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예진 기자] 한 남성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혼자서 노트북으로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3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한 남성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혼자서 노트북으로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3

최근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혼밥족, 혼술족에 이어 ‘라운징족’이 등장했다. 라운징족은 극장이나 카페, 공원 등 여러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혼자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로, 편히 쉰다는 의미의 ‘lounging’에서 만들어졌다. 본지는 라운징족이 어떻게 이번 여가를 보내는지 카페와 영화관, 대형 서점을 찾아 만나봤다.

소규모 보다 ‘대형카페’ 선호

혼자 여가활동·여름휴가 즐겨

“친구와 휴가 맞추기 불편해”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이번 휴가는 카페에서 영화나 보려고요. 친구랑 휴가를 가려면 서로 날짜를 맞춰야하고, 여행지도 의논해야 되고, 여러 가지 신경 쓸 게 많아지잖아요. 하지만 혼자 카페에 오면 어느 누구 하나 신경 안 쓰고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있어서 좋아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미진(28, 여)씨는 휴가를 즐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가 자리한 테이블에 놓여있는 노트북에서는 최근 방영중인 드라마가 재생되고 있었다.

김씨는 “어제부터 휴가가 시작됐는데 집에만 있기에는 갑갑하다는 생각이 들어 가까운 카페에 나왔다”며 “이번 휴가는 이렇게 카페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방문한 카페는 김씨처럼 혼자서 휴식을 취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2층 규모로 된 카페에는 친구나 연인, 지인과 나온 사람보다도 혼자 온 사람이 많았다. 특히 창문가에 놓인 1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바(bar)형태의 테이블과 가운데 놓인 3개의 대형 테이블은 혼자서 카페에 나온 이들이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 20개 남짓의 1인용 테이블 또한 책을 읽거나 개인공부를 하는 사람들로 만석이었다.

라운징족은 이같이 나 홀로 휴식을 취하면서도 집이 아닌 여러 사람이 모여 있는 공원이나 카페, 영화관 같은 대형 시설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을 말한다. 이들은 연이은 폭염 탓에 바깥 활동보다는 시원한 카페를 선호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 혼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있다. 이들은 카페에서 공부를 하거나 드라마·영화 등을 보는 등 휴식을 가졌다. ⓒ천지일보 2018.8.3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 혼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있다. 이들은 카페에서 공부를 하거나 드라마·영화 등을 보는 등 휴식을 가졌다. ⓒ천지일보 2018.8.3

얼마 전 계절학기를 종강해 여름방학을 즐기고 있다는 한안나(22, 여, 대학교 2학년)씨는 카페에서 혼자 제주도 여행 계획을 짜고 있었다. 그는 “대형 카페는 커피 한 잔 값만 내면 시원한 공간에서 어떤 사람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게 있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한씨는 혼자 여행을 가려는 이유에 대해 “지난겨울에 친구들이랑 일본에 갔다 왔는데 계획을 짤 때부터 싸웠다. 우여곡절 끝에 여행을 갔지만 돌아올 때까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면서 “이번에는 혼자 자유롭게 여행을 다녀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테이블에 여러 권의 책을 두고 읽고 있던 최은경(가명, 30대, 여)씨는 “30대가 되니까 가정을 챙겨야하는 친구들이 늘었고, 각자 생활이 바빠져서 시간을 맞춰 만나기가 쉽지 않다”면서 “그러다보니 혼자 다니는 것이 편해졌고, 혼자 카페에 오는 것도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한 통계조사에 따르면 여름휴가를 누구와 함께 보낼 것이냐고 물어본 결과 ‘혼자’ 보내겠다는 응답은 11%로, 친구(8.6%)나 연인(7.5%)보다 높았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