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부에 간첩죄와 테러조직 지원 혐의로 체포된 엔드루 브런슨 목사(가운데)가 지난달 25일 터키 경찰의 호송으로 귀가하고 있다. 이날 브런슨 목사는 1년 9개월여만에 건강상 이유로 구치소에서 나왔다. 그러나 브런슨 목사는 가택연금과 출국금지 조치로 사실상 구금된 상태다. (사진출처: 뉴시스=AP) ⓒ천지일보 2018.8.3
터키 정부에 간첩죄와 테러조직 지원 혐의로 체포된 엔드루 브런슨 목사(가운데)가 지난달 25일 터키 경찰의 호송으로 귀가하고 있다. 이날 브런슨 목사는 1년 9개월여만에 건강상 이유로 구치소에서 나왔다. 그러나 브런슨 목사는 가택연금과 출국금지 조치로 사실상 구금된 상태다. (사진출처: 뉴시스=AP) ⓒ천지일보 2018.8.3

터키 法, 트럼프 위협에도 목사 석방 기각
98%가 이슬람교… “소수종교 박해 심각”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터키에서 활동하다가 지난 2016년 간첩죄로 투옥된 앤드루 브런슨 목사가 1년 9개월만인 지난달 25일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건강이 악화돼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는 건 가택연금과 출국금지명령이었다. 사실상 구속의 연장선상이다.

브런슨 목사 측은 혐의를 부인하며 터키 남서브 이즈미르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기각했다고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이 보도했다.

브런슨 목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테러조직 지원과 간첩죄다. 터키 사법기관은 브런슨 목사가 ‘펫훌라흐 귈렌주의 테러조직(FETO)’과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을 돕고, 간첩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FETO는 재미 이슬람학자 궐렌의 추종자를 가리킨다. 터키 정부는 궐렌을 쿠데타 기도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브런슨 목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으로 1993년 터키에 입국해 2010년 이즈미르에 작은 교회를 개척했다.

브런슨 목사는 “기독교인인 내게 이슬람 성직자를 추종했다는 혐의는 모욕”이라며 혐의를 일체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와 트럼프 대통령 등은 터키에 브런슨 목사 석방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에도 자신의 쇼셜미디어를 통해 “브런슨 목사의 장기간 억류에 대해 터키에 대규모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며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겠다”고 맞받아쳤다.

◆개신교인에겐 ‘위험국’ 터키

브런슨 목사의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내에서는 보수 개신교계 리더들을 중심으로 터키 여행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2500만 복음주의자들로 이뤄진 ‘마이페이스보우츠(My Faith Votes, 의장 벤 카슨)’는 지난달 27일 공식 페이스북에 ‘긴급 여행 경보’를 띄우고 “앤드류 브런슨 목사가 풀려날 때까지 터키 여행이나 터키 항공사 이용을 보이콧해달라”고 게시했다. 이들은 또 “미 전역의 목사들은 성도에게도 똑같이 말해달라”며 “터키 정부에 억압된 미국 시민을 지키기 위해 연대해 달라”고 강조했다.

터키에서 개신교 신앙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터키 국민의 98%가 이슬람교를 신봉하고 있다. 개신교는 단 0.2%에 불과하다.

오픈도어선교회에 따르면 터키는 올해 박해순위(WWL) 보고서에서 전년보다 5점이 증가한 62점을 받았다. 박해지수는 9.8에서 10.7로 증가했다.

선교회는 터키가 지난 2016년 7월 시도됐다 실패한 쿠데타로 인해 내적 긴장감이 상승한 상태라고 전했다. 터키 정부의 공격적인 수사로 사회의 소수자들, 특히 개신교인들의 사회적 입지를 크게 줄이고 있어 교회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1923년 로잔법률을 근거로 한 터키 법률에 따르면 터키에서는 오직 네 개의 종교단체 즉 이슬람교 수니파, 정교회, 에르메니아 교회, 유대교 만이 국가의 인정을 받고 있다.

터키는 법으로 개종을 금지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교에서 개신교로, 또는 개신교에서 다른 종교로 개종하는 것은 사회적 혹은 가족적 위협이 있을 수 있다. 대체로 개신교로의 개종은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개신교인들은 개종한 사실을 숨기고 이중 생활을 하기도 한다. 또 개신교로 개종한 이들은 종교를 쉽게 알 수 있는 신분증 때문에 경찰과 보안군에 의해 무례한 대우를 받기가 십상이다. 새롭게 바뀐 신분증에는 더 이상 종교란이 표시되지 않지만 카드 칩에는 여전히 등록돼 있다.

보수적인 가정에서 신자들 특히 여성들이 개신교 신앙에 대해 공개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개종자들은 가족과 지역사회로부터 엄중한 감시를 받고 있으며, 때때로 가족들로부터 구금을 당하기도 한다.

한편 터키는 레즈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정권 하에서 국내외 정치에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전통적인 동맹국인 유럽과 이스라엘과의 관계에서 벗어나 이슬람교로 방향을 바꿨다는 설명이다. 총리로 재임했던 에르도안은 2014년 7월 15일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2016년 7월 15일 에르도안 대통령을 축출하려 했던 쿠데타가 실패하면서 정부당국은 수만명에 해당하는 군인, 경찰, 판사, 정치인들, 언론인, 교사, 이맘(무슬림 성직자) 등을 쿠데타 주모자인 궐렌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체포해 보복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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