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개인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오는 16일 중앙종회 이전에 용퇴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월 ‘중앙종무기관과 산하기관 시무식’에서 설정스님이 덕담을 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개인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오는 16일 중앙종회 이전에 용퇴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월 ‘중앙종무기관과 산하기관 시무식’에서 설정스님이 덕담을 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

은처자 의혹·설조스님 단식
불신 키워 ‘최단기 총무원장’
“16일 중앙종회 이전 사퇴”
차기집행부 선출 두고 내홍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최대 종파인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개인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기정사실화됐다.

설정스님이 오는 16일 이전에 용퇴(사퇴)할 것을 약속했다고 조계종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가 1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31일 총무원장 임기를 시작한 설정스님은 자신에게 제기된 은처자, 개인재산 등 각종 의혹을 명확히 해소하지 못했다. 임기 10개월도 채우지 못한 설정스님은 조계종 ‘최단기 총무원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퇴진을 앞두게 됐다.

총무원장의 거취를 둘러싼 혼란은 일단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차기 집행부 선출을 두고 종단 내 계파(중앙종회 종책모임) 간 갈등이 재현될 수도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계종은 대표적인 비구종단이다.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출가해서 해탈 곧 성불(成佛)에 이르기 위해 오직 수행에만 전념하는 스님들(비구·비구니)로 승가공동체를 꾸린 종단인 것이다. 그러기에 ‘청정승가’라는 말로 종단의 가치관을 대변한다.

조계종에선 은처자 의혹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불가에서 절대 금하는 계율이 있다. 바로 오계(五戒)다. 불자가 지켜야 할 5가지 계율 중 하나로 알려진 성폭력 즉 바라이죄는 불가 승단(종단)에서 떠나야 하는 무거운 죄다. 비구이든 비구니이든 이 계율을 어기면 승복을 벗고 산사에서 쫓겨난다. 한마디로 파계승이 돼 더는 산사에 발을 들일 수 없게 된다.

조계종 내에서는 은처자 곧 숨겨둔 아내와 자식이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그 자체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는다. 설정스님은 총무원장선거에 뛰어들기 전만 해도 덕숭총림 방장이자, 대종사, 원로의원으로 불교계에선 큰스님으로 덕망이 높고 존경을 받아왔다.

그런데 지난해 9월 제35대 총무원장선거 입후보하면서부터 설정스님과 관련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불교시민단체와 일부 언론들이 연일 의혹들을 쏟아냈다.

전임 총무원장인 자승스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압도적인 표차로 제35대 총무원장에 선출된 설정스님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혹들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아 혼란을 부추긴다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스님은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처님도 그 당시 의혹을 받았다. 당장 세세하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나에게 제기된 문제도) 시간이 걸리면 충분히 해결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의혹 해명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설정스님의 바람과 달리 시간이 갈수록 논란은 더욱 커져갔다. 불교시민단체들은 은처자, 개인재산, 학력 위조 등 세 가지 의혹의 해명을 요구하는 등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연일 이어갔다. 심지어 설정스님 측과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간 법적 공방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지상파 PD수첩이 5월 1일과 29일 ‘큰스님에게 묻습니다 1·2편’을 잇따라 방영하며 설정스님과 현응스님 등 종단 수뇌부 핵심 인사의 의혹이 사회로까지 확산, 여론이 악화됐다.

논란이 커지자 설정스님은 종단 내 ‘교권자주 및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자체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교권자주혁신위 또한 설정스님 측 인사들로 꾸려져 신뢰를 얻지 못한 채 공방만 이어졌다.

설정스님 조기 퇴진에 이르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불국사 주지를 지낸 원로 설조스님의 무기한 단식 농성이다. 지난 6월 20일 단식에 돌입한 설조스님은 “설정스님의 퇴진과 종단 개혁할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설정스님은 27일 “조속한 시일 내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위한 길을 진중히 모색해 진퇴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종단 주요 구성원이 현재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려는 뜻을 모아준다면 그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장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설정스님은 “오는 16일 개최하는 임시중앙종회 이전에 용퇴하겠다”고 사퇴를 공식화했다.

종단 의결기구인 조계종 원로회의는 8일, 임시중앙종회는 16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설정스님의 퇴진 절차와 향후 종단 정상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종헌·종법에 따르면 설정스님이 사퇴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후임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 차기 지도부 선출을 둘러싼 종단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현 집행부 측은 교권자주혁신위가 이달 말 제시할 종단개혁 방안에 초점을 맞춰 종단 수습에 전력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전국선원수좌회 등 개혁세력들은 초법적인 승려대회를 열어 적폐 청산과 함께 직선제로 차기 지도부 구성을 꾀하고 있다. 설정스님 사퇴 이후에도 종단 정상화까지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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