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서울시의 미세먼지 저감조치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6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이 1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서울시의 미세먼지 저감조치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6

“우상호 특검 중단 발언, 큰 건 막으려 한 것 아닐까” 추측

김 지사, 지난 4월 “드루킹이 일방적으로 메시지 보낸 것“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특검팀)이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드루킹’ 김동원(49, 구속)씨 간의 비밀 메신저 대화 내용을 분석하고 있는 가운데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김 지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하 의원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무현, 문재인을 닮겠다는 분이 거짓말 하면 되나”라며 ‘거짓말 탄로난 김경수… 특검, 흔들림 없이 전진하라’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했다.

하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죽음 직후 특검을 중단하라고 했다”면서 “뭔가 큰 건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고 막으려 한 것이 아닐까 싶다”고 추측했다.

앞서 특검팀은 김 지사가 지난해 대선 전 드루킹에게 재벌개혁 공약을 자문해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메신저 대화 내역을 확보했다고 알려졌다.

드루킹이 지난 18일 자진해 제출한 이동식저장장치(USB)에는 60기가바이트(㎇) 상당의 대화와 문서 등이 저장돼 있다. 드루킹은 직접 잠금 된 파일을 풀어줬으며 이에 특검팀은 드루킹과 김 지시가 보안 메신저 ‘시그널’을 통해 주고받은 대화를 입수해 분석하고 있다.

대화 내용에는 지난해 1월 5일 당시 국회의원이던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재벌개혁 방안에 대한 자료가 러프하게라도(대략적으로라도) 받아보고 싶다”며 “다음주 10일에 (문 대통령이) 발표 예정인데… 목차라도 무방하다”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알려졌다.

이에 드루킹은 “준비된 게 없다. 목차만이라도 지금 작성해서 내일 들고 가겠다”고 답변했다.

김 지사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이자 유력 대권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했다.

메신저 대화 내용처럼 나흘이 지난 1월 10일 문 대통령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정책공간 국민성장’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포럼에서 ‘재벌청산,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이란 제목으로 기조연설을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대기업 등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공단 등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보장과 함께 집중투표제 등 상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중 집중투표제가 드루킹의 재벌개혁 정책 초안에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김 지사가 기조연설이 끝난 직후 문 대통령의 연설문을 드루킹에게 보내면서 “오늘 문 대표님 기조연설에 대한 반응이 어떤가요?”라고 묻자 드루킹은 “와서 들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는 내용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주고받은 메시지들의 정황으로 볼 때 김 지사가 이날 드루킹의 경기도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산채)를 방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팀이 확보한 이 내용이 김 지사와 드루킹이 단순한 정치인과 지지세력의 관계를 넘어선 긴밀한 관계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향후 특검팀 수사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특검팀은 김 지사를 피의자로 입건한 데 이어 김 지사 관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준비했지만 법원이 영장을 기각했다.

김 지사는 지난 4월 드루킹 논란이 불거지자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경선 때 자발적으로 문재인 후보를 돕겠다고 찾아온 사람들이 대선 이후 인사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반감을 품고 불법적인 매크로를 사용해 악의적으로 정부 비난 댓글을 적은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김 지사는 “(드루킹은) 대선 경선 전에 처음 찾아와서 만났고, 그 이전에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었다”며 “텔레그램 메시지를 수백건씩 주고받았다는 것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인들이 자신들의 활동을 일방적으로 메시지로 보낸 것이다”며 “저하고 마치 수시로 연락 주고받은 것처럼 말하는 건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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