폐지 및 개헌’ 청원은 역대 최대 인원인 71만 4875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1일 청와대 방송인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에 직접 출연해 해당 청원에 대해 “청원글에 나타난 국민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난민협약 탈퇴나 난민법 폐지는 우리나라 국제적 위상과 국제적 고립 등 국익에 미치는 문제점을 고려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허위 난민’ 우려와 관련해 “난민 신청 시 SNS 계정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신원 검증을 강화할 것”이라며 “박해 사유는 물론 마약 검사 등에 대해 엄정하게 심사한다”고 설명했다. 난민 심사가 오래 걸리는 문제와 관련해서 정부는 부족한 심사 인력과 통역 전문가를 대폭 늘리고 국가 정황 정보를 수집하는 전문 인력 확충과 전문성, 독립성을 갖춘 난민심판원을 신설하기로 했다.

무사증 제도 폐지 요구와 관련해서는 “부작용도 있지만 제주 지역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도 있다”며 “제주도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대해서 박 장관은 “난민협약 가입국 142개국 중 협약 탈퇴국은 없다”고 못 박기도 했다.

시민 “형식적 답변 말라” vs “정부 입장 이해가”

그러나 일부 시민 사이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답변을 두고 “형식적인 답변”이라며 실망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답변과 관련해 한 시민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람이 먼저가 아닌 국민이 먼저여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난민 청원이 70만명을 돌파했고 정부는 그에 대한 답변을 했지만 누구도 만족하지 못할 답변만 돌아왔다”며 “이번 답변은 단지 형식적인 답변”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제주도 예멘 난민 관련 청원 청와대 재답변 요구 청원글.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천지일보 2018.8.3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제주도 예멘 난민 관련 청원 청와대 재답변 요구 청원글.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천지일보 2018.8.3

또 다른 청원인은 “국가의 위상을 위해 난민법 폐지가 어렵다고 하셨나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라며 “국민이 모두 반대하는 일을 굳이 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이솔지(29, 여)씨도 “정부의 답변이 너무 늦게 올라온 데다 형식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근거도 와 닿지 않아 설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승학(가명, 20대, 남)씨는 “난민과 관련된 문제는 국민이 예민한 문제니 정부가 두루뭉술하게 답해선 안 된다”며 “찬반 입장 모두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한 답변을 줘야 한다”고 했다.

반면 청와대의 난민청원 답변을 보고 정부를 이해하게 됐다는 의견도 있었다. 답변 영상을 직접 시청했다는 김석재(23, 남)씨는 “난민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이 다 담겼다고 생각한다”며 “영상을 보니 ‘국민이 우선’이라는 정부의 입장도 이해가 됐고, 정책을 때와 시기에 맞게 잘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임혜린(가명, 24, 여)씨도 “일부 시민들 자극적인 기사만 보고 ‘정부가 국민을 안 지킨다’는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개인적으론 영상을 보고 평소 난민에 대해 답답했던 마음이 풀어져서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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