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우리 연구소에서는 문제학생들을 위탁받아 교육하는 일을 하고 있다. 보통 1주일 단위씩 교육을 받게 되는데 새로운 학생들이 들어오는 날이다. 한 학생이 오지 않아서 전화연락을 해보니 학생이 어제 교통사고가 나서 뇌수술 중이라고 한다. 자세한 내용을 물을 상황도 아니라서 전화를 끊고 무사하기를 기도했다. 이곳에 교육을 받으러 오기로 돼 있던 그 학생은 평소에도 그리 모범생은 아니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일로 부모님 속을 썩였음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그 어머니는 그 아이가 사고나기 전, 그러니까 어느 정도 말썽을 부리면서 건강했던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깨달았을까?

몇 년 전에 잡지를 보다가 김창완에 대한 기사를 보다가 울컥한 적이 있다. 그것은 김창완이 한창 잘 나갈 때 인터뷰를 한 내용이었는데 기자가 김창완에게 살면서 언제가 가장 기뻤는지를 질문했다. 워낙 상도 많이 받고 했으니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을 것으로 짐작하고 한 질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김창완의 대답은 의외였다. 막내 동생인 김창익이 살아있던 그 어느 때라도 행복했었다는 대답이었다. 

김창완은 동생 김창훈 김창익과 산울림을 결성해서 ‘나 어떡해’나 ‘아니 벌써’ 등이 크게 사랑받으며 최고의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2008년 1월에 막내 김창익이 밴쿠버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활동을 멈추었고 김창완은 “더 이상의 산울림은 없다”라며 산울림의 해체를 알렸었다. 

가끔은 뜬금없이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지금이 행복한 건 아닐까?’ ‘여행이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 순간이 행복한 건 아닐까?’ 누군가가 미워서 속상하다고 생각하는 이 순간, 누군가가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 순간, 뭔가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이 순간들이 어쩌면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닐까라고.

하지만 이런 감정이 쉽게 생기지는 않는다.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일단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고 생각하고 그런 이유들을 떠올려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를 확인할 수 있다. 며칠 전부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냈다. 그런데 집으로 속도위반 범칙금 고지서가 날아왔다. 다음 날은 딸의 주정차위반 범칙금 고지서가 또 날아왔다. 사람들이 제일 아까워하는 것이 범칙금 고지서와 주차요금임을 감안할 때 참 속상한 일이다. 그런데도 가족들이 다 차가 있어서 범칙금 고지서를 받을 수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행복했다.

그것으로 잘 안된다면 ‘감사일기’를 써보자. 습관적으로 하루에 5가지 이상 감사할 일을 찾아서 적어본다면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금방 느낄 수 있다. 

칼럼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참 행복하다. 물론 정기적으로 써오던 칼럼이지만 혼자서만 써서 블로그에 올릴 때에는 엄청난 자기와의 싸움이 필요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날짜가 정해져 있다 보니 늘 글감을 찾고 글을 쓰고 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자동화가 된 듯하다. 

늘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반대로 ‘이보다 더 나쁠 순 없다’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도 행복한 사람이다. 앞으로는 그보다 더 나은 일만 생길 테니까. 인생은 해석이다. 내가 해석하기에 따라 행복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불행한 사람이 되기도 하니까. 그렇다면 늘 행복한 사람의 해석법으로 더욱 더 행복하시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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