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 얘기가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물론 청와대는 지난 1일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지만 여러 정황들을 보면 그 가능성을 아주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실제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만난 뒤 발표한 ‘4.27 판문점 선언’에서 문 대통령의 방북이 올 가을로 이미 예고된 상태라는 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가을 방북’을 조금 앞당겨서 8월쯤으로 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핵심은 북핵 문제가 어느 정도는 실마리가 풀려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6월 12일 북미 싱가포르회담에서 양국이 합의한 내용이 어느 정도는 가시화돼야 문 대통령의 후속 행보가 가벼울 것이기 때문이다. 북미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는데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들 거기서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는가. 자칫 오해와 왜곡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으며 국내에서도 너무 조급하다는 비판까지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이다.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잘 파악하고 각국의 입장을 들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마침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3일쯤 싱가포르에 도착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그리고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비슷한 시기에 현지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남북미가 싱가포르에서 북핵 문제에 보다 구체적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좋은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물론 북미 간에도 양자회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싱가포르 외교 무대에서의 강경화 장관의 역할이다. 최근 지지부진해 보이는 북핵 문제가 어디까지 가고 있으며 또 무엇이 문제인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과 미국은 물론 중국의 입장까지 잘 파악해서 현 상황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전제돼야 앞으로 있을 남북정상회담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문 대통령이 무엇을 어떻게 조율하고 또 누구를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할 수 있다.

최근 북한과 미국에서 그리고 국내에서도 북핵 문제에 대한 피곤함과 불만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자칫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즈음에 열리는 싱가포르의 ARF 외교무대인만큼 여러모로 의미 있는 공간이며 강 장관도 그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마침 8월 남북정상회담 얘기까지 전해지다 보니 그 가능성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남북 간에 보여주기 식이나 준비 없는 만남은 원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비핵화와 종전선언, 그리고 평화체제로의 길이 더는 되돌릴 수 없도록 우리 정부의 좀 더 적극적인 노력과 함께 8월 정상회담으로 내실있게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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