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태복 기자] 수족관 디자인·연출가로서 소신을 말하고 있는 민병근 공간연구소장‧성균관대 겸임교수. ⓒ천지일보 2018.8.2
[천지일보=송태복 기자] 수족관 디자인·연출가로서 소신을 말하고 있는 민병근 공간연구소장‧성균관대 겸임교수. ⓒ천지일보 2018.8.2

민병근 성균관대 예술학부 환경디자인 전공 대학원 겸임교수

 

알고 가면 가성비·기쁨 두배

한강 생태자연사박물관 기획

1년 1명 생태학자 탄생이 꿈

일산 아쿠아플라넷 강력추천

[천지일보=송태복 기자] “수족관(아쿠아리움) 연출하는데 밀림엔 왜 가냐고요? 직접 보고 느낀 걸 수족관에 최대한 반영해 관객에겐 감동을 동물에겐 편안함을 주고 싶어서입니다.”

여름철 으뜸 피서지, 아이들 교육장소, 색다른 볼거리 정도로만 여겼던 수족관에 대한 생각이 수족관 연출의 대부 민병근 성균관대 겸임교수를 만나곤 달라졌다. 자신이 맡은 수족관의 테마에 적합한 연출을 위해서 뿐 아니라 그곳에서 지낼 동물에게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세계 유명수족관은 물론 ‘밀림’부터 바이칼호수까지 안 가본 곳이 거의 없다고 했다. 그렇게 전 세계를 다니며 보고 느낀 경험은 생태계와 어우러져 사는 인류미래에 대한 비전으로 발전했다. 그런 고민은 그가 참여한 수족관마다 담겼다. 우리 곁에 있는 수족관이 누군가의 깊은 고민과 철학의 산물이라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수족관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질 듯싶다.

민 교수는 우리나라 수족관(아쿠아리움) 연출의 한 축을 담당한 인물이다. 우리 자체 기술이 없던 시절 63수족관 리뉴얼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코엑스 아쿠아리움, 부산 아쿠아리움, 여수 아쿠아플라넷, 일산 아쿠아플라넷 등 국내 유명 수족관 디자인과 연출에 참여했다.

그는 자신이 관여한 수족관을 찾은 어린이 중 “일 년에 한 명씩 생태학자가 탄생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최근 한민족의 진화와 발전의 상징인 한강 생태박물관 기획을 마쳤다는 민 교수를 본격적인 피서가 시작된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본지 사무실에서 만났다.

[천지일보=송태복 기자] 수족관 디자인·연출가로서 소신을 말하고 있는 민병근 공간연구소장‧성균관대 겸임교수. ⓒ천지일보 2018.8.2
[천지일보=송태복 기자] 수족관 디자인·연출가로서 소신을 말하고 있는 민병근 공간연구소장‧성균관대 겸임교수. ⓒ천지일보 2018.8.2

- TV 문학관 미술감독, 백제 민속박물관 건립 자문위원에서 수족관 전문가가 됐다.

어려서부터 유달리 동물을 좋아했고, 취미로 야생조류 사진을 찍기도 했다. ‘공간연출’을 배우기 위해 일본에서 유학하던 중 생태박물관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물고기는 동물도감에서 그림으로 크기를 비교해 보는 게 전부였다. 살아있는 물고기의 생태계를 직접 눈으로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 이후 일본에 있는 다양한 생태박물관을 찾아다녔고, 공간연출이라는 전공과도 자연스레 이어졌다.

- 가장 애정을 쏟은 수족관은?

처음 맡았던 63수족관이다. 2005년경 우리나라 최초 수족관인 63수족관이 ‘경쟁력을 잃었다’는 이유로 사라질 뻔 했다. 당시 우연히 한화 경영진을 만났고, 대표에게 63수족관의 브랜드 가치와 상징성, 교육효과 등을 강조하며 ‘리뉴얼’을 적극 권유했다. 63수족관 리뉴얼 결정이 난 후에는 리뉴얼 책임을 맡았다. 이후 관람객이 많이 늘어 보람을 느꼈다.

- 수족관 연출을 위해 밀림까지 방문했다는데.

밀림뿐 아니라 안 가본 곳이 별로 없다.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사람으로서, 전시하고자 하는 지역의 생태 특성을 이해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사진이나 영상, 글을 통한 간접체험으로는 연출에 한계를 느끼기 때문에 직접 체험해서 그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다. 제대로 된 생태환경을 연출해 관람자에게는 현장감을 줘서 감동을 배가 시키고, 전시 생물들에게는 스트레스를 줄여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다.

- 수족관 제작 시 가장 염두에 두는 부분은?

첫째는 컨셉과 테마에 따른 전시 스토리 구성이다. 해당 수족관이 무엇을 주제로 어떤 목표를 지향하는지에 따라 수족관의 정체성이 결정되고, 디자인 연출 방향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둘째는 희소 생물 보전과 연구기능, 교육기능이 충실한 수족관을 만들려 애쓴다. 셋째는 시설측면에서 친환경적 소재 사용과 아쿠아리스트들의 편리한 관리 동선(청소, 먹이주기, 관리보수 등)도 신경을 많이 쓴다.

코엑스 아쿠아리움. (출처: 뉴시스)
코엑스 아쿠아리움. (출처: 뉴시스)

- 한국 수족관의 특징은 뭔가. 차별화하려는 부분이 있다면?

한국은 후발주자라서 미국과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아 디테일(일본식) 연출에 강하고, 엔터테인먼트형 운영(미국식)을 섞어서 볼거리가 많다. 단점은 도심형 수족관이 대부분 인기 있는 대형동물(상어, 쥐가오리, 돌고래) 중심으로 치우쳐 있고, 무리하게 세계의 바다를 담으려 하고 있다. 한국의 자연환경 생태특성을 주제로 한 부분이 요구되는데, 내용면에서 아직 미약하다.

- 수족관이 동물학대라는 주장도 있다.

일부는 인정하지만 ‘자연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적지 않다. 바다 가까이 산다고 바다 속을 아는 것이 아니다. 인류에겐 ‘생태계에 대한 무지’가 더 위험할 수 있다. 수족관은 환경교육, 멸종 위기종의 보존, 힐링 장소로 진화하고 있다. 또 논란이 되는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꾸준히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 올 여름 추천하고 싶은 수족관이 있다면?

일산아쿠아플라넷이다. 대개 수족관은 민물에서 시작해 바닷가를 거쳐 점점 심해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그러나 일산아쿠아플라넷는 역순이다. 연어처럼 심해에서 강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이다. 민물고기가 있는 곳은 자연광을 받고 육상동물이나 조류와 함께 전시되기 때문에 더 풍부한 느낌을 준다.

63씨월드에서 재탄생한 일산 아쿠아플라넷. (출처: 뉴시스)
63씨월드에서 재탄생한 일산 아쿠아플라넷. (출처: 뉴시스)

- 수족관 관람 시 어떤 점을 알고 가면 더 유익한가.

아쿠아리스트의 생태설명, 체험프로그램 운영시간 등을 알고 가면 더 알차다. 또 수족관 테마와 그에 따른 구역별 생물구성 전시 내용에 대해서도 미리 알고가면 더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우리말 ‘아름답다’는 ‘알다’에서 왔다고 한다. 알고가면 가성비도 높고 재미는 배가 된다.

- 요즘 주력하는 일이 있다면?

아직 기획단계지만 세계적 갯벌 환경을 가진 서해를 주제로한 수족관을 만들려 한다. 또 한민족의 진화와 발전의 상징인 한강의 생태환경과 문화를 담은 자연사 박물관을 구상해왔고, 관련 기획을 마무리했다. 마지막으로 생체모방을 주제로 한 생태시설을 만들려고 한다.

- 꿈이 있다면?

내가 관여한 수족관, 생태관람 시설에 온 어린이 중 일 년에 한 명씩 생태학자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속가능한 컨셉의 환경분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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