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칼럼] 양심적 병역거부권과 대체복무제
[인권칼럼] 양심적 병역거부권과 대체복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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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동국대 교수 

 

최근 헌법재판소는 병역거부자의 형사처벌을 규정한 병역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양심이나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국민에 대해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시해 대체복무제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6.25전쟁을 경험했고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됐다. 그런 상황에서 병역의 의무는 법률에 규정돼 있지만, 헌법상 국방의 의무로부터 도출되는 헌법상 의무의 의미를 갖게 됐다.

현재 남북관계가 급속하게 진전되면서 한반도의 평화 정착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그렇지만 병역의 의무는 국가안보와 국민의 생명보호를 위한 군사제도의 근간이란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병역법에 따라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진 18세 이상의 남성은 원칙적으로 군대를 가야 한다. 그런데 이 연령대는 학업에 열중하고 사회진출 준비를 해야 할 시기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사유를 들어 병역을 기피하는 자들이 발생하게 됐다. 병역법은 사유를 불문하고 병역피기자에 대해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병역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징병제를 운영하고 있다. 병역의무 대상자는 병역법이 규정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군복무 또는 이에 준하는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그래서 사유를 불문하고 병역을 거부하는 자에 대해서는 병역법에 따라 무조건 처벌했다. 이런 경향은 2000년대 오면서 조금씩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고, 몇 년 전부터는 일부 사건에서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자에 대해 무죄판결이 나왔다. 이로 인해 양심적 병역거부문제는 권리와 의무 사이에서 다시금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됐다.

국제사회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이미 오래전부터 인권화했다.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반전(反戰)운동 속에서 양심적 집총거부권 또는 양심적 반전권으로 불리면서 하나의 인권으로 자리매김했다. 독일은 헌법을 개정해 기본법 제4조 3항에서 양심에 반해 집총·병역을 강제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영국·프랑스 등은 헌법이나 법률에 명문 규정을 두고 있고, 오스트리아·스위스·이탈리아 등은 법적 근거 없이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있다. 나아가 독일은 양심적 병역거부권과 함께 대체복무제에 대해서도 헌법인 기본법에 규정하고 있다. 대만도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면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당연한 국민의 의무라고 생각해왔다.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군사제도가 필요하다. 군사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병력자원이 필요하다. 지구상 대부분의 국가는 군사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여러 현실적인 문제로 징병제를 포기하기는 어렵다. 징병제를 운영하고 있는 한 양심적 병역거부와 병역기피문제는 피해갈 수 없는 국가문제이다.

그동안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적 이유로 인한 병역거부자를 일반적인 병역기피자와 같이 다루면서 형사처벌했다. 종교나 양심은 인간 내면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진위를 파악하기가 어렵지만,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불인정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우리나라가 인권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이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병역이행자와 형평성을 고려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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